부동산신문

편집 : 2024.5.2 목 10:46

홈 > 뉴스 > 투자리포트 > 부동산산책

행정수도 이전과 주택시장

전문가칼럼

2003년 01월 07일 (화) 00:00:00

부동산신문

renews@renews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국민들이 선출한 새로운 정부가 조만간 출범한다. 늘 이맘때면 새로운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자뭇 높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의 신 정부 출범에는 국민들의 관심이 예전보다도 훨씬 더 높다고 한다. 이는 아마도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대두된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공약사항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그 동안 신문이나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서 익히 보고 들었듯이 관심의 초점은 이 같은 공약사항이 현실화될 것인지의 여부와 현실화될 경우 주택 시장에의 영향 등일 것이다. 현실화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주택시장 영향은 '크다'와 '거의 없다'라는 의견이 서로 상충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본 고에서는 이러한 의문과 가능성 등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전제하에 정리를 한번 해보고자 한다.
우선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행정수도 이전이 실제로 이루어질 경우 수도권 주택시장은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 여기에서 해석상 유의할 점이 한가지 있다. 즉, 행정수도 이전 계획 발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이 아니고 실제로 착공하고 준공되어 행정기관과 입법기관 등의 이주가 시작되는 시점에 임박해야 영향력이 크다는 점이다. 어떻게 이러한 해석이 가능한지 예를 한가지 들어 보겠다.
89년과 90년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각기 약 15%와 21%였다. 정말로 지독하게 하루가 다르게 주택가격이 올랐던 시기였다. 하지만 89년 말부터 90년에 이르기까지 분당 등 5개 신도시 계획, 토지공개념 제도 도입 등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천정부지로 치솟던 주택가격이 약 2년 후부터 하락세로 전환되기 시작하였다. 그 당시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분당 신도시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매물이 늘어났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시장 분위기가 각종 투기억제 대책 등으로 위축되었다는 점이다. 결국 90년대 초 경험을 통해 본다면 주택시장에 가격 하락 등으로 영향을 미친 주된 이유는 입주라는 공간적 이동이 발생함으로써 나타나는 수요와 공급간의 차이 때문이다.
물론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행정수도 이전과 같이 공간적인 이동을 유발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주택시장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입주 또는 이동이라는 점일 것이다. 궁극적으로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대 역사가 이루어진다면 수도이전의 속도와 규모 등에 연동하여 주택시장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한 것이다. 여기서 속도는 행정수도 이전계획의 수립과 착공, 준공 등 일련의 추진일정을 의미하는 것이고 규모란 행정 및 입법기능 등 이전 대상의 국가 기관 수와 이에 딸린 이주 대상자들의 수라 할 수 있겠다.
이와 관련하여 신 정부의 공약을 좀 더 살펴보자.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언급된 것에 따르면 임기 내에 행정수도 이전 계획을 마련하고 착공까지 하겠다고 되어 있다. 이러한 공약이 지켜진다는 가정 하에서 보면, 신 정부가 집권하는 기간 동안 수도권의 주택시장은 일반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큰 충격에 휩싸이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했지만 공간적인 이동이 임기 내에 발생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오히려 새해 신 정부 출범 이후 주택시장과 주택가격은 이라크 사태 등에 따른 실물경기 위축 가능성이나 저금리 지속 여부 등 행정수도 이전과는 다른 요인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하겠다. 그리고 굳이 한 가지 이유를 더 든다면, 행정수도 이전은 사실상 부동산 대책으로서의 공약이 아니었고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별도의 사항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주택시장에 참여하는 각 경제주체들은 행정수도 이전문제에 지나치게 연연해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 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필
홍익대학원 도시계획과 석사, 박사과정 수료, 동부건설 개발사업부(전), 삼성경제연구소 정책연구센터 수석 연구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