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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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주택정책 전면 재검토 필요

안정적, 예측 가능한 정책으로 자리잡아야

2003년 01월 07일 (화) 00:00:00

김수삼

김수삼 한양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이제 2월이면 새 정권이 들어서게 되면서 향후 전개될 각종 정책에 대해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 중에 부동산 부문에서는 토지와 주택정책이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동안 추진되어 왔던 토지와 주택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항상 2가지 부문에서 논점이 대립되거나 논의되어 왔다.
즉, 하나는 토지와 주택을 경제적 가치 즉 수요·공급에 따른 시장기능을 중심으로 하는 물가정책으로 다루는 부문이다. 두 번째는 삶의 질을 추구하는 관점에서 사람의 삶에 기본을 이루는 복지적 기본 수단으로서의 토지·주택을 살펴보는 것과 아울러 국가 경쟁력을 함양하기 위한 기본 요소로서 평가하는 것이다. 전자는 신도시, 서민주택 또는 소득향상에 따른 주택의 업그레이드가 예로 들 수 있으며, 후자의 경우에는 수많은 공업단지, 공장건설 그리고 이에 따른 배후도시 건설 등이 이에 속한다 할 것이다.
만약 토지와 주택을 물가정책으로 다루는 경제적 관점이 우세한 경우에는 자유시장 개념이 강조되고, 수요와 공급에 의해 그 가치가 형성되는 시장중심의 정책이 펼쳐질 것이다. 따라서 토지와 주택에 대한 국가의 시장개입은 억제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경우에 정부내의 정책도 공급을 전제로 사업을 시행하는 건설 교통부가 주관하는 것보다 시장조정을 담당하고 있는 재경부가 맡는 것이 타당할지도 모른다. 재경부는 시장에 맞추어 수요·공급을 조정하면서 아울러 금융·세제·보험 등 다양한 간접적인 시장관리 기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토지·주택 건설업자나 부동산업자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건설 교통부는 국토계획에 의해 국가 경제 개발 계획에 상응하는 토지·주택 공급 계획을 거시적으로 분석하면서 재경부가 요구하는 수준의 토지·주택에 대한 건설관리, 시설기준, 안전관리, 품질제고 등을 통해 그 역할을 수행하게 되며, 특히 도시계획, 단지계획 등 국토이용계획을 통해 구체적인 지침을 운영 함으로서 토지·주택 값 변동에 따른 시장 대응책을 마련함에 있어서는 한발 비켜서는 입장이 될 것이다.
반면에 시장 메커니즘만으로는 저소득층에 이르기까지 수용 공급이 원활치 못하여 국민의 기본적인 삶의 조건이 어려워지거나, 빈부 격차가 심화되어 삶의 질에 대한 회의가 커지는 경우 등을 예상하면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정부의 개입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예를 들면 95년 서울시의 경우에 주택 소유자의 6.8%에 해당하는 433,923명은 2채 이상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어, 전 국민의 1%에 해당하는 인구가 집 소유를 통한 부를 축적하고 있으며, 또 주민등록 번호가 부여되어 있지 않은, 즉 소유자의 연령이 확인되지 않은 주택도 약 22%인 150여 만채나 된다는 사실은 그냥 시장 경제에만 맡기는 경우에 가진 자와 못가진가 간에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주택보조금 제도, 서민주택의무비율 등 주택의 공간적 배분, 입지적 제한 등을 가하면서 공급의 평형을 지킬려고 노력해오고 있는데 이때 토지·주택 정책은 건설교통부가 주관하면서 지방자치단체에 그 인허가를 위임함으로서 공급과 배분에서 역할 분담을 해오고 있는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었다.
즉 지금까지의 토지·주택정책은 건설교통부를 중심으로 사회복지정책에 비중을 두면서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는 시장경제를 혼용하는 절충형 정책을 채택해 왔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상존하고 있다. 즉 한 나라의 지역정책은 도시와 농촌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이를 위해 도시개발을 추진하면서 토지와 주택을 공급하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도시, 그 중에도 서울 중심의 집중현상이 심화되어 지역 간 불균형을 극심하게 표출하는 대표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주택의 질적 가치에서도 사회적 문제가 제기될 만큼 빈부의 격차가 커지고 있어 토지·주택 시장에서의 불만이 국민 모두에게 점차 확대되고 있는 시점이다. 특히 서울 등 6대 도시의 주택 보급률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으며 재건축, 재개발, 주상복합건축 등 건설교통부가 마련한 정책부분에서 불합리성이 표출되어 주택 가치의 급격한 상승만을 초래하였다. 그 결과 주택이 갖는 고유한 가치보다 사회적, 기회주의적 가치가 확산되면서 중산층 이하에 큰 타격을 가하고 있고, 강남구 등 일부 특정 지역의 경우에는 국민소득 평균수준에서 집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러 중산층 이하 서민들에게 원성을 사고 있는 것이다. 즉 현대사회에서 주택문제는 보건·교육 등과 같이 사회복지 기능으로 간주되고 있는데 시장 경제적 특성이 강조되다보니 입지조건이 좋은 지역의 토지·주택 가격은 과도하게 상승하여 부동산 거품에 대한 우려까지 낳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복지기능으로 주택문제를 바라보는 경우에 이를 담당하는 정부기능은 보건복지부가 주도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할 것이다. 이 경우에 시장기능에 의한 토지·주택공급 관리는 재경부, 복지개념에 의한 공급은 보건복지부 그리고 장기적인 토지·주택공급을 위한 정책은 건설교통부가 담당한다면 건설교통부는 국토계획, 도시계획, 단지이용계획 등을 통해 객관적인 입장에서 정책을 조정하게 될 것이고, 토지· 주택 공급에 따른 기술적 안전과 품질을 통제함으로서 국민의 입장에서 국토의 효율을 높이고 경쟁력을 제고하면서, 시설의 질을 높이고, 미래에 다가올 문제를 국가적 차원에서 조정하는 기능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건설교통부는 장·단기 토지주택공급 계획을 마련하면서, 시장 개입과 감시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안전과 품질까지를 다루다 보니 객관적인 시각으로 자신의 정책을 조망하지 못하고, 물가정책과 복지정책 양대 정책 사이에서 정체성을 찾는데 한계가 노출되고 있다.
따라서 신 정권하에서는 토지와 주택 정책에 대한 기본인식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여 재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토지와 주택정책의 기본 목표는 국민 복지 서비스로서 역할을 수행하면서 소득 향상에 따른 질적 수준을 점진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이 필요하며, 아울러 적정한 부동산 가치를 유지함으로서 국가의 대외경쟁력이 잠식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으로 정의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토지·주택정책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함으로서 경기진작 등 여타의 경제적 운영 수단의 하나로서 토지·주택정책이 이용되지 않고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정책으로 자리 매김 할 수 있도록 정부조직간의 역할, 인허가제도, 시장운영 방법 등 모든 것이 재검토되길 바란다.
프로필
△1969 : 한양대 토목공학과 졸업 △1984 : 중앙대 대학원 공학박사(지반공학전공) △1987 : 영국 Oxford대 교환교수 △1981 ∼ 2001 : 중앙대 토목공학과 교수 역임 △1999 ∼ 200 : 중앙대학교 건설대학원장 역임 △대한토목학회/한국지반공학회 부회장 역임 △한국공학한림원/철도학회/PROMAT/구매조달학회 현재 부회장 △건교부/경제기획원/감사원/조달청 자문위원 역임 △현대건설/금호건설 사외이사 △국무총리실 공공 기술이사회 이사 역임 △국제해양극지학회(ISOPE) 지반분과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