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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지와 개발제한

재산권 행사 자제 지속적 발전에 기여

2002년 12월 17일 (화) 00:00:00

이상은

이상은 아주대 환경도시공학부 교수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하천관리 수단의 하나로 'Best Management Practice(BMP)'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BMP는 수질과 수량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유역관리 수단이며 여러 가지 제도로 구성되어 있는데 4대강 특별법 제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시행되고 있는 수변구역제도와 유사한 'buffer zone'지정제도 등도 포함된다. 수변구역이나 'buffer zone' 모두 하천이나 호소변의 일정지역을 지정하여 개발을 제한하고 오염의 자연 정화능력을 최대한으로 유지함으로서 하천이나 호소에 오염물질이 유입되는 것을 최소화하여 수질을 보전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비슷한 기능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buffer zone'으로 보호되는 지역이 대부분 주정부 소유 등 국공유지인 반면 우리나라는 대부분이 사유지라는 점이 크게 다르다.
따라서 미국의 경우 'buffer zone'으로 지정하여 개발을 제한하는 데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며 사유지인 경우도 그 땅을 매입하거나 사용권만을 매입하여 'buffer zone'의 기능을 충분히 하도록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대부분이 사유지인 경우는 사유지에 대한 개발을 법적으로 제한하고 있어 운영상에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개인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한다는 것은 계속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수변구역만의 문제가 아니고 특별대책지역, 국공립공원 그리고 그린벨트 등에도 발생하는 문제여서 자연환경 보호를 명분으로 개인의 재산권 행사를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 일견 너무 일방적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고 본다.
호주와 같이 광활한 면적을 갖고 있는 나라에서는 사유지에 대해 앞으로 100년 후에나 개발하게 될 지역이라고 제한을 하는 경우가 있으며 또한 이 같은 제한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가용면적이 극히 제한되어 땅의 재산가치가 높으며 사유지에 대한 애착도 커 이 같은 제한에 더욱 크게 반발하게 된다. 그러나 이같은 우리나라의 여건을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개발 제한이 풀릴 경우 그동안 억눌러 왔던 재산권 행사의 욕구를 분출하고 계속 증가되어 가는 개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환경친화적인 개발이라는 것은 뒷전에 밀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그린벨트 해제나 최근 발표된 국립공원의 일부 해제와 같은 정책의 변화는 아무리 환경을 최우선으로 하는 개발을 유도한다고 해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방향으로의 정책변화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이 제한되는 지역의 사유지를 매입하여 국가나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지만 이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을 마련할 수 없어 실행이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부에서 물 이용부담금 등으로 조성되는 재원을 활용하여 수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을 점차적으로 국가에서 매입하여 관리하는 계획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최근 모 지자체에서 문화유산을 복원하고 보전하는 계획을 시행하면서 계획 지역 내의 사유지를 매입하여 상업적인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사전에 막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 또한 최근 변화되고 있는 지자체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지자체에서는 복원계획이 추진되면서 인근 지역의 개발도 활발해졌는데 이 과정에서 사유지를 이용하여 각종 시설물들이 난립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 같은 계획을 추진하게 되었다고 한다. 많은 지지체가 개발 우선의 정책으로 난개발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개발을 추진하여 지방재정을 확보해 왔던 것을 생각할 때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느끼게 하였다. 물론 막대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어서 재정 여건이 어려운 지자체로 확산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제한된 시도라 해도 보다 효율적인 환경관리와 국토관리라는 차원에서 그 의미는 매우 크며 장기적인계획에 의해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발전이 우리 후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세대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발전을 의미한다고 할 때 사유지이건 국공유지이건 환경용량을 초과하는 개발은 우리 후손들의 소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후손들에게 풍요로운 자연환경을 물려주어야 한다는 데에 국공유지와 사유지에 차이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사유지라 해도 스스로 재산권 행사를 자제하여 환경용량을 지키고 우리 후손들의 소유를 지키는데 동참한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 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같은 인식이 정착될 때 보다 효과적인 환경관리가 가능하게 되고 지속가능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졸업 △미국 Univ of California, Berkeley 환경공학 박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부원장, 기술관리센터 소장(1991∼98)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장(1998∼2001) △아주대학교 환경도시공학부 교수(2001∼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