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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광고물 개선 시급하다

전문가칼럼

2002년 12월 17일 (화) 00:00:00

신정철

신정철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도시미관을 구성하는 인공적 요소 가운데 건축물은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로 인식된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느끼는 도시미관 대상으로서의 건축물은 주로 가로변에 있는 건축물이 주요대상이 된다. 가로변 건축물은 도시미관의 질이란 관점에서 현재의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문화를 대표하는 것으로서 설계시점부터 뚜렷한 용도를 가지고 만들어지는 경우와 그렇지 않고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여 만들어지는 경우로 구분된다.
한편, 시민이 보고 느끼는 대부분의 도시 모습은 가로의 모습에 의해 결정된다고 할 만큼 그 영향력이 크다. 이러한 도시의 모습은 가로와 건축물 자체보다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설치되는 여러 가지 간판광고물과 함께 인지된다는 점이 중요한 특징이다. 건축물의 용도가 간판광고물의 양과 형태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볼 때, 간판광고물의 다양한 형상은 오래된 기존가로와 새로 개발된 신설가로와의 차이는 신·구 건축물별로 큰 차이가 있으며, 가로변 간판광고물의 형상도 구식건축물과 신식건축물로 구성된 가로의 성격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또한, 자동차의 접근이 많고 용이한 지, 보행자의 접근이 많고 용이한 지의 여부에 따른 가로의 유형에 따라 설치되는 간판광고물의 형상이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지방도시의 경우에는 아직 개발잠재력이 대도시에 비해 높지 않기 때문에 용도가 특별히 분화되거나 중심성이 높지 않아서 대부분 비슷한 모습의 단순한 가로 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도시미관과 간판광고물간의 역할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세가지 내용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문화적 척도로서의 간판광고물의 역할을 들 수 있는 데, 도시미관을 구성하는 간판광고물의 디자인과 집합적 간판광고물로 조성된 도시환경은 그 사회의 문화적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로 인식된다.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간판광고물은 도시미관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으며 이는 그 나라의 디자인 수준을 나타내는 결과로 볼 수 있다.
둘째, 도시미관 증진 수단으로서의 간판광고물의 역할을 들 수 있는 데, 도시미관과 디자이너의 개성을 살린 창의력으로 문자위주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기업과 상품의 이미지를 우아하게 표현하는 여러 가지 기법이 시도되고 있다. 천연색 위주의 색채, 부드럽고 깨끗한 이미지 표출, 그림·사진 등의 사실적 표현, 환경조형물에 의한 디자인 정체성의 확보 등으로 셋째, 쾌적하고 아름다운 도시미관 조성과 간판광고물의 역할을 설명할 수 있는 데, 간판광고물이 도시미관 증진의 중요한 요인으로 인식되는 것은 우리가 살고있는 생활환경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보편적인 규범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쾌적하고 아름다운 도시미관의 구성요소는 건축물과 이를 기반으로 건축물의 외관을 장식하고 있는 광고물, 가로수, 교통표지판 등으로 이루어지는데 시각적 자극이 큰 간판광고물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도로방식에 의한 주소표시제도 국가의 가로경관이 비교적 우수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 있어서는 해당점포나 업소의 위치와 장소표시를 주소표시에 의한 홍보보다 시각적 흡인효과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시각적 장소성의 강조가 지나친 나머지 경쟁적으로 간판광고물의 홍수를 야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로방식에 의한 새주소표시제도의 중요한 기대효과 중 하나인 간판광고물의 난립방지를 통한 도시미관 증진효과를 극대화하여야 할 절실한 시점이다.
새주소표시제도의 도입으로 인하여 주소찾기를 쉽게 하여 우편배달, 방문 등 생활편익증진을 통한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물류비용의 절감, 통신판매촉진 등을 통한 경쟁력이 상당수준 강화될 것이다. 긴급한 출동을 요하는 범죄, 화재 등 사고와 재난, 재해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새주소표시제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인식의 확산을 통하여 차츰 구매, 의료, 행정 등의 서비스가 필요할 때 새로운 주소로 표시된 장소를 확인하기 위하여 도로방식에 의한 지도의 활용이 보편화되어 지도맹(地圖盲)의 탈피를 촉진시키게 될 것이다 .
이에 따라 충동구매형식과 같이 당초 의도하지 않았던 물품을 구매하는 것처럼 막연히 어느 특정장소에 가면 얻고자 하는 서비스 제공 점포가 나타나리라고 예상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의식구조가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선진국에서 보편화되어 있는 서비스 업종별 전화번호부의 활용에 따라 업소 또는 점포가 주소와 함께 수록됨으로 인하여 해당주소를 쉽게 찾아가서 서비스를 받는 형태로 실생활화할 가능성이 높아 질 것이다.
이와 같이 새주소표시제도의 정착으로 인한 의식구조의 전환은 정보전달매체로서의 기능성을 강조하는 간판광고물의 홍수 또는 범람으로 표현되는 문제점을 해소하여 도시미관을 증진시키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프로필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미국 Stanford University 도시공학 박사, 건설부 주택국 사무관,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 위원(1998-현재), 국토연구원 국토포럼 사무국장, 선임연구위원(1985-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