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편집 : 2024.4.26 금 18:36

홈 > 뉴스 > 투자리포트 > 부동산산책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전문가칼럼

2002년 11월 22일 (금) 00:00:00

신정철

신정철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공공의 안녕질서를 보장하고 공공복리를 증진하며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도시계획시설의 결정결과가 어려운 국면을 겪고 있다. 도시계획시설은 토지소유자의 행위제한을 통해서 무질서한 도시개발을 억제하고 미래의 도시계획시설 용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과 그 과정에서 토지소유자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하여 왔다는 측면 등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토지소유자의 입장에서 보면 도시계획시설의 결정은 계획규제로 볼 수 있는데, 계획규제가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규제로 인한 이해관계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도로, 공원, 유원지 등의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채 수십년 동안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재산상의 불이익을 받고 있다면 이것은 불공평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불공평한 일들이 도시계획시설의 결정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도시계획시설의 결정은 계획이라는 큰 범주에서 보면 예정대로 집행되어야 그 의의가 있다. 또한 계획의 주체가 공공이고 그 내용이 민간부문의 행위를 제한하는 도시계획에 있어서는 다른 경제주체에게도 경제적 손실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도시계획시설의 결정으로 인하여 장기간 집행이 안된 상태로 있는 많은 시설들이 있는데, 특히 도로, 공원, 유원지, 녹지 등으로 대표되는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은 다른 어떤 행위규제 보다도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1999년 10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일치 판정, 2000년 7월 도시계획법의 전면개정 등을 통하여 공익과 사익과의 조화 모색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은 계획자체가 불합리하게 결정되었거나 계획 당시와는 여건이 변하여 시설 설치의 필요성이 감소된 시설을 과감하게 정비하지 못한 부분도 있으나,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누적의 가장 큰 원인은 계획집행주체의 예산부족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공공의 집행주체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집행을 장기간 미룰 수 없게 되었다. 계획추진이 불가능한 시설을 해제해 버리거나 그렇지 않으면 재원을 확보해서 사업을 집행해야 하는 양자택일의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은 당초의 시설결정 단계에서 의도하였던 목적과 시설이 지니는 여러가지 기능의 불이행에 따라 시설의 공급이 적기에 제공되지 못함으로써 장기간 불완전한 이용이나 이용이 불가능한 상태에 있는 도시계획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의 누적적 발생은 사유재산권 제한으로 인한 민원발생, 연차별 집행계획수립의 지연, 특수한 사회적 여건변화에 따른 유연성 부족 등의 문제점을 야기하게 되는데,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유재산권 제한과 민원발생의 문제는 미집행 시설을 존치시키고자 하면 재정적 여건이 뒷받침이 안되고, 반대로 미집행 시설을 해제하고자할 경우 도시환경을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나타나는 결과로 인한 것이다. 도시계획시설을 계획·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재정능력이 없기 때문에 결정된 미집행 시설에 대한 사업을 집행하지 못하는 데에서 민원이 발생된다. 민원인들은 행정청의 제도와 시책에 대하여 반발하며 개발행위의 제한 등 사유재산권 행사의 피해에 따른 민원의 제기와 공공부문의 시책에 대한 불신감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둘째, 연차별 집행계획수립의 지연 문제는 도시계획결정 후 2년 이내에 연차별 집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이행의 지연을 의미하는 것이다. 도시행정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공영개발, 토지구획정리, 민자유치사업 등 다양한 투자방식을 장기 미집행 시설별로 선정하여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비와 관리를 위한 연차별 투자집행계획의 작성이 필요한데 많은 지방자치단체는 집행과 관리에 대한 예정된 절차없이 미집행 시설을 방치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셋째, 사회적 여건 변화에 따른 유연성 부족의 문제는 지역적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계획시점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집행시점에서 집행이 불가능한 경우가 발생될 때 야기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간의 합의에 의한 도시계획수립이 요구되는 시대를 맞아, 미집행 시설은 주민의 사유재산 보호라는 차원에서 불합리한 시설을 과감하게 해제 또는 조정함으로써 계획으로만 그친 많은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을 유연하게 정비하여야 할 것이다.
프로필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미국 Stanford University 도시공학 박사, 건설부 주택국 사무관,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 위원(1998-현재), 국토연구원 국토포럼 사무국장, 선임연구위원(1985-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