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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에 허덕이는 공기업

기자의 눈

2002년 11월 05일 (화)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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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교부 산하기관들이 각종 감사로 허덕이고 있다.
한국토지공사, 대한주택공사, 대한주택보증, 한국감정원 등은 10월초 끝난 국회 건교위 국정감사에 이어 감사원 감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이들 공기업들이 1년에 받는 감사만 해도 줄잡아 5~6회 정도다.
매년 국회 건교위 국정감사, 감사원 감사, 내부감사, 정부투자관리기본법에 의한 회계감사 등이 정기적으로 계획돼 있다. 이 외에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약관심사, 소비자보호원의 실사 등도 사실상의 감사와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다.
정부투자기관 관계자는 "심하게 말하면 1년 내내에 감사준비만 하다가 다른 일을 못하는 지경"이라며 "한해동안 감사준비자료를 모으면 트럭 한 대 분량은 족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국정감사, 투자기관인 정부의 감사원감사, 조직내부 감사, 특별법으로 정한 회계감사, 어느 것 하나 이론상으로 필요치 않은 것은 없다.
하지만 올 국감에서도 그랬듯이 국회 국정감사는 일종의 '정치적 이벤트'화되고 있는 실정이고 감사원감사와 내부감사 그리고 회계감사는 중복되는 감이 없지 않다.
이에 대해 한 피감기관의 관계자는 "올 국정감사도 특별한 이슈도 없이 여야간의 힘겨루기만 계속됐다"며 "이런 국감을 위해 몇일 밤을 새우며 자료를 준비하는 것은 너무나 비효율적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한주택공사, 한국토지공사, 대한주택보증, 한국감정원 등이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제출한 국정감사요구자료, 추후 답변자료, 보도자료를 합치면 책 몇 권 분량이 넘는다.
또 다른 정부투자기관 관계자는 "일부 직원들은 각종 감사에 걸리지 않으려고 필요이상으로 보수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며 "때문에 새로운 사업 구상, 대고객 지원업무 등 발전적인 사업을 추진하는데 많은 애로를 겪는다"고 토로했다.
공기업체 직원들의 '감사를 받을 때마다 한명씩 옷을 벗고 나간다'는 우스게 소리는 감사가 주는 중압감을 잘 표현한다.
단순히 감사가 많다는 것이 잘못이라는 지적은 아니다. 내실보다는 소모적인 잦은 감사는 결국 그 피해가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에 문제가 있다. 공기업은 민간기업에서 하기 힘든 공익사업을 정부가 대신해 하는 기업조직이다. 이런 공기업도 결국에는 소비자인 국민들의 눈치를 봐야 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수 있는 것이지 투자자들의 눈치를 봐서는 대국민 서비스의 질 향상은 요원한 일일 테다.
상황이 이렇다면 정부는 각종 감사로 힘들어하는 공기업 근무자들의 불평에 귀기울여 제도개선에 신경을 써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