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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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만이 능사인가

기자의눈

2002년 09월 26일 (목)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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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재건축 안전진단 신청 단지의 90%가 서울시의 심사에서 탈락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서울시가 재건축안전진단 평가단을 운영한 지난 3월 23일 이후 안전진단을 의뢰한 92 건 중 불과 6개 단지만이 재건축판정을 받았던 것이다. 안전진단 평가를 받은 곳도 13건에 불과했고 24건은 아예 신청이 반려됐다. 이밖에 안전진단을 신청한 92개 단지 중 30%인 27건은 준공된 지 20년도 채 되지 않은 양호한 건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만 봐도 부동산 시장 수요자들에게 '재건축 제일주의' 풍토가 얼마나 만연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재산증식의 가장 좋은 수단으로 여전히 재건축을 꼽으며 재건축만이 능사라는 태도가 무리한 재건축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건설폐기물처리 및 각종 사회적·경제적 손실 등을 헤아려 볼 때 지은지 20년 남짓한 멀쩡한 아파트들을 부수고 새로 지으려는 무리한 재건축은 심각하게 재고되어야 마땅하다. 아울러 재건축의 대안으로 꼽히는 리모델링이 하루 빨리 자리를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리모델링은 공사비 절감과 공사기간 단축 및 건설폐기물 절감효과 등에서 재건축과 비교해 탁월한 장점을 지닌다. 또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도시 고밀화 및 재건축을 목적으로 한 고의적 슬럼화를 방지할 수 있는 대안이 되며 신축에 따른 자원낭비 및 환경파괴도 지양할 수 있다.
현재 우리 나라 재건축 시장의 움직임을 볼 때 리모델링은 가장 적합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웃인 일본의 리모델링 시장은 이미 전체 건설투자의 30%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90년대 거품경제의 붕괴로 신축 건설시장이 위축됨에 따라 건설업체들이 리모델링 시장을 본격 개발했던 결과, 리모델링 비율이 30∼50%에 이르는 프랑스, 영국 등의 성숙형 건설시장에 급속히 근접해 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전히 부족한 소비자의 인식과 법령정비 및 지원정책이 미비한 점을 고려할 때 향후 발전가능성은 오히려 높다고 할 수 있다. 100년을 살 수 있는 아파트를 짓고 그 안에서 보다 효율적인 주거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선진국형 건설문화가 하루 빨리 정착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과 업계의 기술개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