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편집 : 2024.4.26 금 18:36

홈 > 뉴스 > 뉴스 > 건설

건설사 현장직원 격무에 허리휜다

일손 부족한 데 공기마저 빠듯

2002년 08월 27일 (화) 00:00:00

부동산신문

renews@renews

건설회사 현장직원들이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대기업인 L건설의 계열사 할인마트 공사현장에서 기사로 일하는 K씨는 빠듯한 공기를 맞추기 위해 하루걸러 한번씩 야근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중견 I업체 아파트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K씨도 "수많은 작업인부 관리에다 본사에 보고할 자료 준비 등으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고 말한다.
건설사 현장직원들이 힘들어하는 요인으로는 공기단축 경쟁, 부족한 인력, 잦은 근무지 변경, 각종 사무업무, 협력업체 관리 등을 들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건설업체마다 상반기 사업실적이 호조를 보이면서 건설물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상반기 대비 올 매출액 상승률은 대림산업 6.3%, 현대산업개발 17.1%, 신세계건설 53.6%, 남광토건 13.6%, 계룡건설 8.9%등이다. 매출액이 증가한 만큼 건설되는 물량과 건설이 계획되어 있는 물량이 많다는 의미다. 또 올 상반기 건축허가 면적이 작년보다 66.8%나 증가해 계획된 건설물량도 만만치 않다.
건설사 현장직원들이 힘들어하는 이유는 또 있다. 기성이 1,500억원 정도 공사에 건설사 본사에서 투입되는 인원은 많아야 20명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때문에 공사기간중 연인원 1,000여명에 달하는 인부와 협력회사 인력을 관리해야 한다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보통 공사현장에는 과장급이 현장소장을 맡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대리급이 공무과장을 하게 되는데 나이 많은 협력업체 담당자와의 관계설정이 쉽지만은 않다. 또 현장에 배치된 신입사원들의 직급은 낮지만 현장경험이 풍부한 공사인부와 겪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공사기간이 바로 건설비와 직결되기 때문에 공기단축과 빠듯한 공기를 맞추는 것도 현장직원들에겐 부담이다. 이런 현상은 최근 같은 계열사 공사현장이 더 심하다. 수도권의 한 할인매장 공사현장에서 기사로 일했던 K씨(현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어느 업체가 먼저 개점하느냐에 따라 매출액이 달라지는 할인마트 공사의 경우 야간에 조명을 비춰가며 공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전한다.
현장에서는 공사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업체에 따라 대관업무 및 민원업무도 현장기사(공무과장)가 직접하는 경우가 많다. 각종 인허가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수집해 본사에 보고하고 입주자 현장점검에서 하자보수 처리, 준공검사시 공사금액 산정자료 정리 등 사무업무량도 만만치 않다. 강서구 방화동의 D건설 현장소장은 작년 진입로 문제로 해당구청을 수차례 출입해 자료를 제출하고 민원을 해결하기도 했다.
건설사 현장직원들이 느끼는 불편함중에는 잦은 근무지 변경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보통 아파트 공사기간이 2∼4년 정도인데 사업이 끝나면 다른 사업장으로 옮기게 된다. 서울, 대구, 부산, 제주, 강원 등 전국 방방곳곳 사업이 있는 곳이라면 몇 년간은 그곳에서 머물러야 한다. 따라서 근거지를 서울에 두고 혼자서 지방사업장을 옮겨다니는 주말부부도 많다. 자녀 교육문제도 쉽게 풀리지 않는 숙제다. 토목공사의 경우 인가도 드문 곳에서 장기간 근무하기도 한다.
이처럼 고된 일을 하는 현장직원들이지만 자신의 일에 만족을 표하는 사람도 많다. 강원도에서 근무중인 현장기사는 "지금은 약혼녀와 떨어져 있어 불편하지만 하루하루 구체화되는 건축물을 보고 있으면 뿌듯함과 보람을 느낀다"고 전한다. 또 인천에서 근무하는 L씨는 "일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배우는 것도 많아 나날이 성장하고 있어 만족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