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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아파트 가격 결정 키워드 부상

1가구 2차량 증가 아파트 단지도 주차난

2002년 08월 01일 (목)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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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이 아파트 가격을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바로미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주차장으로 인해 울고 웃는 아파트 단지가 한둘이 아니어서 주차장이 가지는 아파트 시세에서의 비중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이는 1가구 2차량 추세의 증가로 그간 주차 문제가 적다던 아파트 단지도 주차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넉넉한 주차장 확보가 아파트 단지의 가치를 높이는 또 하나의 방법이기도 한다.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여성운전자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정기적으로 운행하지 않는 차량이 증가하게 되고, 주간에도 주차장에 차들이 빼곡히 들어선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오랜된 아파트일수록 지하주차공간이 없어 주차난이 더욱 심각하다. 최근 지어진 아파트도 지하 주차를 꺼려하는 성향으로 지상주차장은 지금도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넉넉한 주차공간 확보는 이미 분양업체의 중요한 홍보메뉴가 되고 있다. 아울러 지하주차장을 지상공간처럼 밝고 깨끗하게 꾸미는 등 업계의 주차장을 통한 아파트 가치 상승 노력이 치열하다.
한편 지상 주차장을 없애고 전부 지하주차장만으로 꾸미는 경우도 있다. 이는 일차적으로는 단지의 녹지공간 확보와 보행자의 안전을 생각한 설계지만 내면적으로는 주차장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왜냐하면 법적으로 1가구 1주차장을 확보해야만 하는 아파트의 특성상 지상에 없앤 주차공간만큼 지하 주차장을 확보해야 하기에 그만큼 지하 주차공간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덕동 대우 메트로디오빌은 아파트와 오피스텔 복합단지가 갖고 있는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지하 1, 2층과 지상 1, 2층에 생활편의시설을 갖추고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해 지하 3~7층은 모두 주차장으로 설계했다.
서울시는 지난 22일 오피스텔, 주상복합건물도 아파트로 사용되는 공간에 대해서는 1가구 1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는 서울시가 최근의 아파트 주차난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 용적률기준 강화방침 역시 주차공간을 확보하겠다는 서울시의 의도가 내포된 계획이다. 주상복합 등 오피스텔의 경우 현행은 가구당 0.7대만 확보하면 된다.
주차장이 멀리 떨어져 불편할 뿐 아니라 아파트 가격도 떨어진다며 시공사를 상대로 입주민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지법 서부지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지하주차장과 연결돼 있지 않아 주민들이 150m 이상 떨어진 다른 동의 지하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은 아파트 매매가나 임대료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입주민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부천시는 시장의 시정 목표가 바로 주차장 많은 도시 건설이다. 부천시 17대 시장으로 취임한 원혜영(51) 신임 시장은 취임사를 통해 부천을 박물관, 공원, 주차장이 많은 ‘3다(多) 도 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주차장 확보가 아파트 단지의 가치 상승은 물론 도시의 이미지까지 상승시킨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매년 일반회계 예산의 5%를 주차공간 확보에 투입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했다.
아파트의 주차공간은 주택건설촉진법에 규정되어 있다. 가구당 주차대수가 1대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전용면적 60㎡이하인 경우 0.7대까지 가능하다.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에는 평일 오후인데도 주차장이 부족하여 이열로 주차된 경우를 흔히 볼 있다. 주차·출차로 인해 다툼이 끊일 날이 없다는 게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의 이야기다.
서울의 승용차 보유대수가 200만대를 돌파한 현재. 주차장과 도심 진입에 대한 각종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동차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아파트 단지를 만드느냐에 따라 가격 형성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향이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 전망한다.
이에 대해 당산동의 한 중개업자는 "아직은 주차장을 통해 구체적인 가격차를 살피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언급한 뒤 "주차장을 고려하지 않고 입지와 조망권 등만 생각하고 집을 장만한 뒤 주차난으로 불편해하는 고객을 많이 볼 수 있다"고 전한다. <이자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