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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사도세자
2023년 02월 03일 (금) 08:36:51 박영 작가 renews@renews.co.kr
   
(사진: 박영 작가)

원당의 서삼능에는 희릉, 효릉, 예릉, 세 능이 있다. 그래서 서삼능이라 한다. 중종과 중종의 계비 장경왕후, 인종과 인성왕후, 철종과 철종비 철인왕후의 능이다. 그 일대에 왕실 묘지가 이루어져 명종, 숙종의 능과 그 외에도 왕자, 공주, 후궁들의 묘들이 있고 소현세자의 묘도 이곳에 있다.

조선 왕가 사람들의 능들이 있는 이 곳 왕릉의 주변은 대체로 식물군락들을 잘 보존한다. 뿐만 아니라 흔치 않은 다양한 식물군이 있어 흥미롭기도 하다. 웬만한 수목원 보다 식물들이 더 잘 돌봄을 받아 나무들도 보존이 잘 돼 있다.

특히 휴일에는 관광객들과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많다. 잘 관리돼 있는 잔디 덕분에 아이들이 뛰어 놀기에 좋아 젊은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역사 공부도 시킬 겸 많이 방문한다고 들었다.

나는 왕들의 능을 돌아 보며 특히 철종의 능을 바라보며 여러 감정들이 잠깐 오갔다. 철종은 조선 제 25대 왕이다. 19세에 즉위하고 14년(1849~1863) 재위했다. 그리고 33세의 젊은 나이에 붕어했다. 이 짧은 기록으로도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드는데, 철종은 본의 아니게 왕가에 태어난 운명 때문에 강제로 왕위에 올랐다. 그는 아마도 원치 않은 삶을 살게 되어 행복하지 않았을 것 같다. 강화도에서 자연을 벗삼아 아무런 책임도 의무도 없는 그야말로 이원범이라는 자연인으로 살다가 느닷없이 지존이 되었으니 그 삶이 편안했을 리가 없지 싶다.

철종이 된 이원범은 정조의 이복동생 은언군의 손자이다. 이원범은 형인 회평군의 옥사로 가족과 함께 강화도에 유배되어 농부로 살고 있었다. 그러니까 철종은 저 유명한 사도세자의 증손자인데 조정에서는 헌종이 후사없이 세상을 떠나자 그래도 왕의 핏줄이며 영조의 현손인 원범을 낙점하여 왕으로 모셔갔다.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후궁들에게서 태어난 이복형제들을 살릴려고 무진 애를 썼으나 결국 살리지 못했는데 손자 중 하나인 원범이 무사했던 것이다. 해서 조정의 실권자들인 안동김씨들은 무지몽매한 왕의 혈육, 즉 만만한 왕족 중 하나를 데려다 왕으로 세운 셈이다. 본인이 왕손이거나 말거나 먹고 살기 바빴던 농부, 이원범을.

나는 여기서 철종의 그런 이상한(?) 생애를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영조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로 세자였던 사도세자는 왕이 되지 못하고 죽었는데 훗날 그의 후궁이 낳은 천덕꾸러기 증손자로 왕이 되게 했으니 사도세자는 저쪽 세계에서 묘한 미소를 입가에 흘리고 있지 않을까.....

그 뿐만이 아니다. 왕이 못된 사도세자의 후손은 6명이나 왕이 되었다. 아들 정조, 손자 순조, 증손자 헌종, 증손자 철종, 그리고 고종. 순종까지.

고종의 할아버지, 즉 대원군의 아버지 남연군이 본래는 인조의 셋째아들 인평대군의 7대손이었다. 남연군은 28세 되던 해, 사도세자의 아들이며 정조의 이복동생인 은신군의 양자로 입적, 종친이 되었다. 하여 대원군은 아들을 왕으로 만들 명분을 만들 수가 있었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인가 싶다. 사도세자 본인은 세자로 오랜 기간 부왕으로부터 상처받으며 정신병까지 걸려 고생하다가 뒤주 안에 갇혀 굶어 죽었는데 그 후손은 6명이나 왕위를 이었다니.

사도세자가 그렇게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할 때에 누가 이런 미래를 상상이나 했겠는가.

사도세자가 미쳤느니 아니니 말들이 많지만 여러 정황을 살펴 볼 때 그의 병은 부자간의 갈등에서 생겨난 심리적인 현상이 여러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 짐작된다. 요즘 사람들은 아마 노이로제, 혹은 공황발작, 뭐 기타 등등의 병명으로 판단할테지만.

사도세자의 캐릭터나 특히 영조의 캐릭터, 그리고 그 때의 조선의 정치적 상황 등은 매우 흥미롭다. 나는 언젠가 사도세자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열렬한 뜻을 품고 있었으나 실천하지 못했다. 나는 그를 주인공으로 쓴다면 그를 미쳐서 정신 나간 남자로 그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의 비극적인, 지독히도 운이 나쁜 짧은 생애에 대해서 나는 다른 시선으로 그려볼 구상이 돼 있었는데 그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못하고 말았다. 참 아쉽다. 섹스피어라면, 그가 사도세자를 주인공으로 작품을 쓴다면, 그의 희곡 어떤 작품보다 사도세자를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썼을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 죽은 자는 산 자를 제어하지 못한다는 걸 왕릉 앞에서 생각했다. 죽은 자가 어떻게 죽었건, 그의 의사가 어떠했건 산 사람들은 자신들이 편리한대로 세상을 만든다.

죽은 자는 죽었으니까?

[박영(朴怜)은 TV 및 라디오 드라마 작가다. 대표작으로 MBC TV 드라마 ‘사랑의 계절’, 시추에이션드라마 ‘알뜰가족’, KBS 라디오 ‘대공수사실록’ 등이 있다. 장편소설도 출간했다. ‘정오의 탈선’ ‘김마리라는 부인’(영화화 됨), ‘내일은 천국이고 싶다 ’ ‘러브어게인’ ‘동경에서 서울까지’ ‘해피 투게더’ 등이다. 그 외 신문, 잡지 등의 매체 기고가로 활동했다. 해외에서 이브 몽땅(배우, 가수). 도이 다카코(일본 사회당 당수). 루이제 린저(독일 작가). 등을 인터뷰했고, 국내에서는 정·재계 및 예술인들을 다수 인터뷰했다. 편집자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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