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반도는 격랑 속에 있습니다. 난국 타개의 해답을 역사에서 찾으려는 것입니다.”

‘왜 김유신 인가?’라는 필자의 질문에 <소설 김유신>을 쓴 안병호(71) 작가의 답이다. 그레이펄슨이 출판한 책이다. 필자는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한반도는 지금 격랑(激浪)에 휩싸여있기 때문이다.

‘김유신은 누구인가?’

김유신은 한반도 역사에서 삼한통합을 이룬 중추적인 인물이다. 물론 혼자서 이루어낸 것은 아니다. 수많은 인자의 조합(협치)에 의해서다. 운명이 그를 밀어준 것이기도 하다.

(안병호 작가)

안병호 작가는 김유신을 무대에 올려 삼한통합의 역사적 사건을 전개하면서 미래를 비춰봤다. 우리에게 익숙한 소제목은 설파를 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이었다.

그는 정사와 유사에서 많은 기록을 할애하고 있는 김유신에 대해 지금까지 해석하지 못하고 있던 단막을 새롭게 풀어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격문이 ‘이 책을 덮을 때에 와 닿을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총17부로 엮어진 이 책은 담장을 넘은 사랑·천관녀의 도움·백제 무왕·유신과 춘추·통합의 비법·황룡의 전설·구층탑의 정체 등 흥미로운 역사가 알알이 영글어 있다. 흘러간 과거가 아니라 현재이자 미래의 모습들인 것이다.

“신라 제24대 진흥왕의 정비인 사도태후는 진흥왕의 뒤를 이은 둘째 아들 사륜왕(재위 576-579)을 내치고, 장손인 진평왕(재위 579-632)을 등극시키면서, 그림을 그려보았습니다.”

안병호 작가의 말이다.

작가는 유신의 출생당시의 신라의 정국을 이렇게 단박하게 서술하고 있다. 고구려에서는 서기590년에 26대 영양왕이 즉위하고, 594년에 연개소문이 출생했다. 다음해인 595년 신라에서 김유신이 출생했다. 백제에서는 서기598년 28대 혜왕이, 599년 29대 법왕이, 이어 600년에 30대 무왕이 즉위했다. 그리고 신라에서 604년에 김춘추가 출생한다. 김유신은 김춘추 보다 9살이 많았다.

삼한 통합 비법은 보검에 있어

삼한 통합은 보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계속되는 안 작가의 말이다.

“삼한통합의 뜻을 세우면서 등장하는 보검을 얻게 된 과정과 왜 보검이 삼한통합의 비법과 관련 있는 것인가?에 대해 명쾌히 사료를 해석했습니다. 김유신은 단석산에서 강쇠 만드는 비법을 받았지만 보검을 바로 얻을 수 없었습니다. 김유신은 보검을 얻기 위해 인박산에 올라 중악에서와 같은 기도를 올렸습니다.”

강쇠를 달구고 두드려 애쓰니, 강쇠에 태양 빛의 영기가 내려 보검을 만들 수 있었다. 밤이 되어 남극성과 북극성이 발하여 보검을 비추자 검이 살아있는 듯 요동쳤다. 만들어진 보검으로 바위를 내리치니 단번에 둘로 갈라졌던 것이다.

천관녀의 존재에 대해서는 좀 더 유추해서 신녀라는 인자를 들추어내면서 유사에서의 재매부인과의 연관성도 제시했다.

백석사건이 있은 후에 혼란스런 마음을 다잡을 수 없었는데, 그나마 천관녀와의 만남이 상당한 위로가 됐던 것이다.

설왕설래하는 선화공주와 무왕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사적을 바탕으로 재해석했다. 천명공주, 덕만공주, 선화공주는 진평왕의 딸이다. 백제의 무왕이 된 서동과 선화공주의 이야기를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덕만공주(후일의 선덕여왕)의 자매라는 것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백제 서동은 어미가 용과 교합하여, 즉 위덕왕과의 사이에 얻은 적장자였다. 그러나, 귀족들의 힘에 밀려 왕경 남쪽 습지에서 마를 캐며 홀어미와 살아가고 있었다.

왕조의 평안을 위한 황룡사 9층탑

경이로운 서술로는 김유신·선덕여왕·황룡사 9층탑과의 유기적 결합설을 제시한다. 어쩌면, 가장 먼저 전제돼야하는 명제였던 것이다. 책 속으로 들어가면 아주 중요한 대목이 나온다.

“황룡사에 구층탑을 세우시오. 그러면 이웃 나라들이 항복할 뿐만 아니라, 아홉 나라가 조공해서 왕조가 길이 평안할 것이오.”

이 책은 본격적인 삼한통합의 실행으로 들어가면서 김유신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사건들의 실체를 파 해쳤다. 서기654년 진덕여왕이 붕어했다. 진덕여왕은 8년간의 재위기간에 실로 엉킨 실타래를 잘라 새로운 시대를 준비했다. 그리고 제28대 왕으로 김춘추가 등극했다.

서기659년, 현경4년에 백제 오회사(烏會寺)에 크고 붉은 말을 탄 괴한들이 나타나 절을 포위하여 절의 장인들을 주살하고 중요 시설을 파괴했다. 서기661년 신라 태종무열왕 김춘추가 죽자 태자 법민이 왕위를 이어받았다. 이가 문무왕이다.

백제 멸망 후, 당나라는 백제의 통수권을 확보하기 위해 획책했다. 당 고종은 김유신에게 백제의 통수권을 줄 터이니 당나라의 신하가 되라고 회유하였으나, 김유신은 단호히 거절했다.

대업의 달성과 시대의 변화 그리고 김유신의 죽음에서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 서기668년 9월, 고구려 보장왕은 나당 연합군에게 항복했다. 즉, 660년에 백제가, 668년에 고구려가 멸망했다. 자장이 중국에서 만난 노승의 예언이 모두 맞아떨어진 것이다.

황룡사 9층탑을 세운 지 불과 20여 년 만에 삼한통합의 대업이 달성됐던 것이다.

‘이 시대의 김유신은 과연 누구일까?’

(김유신 장군 동상/ 사진: 네이버)

안병호 씨는 대학시절 한흑구(1909-1979) 선생에게서 사사 받았다. 대학 졸업 후, 긴 절필의 시간을 가졌다. 그 후 ‘어링불’을 시작으로 장편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하고 싶었던 말들을 글로 썼다. ‘어링불’은 미국 워싱턴·스텐포드대학의 장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작품으로 어링불(스토리텔링컴퍼니), 루이델랑드(미다스북스), 로마에 묻다(마이디팟), 철의 왕국(이펍코리아), 오타 줄리아(이른아침), 천년의 불꽃(이른아침), 동학사 가는 길(이른아침)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