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이스탄불에 있는 국제공항의 이름이 ‘아타튀르크’이다. ‘건국의 아버지’라는 의미다. 터키의 초대 대통령 ‘무스타파 케말 파샤 아타튀르크(Mustafa Kemal Atatürk, 1881-1938)’를 기리기 위해서 붙여졌다.

그는 1923년 터키 공화국을 건국했다. 슐탄(Sultan)제를 폐지하고, 이슬람교와의 정교분리 등 터키의 근대화를 추진했다. 터키 대국민의회로부터 ‘아버지 터키인’을 의미하는 ‘아타튀르크’ 칭호를 받았다.

‘아타튀르크’의 동상과 사진은 터키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그만큼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아타튀르크의 용맹스러운 동상)

그가 잠들어 있는 추도원 ‘아느트카비르(Anıtkabir)’

터키의 수도 앙카라의 나지막한 언덕에 ‘무스타파 케말 파샤 아타튀르크’의 추도원 ‘아느트카비르(Anıtkabir)’가 있다.

추도원 입구 벽에는 그의 연설문이 크게 새겨져 있다.

“터키인들이여! 꿈을 가지라!”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그의 영묘가 있다. 묘지 앞에는 꽃으로 장식된 터키 국기가 있다.

군인이자 혁명가였고, 정치가였던 터키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 ‘무스타파 케말 파샤 아타튀르크’-그는 1938년 11월 10일 사망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터키 국민들의 가슴 속에서 살아 쉼 쉬고 있다.

그는 현실주의적 통치자이자 계몽주의자였다.

(추도원에 있는 아타튀르크의 밀랍 인형)

<지금은 어두운 밤이지만, 나는 ‘우리가 빛을 향해 가고 있다’고 확신한다. 내 확신은 내 나라와 국민들에 대한 나의 무한한 애정뿐 아니라, 내 눈앞에 있는 젊은 병사들- 즉, 나라를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을 지니고 있으며, 지금과 같은 어둠과 패악과 협잡이 판을 치는 어두운 세상에 빛을 비추려고 노력하는 젊은이들로 인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영국의 방송사(BBC) 출신 작가 ‘앤드류 망고(Andrew Mango)’가 쓴 ‘아타튀르크 전기(곽영완 譯)’에 담긴 글이다. 글 속에는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새로운 ‘희망의 빛’을 찾아가려는 젊은 혁명가의 불타는 의지가 확연하게 드러나 있다. 작가는 또한 “아타튀르크는 뛰어난 지휘관이었고, 예리한 정치인이었으며, 현실주의적 통치자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계몽주의자였다. 계몽주의는 성인(聖人)이 아닌 사람(人)만이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개혁가이자 청렴한 지도자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대통령으로 재직한 기간은 15년.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15년이 너무 짧았다. 일부 반대파들은 그를 독재자라고도 했다. 암살의 위기도 있었다. 그러나, ‘아타튀르크’는 비판자들과의 투쟁을 ‘빛과 어둠의 싸움’으로 생각했고, 과감하게 자신의 개혁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에 의해서 터키는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던 것이다.

그는 부패의 온상이었던 황실을 폐지했고 일부다처제를 없앴으며, 여성들에게 참정권을 부여했다. 법과 질서를 위해 행정·입법·교육 시스템을 개조했고, 헌법 개정을 통해 이슬람의 최고 통치자 제도인 칼리프(Caliph)를 폐지했으며,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새로운 체계를 세웠다. 또한, 오스만 튀르크의 터키어를 로마자로 만들어 문맹률을 낮췄다.

그러한 그에게도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왔다. 과도한 음주가 원인이었다고 한다. ‘아타튀르크’는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다는 것을 알고서 유서를 작성했다. 1938년 9월 5일에 작성한 유서는 의외로 간단했다.

“모든 재산은 인민당에 기증할 것이며, 거기서 나오는 수입으로 여동생 ‘막볼레’와 다섯 명의 딸(양녀)들에게 적당한 생활비를 기증하라!”

참으로 욕심이 없는 청렴한 유서다. 아타튀르크는 유서를 남긴 두 달 후인 1938년 11월 8일 “모두에게 평화를...”이라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기고, 11월 10일 이스탄불의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5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멈춰버린 시간 오전 9시 5분-

이스탄불의 ‘돌마바흐체’ 궁전과 앙카라의 추도원에 오전 9시 5분에 멈춰선 시계가 있다. 그를 숭배하는 사람들은 ‘그가 없는 이후의 시간은 의미가 없다’고 한다. 그만큼 그의 존재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아타튀르크의 추도원/ 많은 인파가 운집하고 있다)

그의 유해는 11월 20일 앙카라에 도착했고, 다음 날 터키 최초의 국장(國葬)이 치러졌다. 그리고, 국민적 합의에 의해서 ‘아타튀르크’- ‘터키인의 아버지’라는 명예로운 이름이 붙여졌다.

그 당시 일부에서 주장하는 강대국들의 신탁통치를 물리치고 자력으로 ‘독립적인 국가건설’이라는 대명제를 수행했던 그에게 터키 국민들은 ‘건국의 아버지’라는 월계관을 선사했던 것이다.

계절에 관계없이 ‘아타튀르크’의 추도원을 찾는 터키인들-그의 사망일인 11월 10일에는 100만 명이 넘는 추모객이 모이기도 한다.

‘터키 국민 75%가 그를 지지하고 있다’고 한다.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의 영혼(靈魂)에 대한 지지도(支持度)다. 얼마나 값지고 의미 있는 지지인가.

우리나라는 왜 온 국민이 우러러보고 숭배하며, 가슴으로 존경하는 대통령이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