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Ukraine) 침공에 대한 뉴스가 연일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 시키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거기에는 분명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역사적으로도 복잡한 관계였다. 특히, 1991년 소련의 붕괴 이후 현재까지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그 중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본다.

2016년,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로부터의 천연가스 수입을 중단했다. 2017년에도 재개하지 않을 전망이라고 표명한 바 있다. 2018년 9월, ‘1997년 러시아와 체결한 우호협력조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러시아 정부에 통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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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이 물드는 우크라이나 도시의 풍경)

러시아는 지난 해 11월경부터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9만 4000명이 넘는 군대를 집결시켰다. 미국의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은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행하면 막대한 경제적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미국은 NATO 각국과도 전화 통화를 반복하고 있으며, 침공이 행해질 경우 경제 제재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의 이러한 행동의 배경에는 ‘우크라이나가 NATO 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반발이 내재해 있다. 급기야, 유럽의 주요 지도자들이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를 촉구하고 있지만 아직도 안개 속이다.

‘우크라이나’인은 기마(騎馬) 유목민...오디세이에 등장해

유럽의 ‘빵 바구니’ 역할을 하다가 극심한 기근(飢饉)을 겪어야 했던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는 어떤 민족일까?

우크라이나의 역사학자이자 정치가였던 ‘미하일로 흐루셰브스키(1866-1934)’의 방대한 저서 <우크라이나의 역사>(한정숙譯)를 빌어서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려본다.

(역사학자이자 정치가였던 '미하일로 흐루셰브스키' 씨)

<기원전 7세기부터 아니, 어쩌면 이미 8세기일 수도 있을 시기부터 흑해 연안에는 그리스인들이 거주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골육상쟁이나 전쟁을 피해 멀리 도망쳐서 조용한 피난처를 찾고자 여러 도시로부터 이주해온 사람들이었다.>

그리스인들이 피난이나 교역을 위해 우크라이나의 흑해 연안을 들락거렸으나, 아예 눌러앉아 집을 짓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렇게 해서 그리스 식민도시들이 속속 생겨나게 됐다. 결국, 교역의 단계를 넘어 우크라이나에서 경제활동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스인들은 이곳 흑해 연안에 정착하면서 경제활동을 시작했다. 그들은 곡물을 경작했고, 포도를 재배했고, 물고기를 잡았으며, 이와 아울러 이웃에 살던 현지 종족들과 교역을 했다. 그리스 포도주, 올리브유, 직물과 다양한 장식품, 금은 제품들...>

그 대신 그리스인들은 곡물과 가죽, 여러 종류의 모피 등 우크라이나의 다른 상품들을 손에 넣었다. 경제활동에 이어 그리스인들이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크게 기여한 것은 지식을 가지게 한 것이었다. ‘미하일로 흐루셰브스키’의 책에 담긴 내용이다.

(터키의 술탄들에게 편지를 써주고 있는 우크라이나人의 선조, 코자크 족의 모습)

<그리스인들이 우리(우크라이나)에게 한 가지 기여를 해주었으니, 즉 그들 덕분에 우리는 그 당시 우크라이나의 흑해 연안 초원지대에 살던 민족들에 대한 지식을 가지게 되었다. 그들은 우리 쪽 흑해 연안에서 살았던 최초의 주민들을 ‘키메리아族’이라고 불렀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Odysseia)’에는 이 지역을 ‘영원한 얼음과 안개의 나라’라고 묘사돼 있다.>

“그곳에 키메리아 사람들의 슬픈 지방이 펼쳐져 있네.

축축한 안개와 구름안개에 영원히 덮인 곳, 인간의 눈앞에

헬리오스의 찬란한 얼굴, 이 결코 비치는 적이 없는 나라.”

키메리아族(Cimmerians)은 우크라이나에 최초로 출현한 기마(騎馬) 유목민이다. 기원전 1500-1000년경으로 알려져 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Ilias)’에 담긴 우크라이나 초원지대의 유목민에 대한 언급이다.

“이름 드높은 말 젖 음용자들, 우유를 마시는 빈민들, 모든 사람들 중 가장 정의로운 사람들.”

차이콥스키와 도스토엡스키도 우크라이나 출신

('유럽 최후의 대국, 우크라이나 역사'의 저자 구로카와 유지 씨)

<차이콥스키(Tchaikovsky)의 할아버지는 우크라이나 코사크 출신이다. 차이콥스키는 매년 우크라이나의 카미안카(Kamyanka)에 있는 여동생의 별장에 머물면서 그 지역의 민요를 바탕으로 ‘안단테 칸타빌레’ 등 다수의 명곡을 작곡했다. 도스토엡스키(Dostoevskii)의 선조도 우크라이나 출신이라고 한다.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발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세르게이 코롤료프(Sergei Korolev)’ 역시 우크라이나 사람이었다.>

駐우크라이나 대사를 지낸 일본의 구로카와 유지(黑川祐次·78)(안선주譯)의 신간 <유럽 최후의 대국, 우크라이나의 역사>는 이 민족의 잠재력과 우수성에 대해서 자세하면서도 현실에 입각해서 서술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유명인들이 러시아인으로만 알려졌을까? 모든 것이 러시아와 소련에 귀속돼 있었기 때문이다.

구로카와(黑川) 씨는 책에서 <우크라이나는 ‘나라가 없다’는 큰 결점과 언어와 문화 및 관습이 매우 유사한 대국인 러시아를 이웃으로 두고 있었으면서도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어려움 속에서도 정체성을 잃지 않고 우크라이나의 내셔널리즘을 고조시켰던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정체성(正體性)은 ‘변하지 아니하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일까?

(※참고 자료 및 사진/ 야후재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