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21.10.27 수 13:31
> 뉴스 > 투자리포트 > 장상인칼럼
       
‘한글과 견줄 문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한글의 우수성을 다시금 인식해야
2021년 10월 10일 (일) 12:23:37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코로나19 때문에 세월도 속도를 내는 것일까. 어느 사이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가을비 속에서 낙엽들이 바람에 흩날렸다. ‘비가 내리면 사람은 우산을 챙기고 꽃은 가슴부터 연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우산을 들고 여의도 공원에 갔다. 한글날을 맞아 세종대왕 동상을 찾기 위해서다.

   
(사진: 여의도 공원에 있는 세종대왕 像)

세종대왕은 1443년(세종 25년)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창제한 후 더욱 갈고 다듬어서 1446년(세종 28년) 9월 상순, 온 백성에게 알렸다. 그런데 한글날은 왜10월 9일로 정해졌을까. 1446년 9월 상순의 마지막 날인 음력 9월 10일을 그레고리력(Gregorian calendar)으로 계산한 결과 10월 9일이 된 것이다. 아무튼,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께 감사할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서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 미국인 헐버트

<중국 글자로는 모든 사람이 빨리 알며 널리 볼 수가 없고, 조선 언문은 본국 글일뿐더러 선비와 백성과 남녀가 널리 보고 알기 쉬우니 슬프다! 조선 언문이 중국 글자에 비하여 크게 요긴하건만 사람들이 요긴한 줄도 모르고 오히려 업신여기니, 어찌 안타깝지 아니하리오.>

이 글을 쓴 사람은 우리의 한글학자가 아니다. 파란 눈의 미국인 헐버트(Homer Bezaleel Hulbert, 1886-1949) 박사가 저서 <사민필지>의 서문에 쓴 글이다. 놀라운 일이 아닌가. 그 시대에 한글 사용에 대해 이토록 정곡(正鵠)을 찔렀으니 말이다.

헐버트(Hulbert)는 누구인가.

   
(헐버트 박사. 사진: 네이버)

그는 고종(高宗, 재위 1863-1907)의 부름을 받고 1886년 내한하여 육영공원(育英公院: 한국 최초의 근대식 공립교육기관)에서 외국어를 가르쳤다. 을사늑약 후 고종의 밀서를 휴대하고 미국의 국무장관과 대통령 면담을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한국평론>을 통해 일본을 규탄하고, 고종에게 헤이그 특사 파견을 건의하는 등 한국의 국권 회복 운동에도 적극 협력했다.

<사민필지>는 헐버트가 육영공원에 재직 중이던 1891년에 출간한 천체·세계지리·각 나라의 정부형태·산업·풍속·종교·교육·군사력 등을 설명한 천문지리사회책이다. 161쪽의 <사민필지>는 한자가 전혀 없이 순 한글로 쓴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교과서이다.

책의 제목 <사민필지>는 ‘선비와 백성 모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인 사민필지(士民必知)’라는 뜻이다.

이 책은 조선인들에게 중국과 일본을 넘어선 세계관을 심어주면서 서양 문명과 신학문에 대해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육영공원, 배제학당, 이화학당 등에서 교과서로 사용됐다. 1894년에 배제학당에 입학한 주시경, 1895년에 입학한 이승만도 이 책으로 공부하며 미래의 꿈을 키웠다. 조선의 선각자를 배출하는 데 크게 기여했던 것이다(헐버트, 조선의 혼을 깨우다).

‘위대하고 멋진 한글의 기원 연구는 중요한 일’

헐버트가 쓴 <한국소식/ 1892년> 창간호와 3월호에 실린 ‘한글(The Koreaan Alphabet)’에 대한 글 중 몇 부분을 옮겨본다.

“세종의 한글 창제 목적은 백성의 삶을 개선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명백히 알 수 있다. 세종은 백성의 임금이었다.”

“우리는 한글이 그 어떤 문자보다도 간단하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발명되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완벽한 문자란 최대한 단순하면서도 광범위한 표음 능력을 지닌 글자이기 때문이다.”

“한국어의 또 다른 특징은 의태어 및 의성어가 무수히 많다는 점이다. 한국의 색깔 이름들이 자연 자체에서 왔듯이, 자연에 대한 대다수의 한국어 단어는 자연현상의 음성묘사이다.”

TV에서 목청을 높이는 대통령 후보자 중에 ‘백성의 임금’은 있는 것일까. 한글의 우수성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있는 것일까.

   
(사진: '헐버트 조선의 혼을 깨우다'의 표지)

<헐버트 조선의 혼을 깨우다>라는 책은 헐버트 내한 130주년 기념 ‘헐버트 글 모음’이다. 번역은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김동진(71) 회장이 했다. 김 회장은 1999년 기념사업회를 발족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2016년 이 책을 내면서 ‘헐버트의 저술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헐버트의 글을 옮기면서 새롭게 다가온 그에 대한 경외심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문화가 다른 외국인이 한민족의 뿌리를 이토록 깊고 넓게 파헤칠 수 있을까?...헐버트는 내한 초기 20대에는 한민족의 말글을 배우고, 30대를 전후해서는 역사와 문화를 탐구했다. 그리고 40대 이후에는 일본의 침략주의에 맞서 싸우며 한국의 주권 수호와 독립을 위해 온몸을 바쳤다. 그의 글들은 이러한 시대적 관심사와 맥을 같이 한다.>

한글 사용은 문명진화(文明進化)와 반상타파(班常打破)’의 길

김동진 회장은 필자와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글로서만 접하다가 그의 목소리를 들으니 헐버트 박사에 대한 존경심이 더욱 짙었다.

“1446년 훈민정음 반포 후 450년 동안 조선 선비 어느 누구도 ‘한글로 쓰고 한글을 교육시키자’고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헐버트 박사는 한글 사용을 크게 외쳤습니다. 한글 자각운동의 선구자였지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는 한글을 통해 ‘문명진화(文明進化)와 반상타파(班常打破)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입니다. ‘양반 중심의 교육(한자)이 아니라, 쓰기 쉽고 읽기 쉬운 한글을 모든 백성이 깨우져야 한다’는 발상이 그의 위대함입니다.”

1896년 헐버트는 이렇게 예언했다.

“Koreans will eventually discard the Chinese.”

(조선인들은 결국 한자를 버릴 것이다.)

불합리한 차별제도를 없애기 위해  ‘한글 교육만이 살길이다’라고 외치며 조선 청년들의 꿈을 키우는 일에 앞장섰던 헐버트(Hulbert) 박사-한글날을 맞아 그의 선구자적인 생각과 실천에 감사드린다. 

ⓒ 부동산신문(http://www.re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신문사소개  |  기사제보  |  광고안내  |  제휴안내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36-2 맨하탄빌딩 1207 | 대표전화(구독문의) 02-786-7001 | 팩스 02-786-7008
등록번호 : 서울다07611 | 창간 년월일 : 1998년 4월 28일 | 발행인 : 장상인 | 편집인 : 안진우 | 부사장 : 박영규 | 편집국장 : 이준철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홍형정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형정 | Copyright 2007 부동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