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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마스다 보고서’
제2의 베이비 붐 시대를 보름달에 빈다
2021년 09월 12일 (일) 09:28:52 박영규 부사장 renews@renews.co.kr
   
(사진; 박영규 부사장)

필자는 서울 소재의 무학 국민학교(초등학교)를 다녔었다. 소위 한국판 베이비부머 세대이다. 입학식 때 코 묻은 손수건을 달고 갔던 학교 운동장이 학생들과 축하객들로 인해 콩나물시루처럼 인파들로 가득했던 장면들이 빛바랜 흑백 사진처럼 회상된다.

한반에 6~70명은 기본이고 그마저도 교실이 부족해 1, 2부제로 오후에 등교하는 야간반 학생들이 있을 정도였으니 그 당시 인구 증가의 폭발을 직접 체험하며 자랐다.

그때는 집집마다 아이들이 2~3명은 기본이었고 산아 제한 정책으로 ‘알맞게 낳아 훌륭하게 기르자’라는 표어를 기치로 가족계획이 정부 주도로 이뤄지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올해 통계청의 인구 발표에 의하면 한국의 인구는 5182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 시국과 맞물려 결혼 및 임신 기피들이 출산율 저하로 이어졌다. 5.63명이던 합계 출산율이 올해는 가임 여성 1인당 한 자녀도 안 낳는 0.8명의 초(超)저출산국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인구소멸 선두로 이미 진입 하였다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원조 베이비부머(1946~1964년생)를 경험한 미국은 현재 전체 인구의 4분의 1(7000만 명)을 차지하며 2011년부터 매달 25만 명씩 은퇴자에 합류중이다. 우리보다 앞서서 10년 정도의 격차로 다양한 사회적 병리 현상들을 체험중인 일본 역시 베이비붐 세대가 있었다. 그들은 ‘단카이(團塊)세대(1947~1949년생)’로 칭하며 일본 전체 인구 중 5.4%를 차지하고 있고 이들은 대부분 은퇴하였다. 그중 일본의 70세 이상 인구 비율은 전체의 19% 가량이다.

두 선진국들도 인구 폭발과 인구 소멸의 경험들을 순차적으로 겪고 있는 중인데, 인구 감소로 파생되는 여러 사회적인 문제들을 직시하고 대비책들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사회 안전망등을 강화하며 여론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 와중에 일본에서 2014년도에 발표된 보고서 하나가 일본 열도를 충격에 빠트렸다.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 전 총무상이 이끄는 일본 창성회의가 낸 일명 ‘마스다 보고서’이다. ‘2014년 기준 일본의 인구 감소 추세대로라면 2040년까지 일본의 절반인 896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사라진다’는 암울한 경고를 담고 있었다.

즉, 지방 소멸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보고서이며 그 보고서의 분석 기법을 차용해 소위 '지방소멸위험지수'가 개발됐다. 한 지역의 가임여성(20-39세)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으로 0.5 미만이면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인구의 유입 유출 등외에 다른 변수가 작동하지 않는 한 이 수치에 미달한 곳은 30년 뒤에는 해당 마을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 지방 소멸의 가장 큰 부작용 중 하나인 빈집이 늘면서 지역 공동화가 진행되는 중이지만, 지방만의 문제로 돌리기엔 심각한 수치임에 틀림없다. 전국의 빈집 846만 가구 중 81만 여 가구가 수도 도쿄에 있었고, 이중 70%는 도심 23구내에 있었다. 특히 23구중에서도 서울의 강남같은 부촌으로 알려진 인구 90만 명인 세타가야 구에서만 5만호가 빈집으로 밝혀져 우려감을 증폭시켰다.

일본의 한 일간지는 그 이유로 부동산 보유세를 부담으로 느끼지 않는 여유 세대와 비싼 집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 개발업자들은 사업성 때문에 매입을 꺼린다는 점을 대표적인 이유로 꼽았다. 초고령화의 평균화로 집주인이 판단이 어려워진 고령일 경우 매매 자체 결단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하니 또 다른 이유로 빈집 사태를 겪는 셈이다.

다시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한국의 고령화 및 저출산 진행 속도는 해외에도 선례가 없을 정도로 일본보다 더 암울한 상황이다. 사회적 안정 장치도 아직 미흡한 상태에서 2016년도를 기점으로 이미 생산 가능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인구 감소 문제가 이미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수도권을 포함한 대도시 집중이라는 문제까지 가세한 탈 도시화로 인해 지방 중소도시와 농촌지역의 급속한 인구 감소로 행정의 존폐 자체가 기로에 서있는 지방 소멸의 초입에 서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데이터를 더 들여다보면 전국 228개 시, 군, 구 중 소멸위기 지역은 105개로 전체의 46.1%를 차지해 2019년의 93개보다 12곳이 증가하는 등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다. 만약 지금대로 미봉책 만으로만 남은 시간을 허비 한다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각종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게 될듯하다.

소멸된 지방들을 다시 복원 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회생 불가능한 공동체 파기가 심히 우려된다. 정부에서도 2000년초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저출산 대책과 국가균형발전전략 등을 수립 시행하여 왔다. 그러나 뚜렷한 처방이 되지 못하다보니 소멸 위기 지역만 추가되고 있어 실질적인 근본 대책이 못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해 감사원에서 야심적인 대책 보고서를 발표 하였는데, 단편적이었던 정책에서 탈피 지역 정책과 인구 정책을 포괄한 첫 종합판 보고서를 내놓은 것이다. 한국판 마스다 보고서라 불릴만하며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우리에게 감사원 보고서는 충격과 쇼크 그 자체다.

통계청이 100년 후 인구 추산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5000만 명을 돌파하며 정점을 찍은 한국 인구는 차츰 감소해 2117년엔 1510만 명으로 이대로 가면 일제 강점기보다 적은 1500만 명을 기록하며 서울 '강남'을 제외한 전국 대다수 대표적인 도시들이 소멸 단계를 밟는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정부에서도 75조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지역균형뉴딜’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지방소멸문제의 근본적인 대책을 위해서는 지역균형 발전과 출산 인구 증가 관점을 포괄하는 국가 비상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보고서에는 "우리나라 시·군·구들이 약 30년 후부터 모두 소멸 위험 단계에 진입해 쇠퇴 직전 단계에 들어간다"며 "국가 차원의 큰 패러다임의 정책 및 국민적 변화가 오지 않으면 초고령층이 중심이 되는 구조가 되어 인구가 점차 소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분야는 저출산 실태 조사다. 정부 저출산 대책의 최고 사안인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만 보더라도 그동안 조사가 부족 하다 보니 해결책들이 터무니가 없었다. 다행히 감사원이 이 부분을 정확히 시정해 분석해 지방에서 상경하는 젊은이들의 수도권 집중화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수도권 집중화의 부작용으로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서 젊은층들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결과들이 발생한다는 점이 특히 눈여겨볼만한 지적이다. 서울 합계 출산율은 17개 대표 광역시도중 현재 가장 낮으며, 저출산 문제가 결혼 연령층의 수도권 집중과 관련돼 있다는 감사원 조사가 이를 입증한다.

통계청이 올해 발표한 지난해 출생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합계 출산율은 0.64명이다. 전국 평균(0.84%)보다도 훨씬 적다. 저(低)출산 관점에서 국가 차원의 종합 대책을 최대한 서두를 필요가 있다.

6.25이후 일자리를 찾아 전국 각지에서 서울로 몰려들어 베이비부머 세대를 낳은 선례가 지금은 대기업의 75%가 몰려있는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그때와 다른 점은 교육과 일자리,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도권으로 젊은이들 중심으로 집중되고 있다. 기업들도 인재 수급 문제 등으로 수도권을 벗어나지 못하게 되다 보니 수도권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최근 용인 원삼면의 SK 반도체 클러스트 등 반도체 업체들의 수도권 사업장 확장들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만약 사회적 합의만 도출 된다면 강남을 활성화 하기 위해 강북의 명문고를 이전하여 8학군의 전설을 잉태하여 지금의 강남 부촌을 만들었듯이, 서울 소재 명문대를 포함한 수도권 대학들의 지방 캠퍼스 이전을 우선적으로 유도하는 교육 개혁을 정교하게 만들고 대학과 기업들의 1+1매칭을 통해 산학 협력 클러스트 구축 및 이전을 결정한 대기업들에게는 투자 고민을 타파할 파격적인 정부 정책들을 시도 해보기 바란다. 각 지방 젊은이들에게도 프라이드 있는 대학 졸업장과 대기업 중심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 해준다면 삶의 만족도가 높은 고향을 떠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올해 청와대 등 정부부처 이전 이슈 하나만으로도 세종시 아파트에 몰리는 전국적인 투자 및 실(實)거주 수요들만 보아도 가능성은 충분히 엿보인다.

우리 민족의 고유명절 추석을 앞에 두고 '나노 가족화'로 예전같이 친족들이 모여 치르던 명절의 감흥도 많이 사라진 상황이다. 게다가 '코로나 추석'을 맞이하여 마음 놓고 달려가는 고향 방문도 어렵게 된 상황이다.

부디 실질적이고 안정된부동산 정책을 기반으로 출산 장려 정책을 잘 추진하여, 언젠가 또다시 제2의 베이비 부머 시대를 창출한 시끌벅적한 예전의 추석 때로 돌아가는 소원을 한가위 보름달에게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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