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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입장료 유감
2021년 05월 05일 (수) 18:17:11 편집팀 정리 renews@renews.co.kr
   
(안병호 작가: 동학사 가는 길, 천년의 불꽃, 오타 줄리아, 아름다운 사람 루이델랑드, 어링볼, 철의 왕국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프랑스 루르드(Lourdes). 루르드는 생각보다 오지여서 비행기와 기차를 바꿔 타고서 닿을 수 있었다. 몇 곳의 성지(聖地)와 연계해서 가는 곳이어서 일정에 따라 움직여야 했다. 젊은 시절의 여행과 달리 여행사에 몸을 맡겨 따라가면 되었으나, 상당히 외진 곳이었다.

기차역에서 내려와 다리를 건너 성모당으로 갔다. 기찻길에서 반대편 비탈에 집들이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성모당과 대성당이 한눈에 보였다. 한국수녀원 분원도 그 비탈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 분원은 한국 순례객들이 오면 안내를 맡아준다.

루르드는 프랑스가 사회적 종교적으로 어려운 시기였던 1858년에 산골 마을 소녀에게 성모님이 발현하신 곳이다. 지금은 발현하신 곳에 성모상이 세워져 있고, 주변에서 치유의 샘이라고 전해지는 샘물이 솟아나고 있는 곳이어서 세계 각지에서 순례를 오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일반 순례객 보다 치유를 원해서 찾아오는 이들이 많았다.

바위 절벽아래 침수할 수 있는 시설이 있고 남자와 여자가 따로 치유를 위한 침수를 한다. 그러다 보니 불치의 병이나 중증환자들이 마지막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문제는 그러한 이들이 자신의 몸도 가누지 못하는 상태여서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상태를 유지시켜야 한다. 그러다 보니 루르드 마을은 일반 호텔도 있지만, 병자들이 머물 수 있는 병원이 더 많은 것이다.

나는 호텔에서 안내인을 따라 다리를 건너 루르드 성모상이 있는 동굴에 가서 참례를 하고 치유의 샘물에 몸을 담그기 위해 대기석에 앉아 기다렸다. 이곳에 살면서 호텔이나 병원에 근무하거나 상점 등을 하는 보통 주민들은 돌아가면서 봉사자가 되어 순례객을 위한 봉사활동을 한다. 일시적이 아니고 생활의 일부이며 주민의 의무인 듯싶었다.

그들은 유니폼을 입고 봉사활동을 하는데, 내가 보기에 중세의 기사들이 입는 복장같이 보였다. 그들은 수많은 환자들의 휠체어나 바퀴달린 침상을 밀어 성모님을 참례시키고 치유의 샘물에 그들을 침수시키고 있었다.

침수장에 가면 그곳에도 양팔을 잡고 샘물에 담그는 봉사를 하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그러한 간단하지 않는 봉사를 하면서 입장료를 받지 않는 것이었다. 국립공원이나 문화재 타운에서 의례적으로 받는 입장료도 받지 않고 모든 것을 봉사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도착하는 사람의 물결과 떠나는 사람들의 물결이 서로 교차되고 있었다. 한국 수녀님이 떠나는 팀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우리 팀은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참으로 친절한 안내가 있었다.

우리에게도 명승고적과 종교적 순례지가 많다. 어디가든 입장료를 받고, 심지어 지역 입구에서 청소비를 받는다. 그러면서 많은 손님이 찾아올 것을 기대한다.

웃을 수도 없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우리가 가진 소중한 자원마저 제대로 활용할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리에겐 엄청난 값어치를 가진 공동소유의 부동산이 상존하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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