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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의 ‘정의란 무엇인가?’
2021년 03월 09일 (화) 09:00:55 편집팀 정리 renews@renews.co.kr
   
(박영규 부사장)

“Keep a fox in the chicken coop.(닭장 안에 여우를 집어넣고 키운다.)”

영국 속담이다. 우리나라에도 ‘도둑에게 곳간 열쇠를 맡긴다’는 속담이 있으니, 어떤 일처리나 사물 등이 불안 하지만 ‘맡겨놓고 맘이 놓이지 않는 것’을 비유하는 사례이다.

70년대 새마을 운동이 한창일 때, 초기의 주택 관할은 ‘주택공사’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공공기관에서 주관했다. 꽤나 오래된 필자의 기억에는 주택은행에서 진행하던 주택복권 추첨이 남아있다. 매 주말마다 원형 돌림판 앞에는 유명 셀럽들이 매차 바꿔가며 등장 했었고...

“화살을 쏘세요!~”

예쁘게 차려입은 도우미 누나들의 손짓과 함께 숫자가 표시된 과녁에 맞혀 1억 원 ‘주택복권 당첨자’를 가리는 진풍경이었다. 서민들이 주말이면 복권 한 장씩 손에 들고서 흑백 TV앞에 모이게 했던 전 국민적 이벤트였던 것이다. 웬만한 서울 대로변 버스 정류장 매대에는 조상 꿈이라도 꾸는 날, 1억 원 당첨을 꿈꾸는 서민들의 다양한 애환과 꿈들이 한 장의 복권에 실려 나갔다. 필자의 젊었던 어머니도 함께 어딘가를 다녀오시다가 집근처 버스 정류장 앞에서 진중한 모습으로 주택 복권을 구입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하룻밤의 춘몽(春夢)으로 끝이 나기 마련이었지만. 그만큼 집은 모든 국민들의 목표이자 꿈이요, 자식들에게 편안한 공간을 제공하고 싶은 부모들의 염원이 담겨 있었다.

준(準)선진국에 들어선 2천년하고도 21년째인 지금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아직도 전국에는 무주택자들 비율이 40%를 상회한다. 이 정부 동안 서민들의 주택 구입은 가격 폭등으로 더욱 요원해진 불안정 시국인데 지금은 예전 주택부문과 토지부문을 통합시킨 ‘LH’라는 거대 공공 기관의 몇몇 도둑고양이들이 맡겨 논 생선을 아주 제대로, 뼈까지 발라 먹어버린 기가 막힌 일이 벌어져 온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현직에 있는 ‘LH’ 직원이 버젓이 인터넷 광고까지 하며 일타 강사로 본인의 고급 정보를 다루며 이름을 드높이고 있었고, 사돈네 팔촌까지 쩐(錢)을 끌어 모아 개발 예정지의 토지를 매입해 보상까지 노리곤 각종 작물들을 심어놓곤 짝퉁 농부 흉내를 내고 있었다. 나아가 ‘알 박기’ 식으로 급조해 건물까지 지어놓고 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니 정신이 혼미할 정도다.

그런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꽤 오래전부터 부동산 뉴스난에는 ‘LH’의 이해하기 어려운 땅 장사가 도마 위에 가끔 올라 왔었다. 민간 분양 아파트에 준하는 분양가 책정에 가끔 고개를 젓기는 했어도 ‘설마 저기도 좀 남아야 임대 아파트도 짓고 저소득 서민들 주택 관리도 하겠거니...’ 너그러이 지켜 봐온 것도 사실이다.

공적기관 직원들이 지켜야 할 청렴과 정직함은 저 멀리 달나라로 차버리고 개인들의 잇속을 채우기 급급하였다니 통탄할 일이 아닌가. 게다가 납작 엎드려도 시원찮을 판에 LH 내부 게시판에는 ‘투자를 할 수도 있는 거지 별일이다’라는 글들이 떴다는 사실에는 아연실색뿐이다. ‘LH’ 직원들의 토지 거래가 마치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해서 주식시장처럼 일부 직원이 작전주에 투자 한다는 느낌까지 든다. 위에 열거한 부동산 작전(?)을 하려면 차라리 LH를 그만두고 민간인 신분으로 재주껏 하면 되는 것일 텐데 공(公)기관에 근무하는 자의 뻔뻔한 마인드에 도둑고양이 중에 왕(王)도둑고양이들을 그동안 키워 온듯하여 혀를 내두르게 된다.

주택은 경제 개발 시작부터 현재까지 서민들의 재테크의 시작이요 끝이다. 아파트 한 채를 분양 받고자 청약 점수를 한 점이라도 올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는 고달픈 삶의 목표이다. 그런 공정한 룰(rule)을 대부분의 국민들은 묵묵히 지켜가며 무주택의 설음의 시간을 보내고도 수많은 국민들은 당첨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 평등하고 정직성이 필요한 감시자의 역할을 해야 할 부서에서 자신들의 직분은 망각한 채 이기적인 개인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서슴없이 불법을 저질렀다는 것은 정의라는 관념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린 윤리의 밑바닥을 본 듯하여 입맛이 쓰다.

코로나19의 유동성 장세에서 가뜩이나 불만이 쌓인 부동산 정책에 큰 우(遇)를 범하고 만듯하여 정부로서도 곤혹스럽기 그지 없을 것이고, 쏟아진 물을 다시 담을 수 있을까? 의문시된다.

지금은 모든 것이 인터넷 공간에 기록되고 기억되는 세상이다. 과연 후손들은 작금의 도둑고양이 사건을 인터넷으로 접하면서 어떻게 평가하게 될까?

‘사고 친 도둑고양이들의 후손들도 다 같이 볼 텐데...’

‘할아버지가 LH 근무를 하셨다는 손자들의 자부심이 존재할까?’

이번의 LH 일부 직원들의 탐욕스런 사건은 앞으로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관리 관청인 LH공사 수장의 잘못이며 국토부의 직무 유기이다. 이번 사건은 국민들에게 한 치의 의구심이 없도록 일벌백계의 가혹하리만큼의 제재와 LH의 자성과 환골탈태(換骨奪胎)가 필요하다고 본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하버드대 마이클 샐던 (Michael J. Sandel)교수를 초빙하여 ‘LH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특별 강의를 LH 전 임직원들이 경청할 것을 간곡히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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