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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코리아 광상곡(狂想曲)
2021년 02월 16일 (화) 00:08:12 편집팀 정리 renews@renews.co.kr
   
(안병호 작가: 동학사 가는 길, 천년의 불꽃, 오타 줄리아, 아름다운 사람 루이델랑드, 어링볼, 철의 왕국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안익태(1906-1965)의 고향친구 한흑구(1909-1979)는 미국의 백화점에서 일하며 템플(Temple)대학 신문학과에 다니고 있었다. 안익태 역시 오하이오 주에 있는 신시내티 음악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안익태는 학업을 이어가기 힘들어 친구인 한흑구가 있는 필라델피아로 갔다.

그 후 안익태는 뉴욕 심포니의 일원으로 순회 여행을 떠나 보스턴에서 연주를 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뉴욕의 북부 지방인 올바니, 시라큐스, 버팔로우, 로체스트 등의 도시로 순회연주를 하면서 가는 곳 마다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다. 이러한 내용을 한흑구에게 보냈다, 편지의 내용이다.

<한 군! 몸 건강하고, 공부도 잘 하겠지? 예전부터 자네에게 이야기 했었지만, 요사이 나는 ‘(코리아 狂想曲, Korean Phantasy)’을 완성 했네. 이것을 연주하는 데에는 ‘작곡자가 직접 연주하는 것이 좋겠다’고 지휘자가 제의해서, 나는 비로소 지휘봉을 손에 들고 나섰네. 난생 처음으로. 지금은 연습 중이지만 비교적 잘되고 있네. 지휘자야 말로 ‘음악가 중의 음악가’라는 생각이 드네. 나도 앞으로는 첼로를 버리고, 심포니 작곡과 스토코브스키나 토스카니니와 도전해 볼 생각이네. 한 군은 끝까지 나를 성원해 주길 바라네.>

안익태의 편지를 받은 한흑구는 눈물을 쏟았다. 그가 늘 말하던 ‘코리아 광상곡’이 완성되었다는 것이 감격적인 일이어서다. 나아가, 그 곡(曲)을 자기 손으로 지휘하게 되고, ‘지휘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되었다’는 것은 그에게 출세의 길이 열려진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최고인 스토코브스키와 견주어 보겠다’는 그의 불타는 야심과 욕망과 정열에 대해서 감복하고 축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후 안익태는 한흑구에게 이러한 편지를 보내왔다.

   
(사진: 한흑구)

<언제나 그리운 한 군! 기뻐해 주게. 나는 어제 저녁 카네기홀에서 ‘코리아 狂想曲’을 연주해서, 비로소 지휘자로 데뷔하는데 성공했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멜로디를 서양곡으로 살려서, 우리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성공한 셈이네. 음악은 총과 칼과는 다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의 감정을 찌름으로써 우리의 감정을 전하는 데 쓸 수 있는 무기라고 생각하네. 다른 곡을 창작하기 전까지는 여러 유명한 곡들을 지휘할 수 있는 연습을 해서 지휘자로서 세계적으로 출세할 결심이네. 첼로는 이십여 년 동안 만졌으나, 그것만으로써는 진정한 음악의 대가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네. 이번 ‘코리아 狂想曲’ 연주에 대해서 뉴욕의 각 신문의 논평도 제법 좋은 편이어서 기쁘네. 작곡에 대해서도 ‘충분한 동양적 정서를 지닌 애수적인 작품으로 성공했다’고 했고, ‘지휘지로서도 손색이 없다’고 평가 되었네. 한 군과 같이 늘 꿈꾸고 있던 그 이상을 꼭 실현할 날이 올 것을 나 자신 믿고 있네. 계속 축복해 주게.>

이 편지를 마지막으로 한 달이 지나도록 안익태의 소식이 끊어지고 말았다. 한흑구는 ‘어떤 일일까?’ 궁금할 뿐 아니라 걱정도 되었다. 고심 끝에‘주말에 뉴욕으로 찾아가 볼 생각 중이었다.

그런데, 집주인이 편지 한 장과 소포 한 꾸러미를 전해주었다. 다름 아닌 안익태가 영국에서 보내온 것이었다. 

   
(사진: 안익태)

<한 군! 너무 오래 동안 소식을 전하지 못해서 미안하네. 나는 삼 주일 전에 런던으로 왔네. 어느 음악 비평가의 소개로 런던 제1심포니의 제1첼리스트로 1년간 계약을 해서 오게 되었네. 이곳에 와서도 연주 때문에 바빠서 편지를 쓸 시간이 없었네. 용서해 주게. 소포에는 내가 런던에서 ‘코리아 狂想曲’을 지휘하던 사진들과 그 동안에 연주했던 프로그램, 신문에 보도됐던 기사들을 오려서 보내네. 잘 읽어보고, 또 격려해 주고, 하느님께 기도해 주게. 런던에서 성공을 하면 유럽 특히, 비엔나에 꼭 가보겠네. 비엔나는 음악가들의 요람이요 고향일세. 자네의 건강과 행복을 비네. 다시 또 편지 보내겠네.>

한흑구는 런던에서 보내온 안익태의 편지를 읽고 나서 그가 보낸 소포를 뜯었다. 소포에는 많은 사진들이 들어 있었다. 두 팔을 벌리고, 지휘봉을 높이 들고 있는 연미복을 입은 자랑스러운 사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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