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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물렀거라’...닭갈비 이야기
2020년 11월 11일 (수) 16:55:44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닭갈비 안 통했다” “닭갈비 힘 못썼다.”

지난 6일 오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대한 뉴스 속에서 속보로 뜬 김경수 경남 지사에 대한 판결에 닭갈비가 등장했다. 무슨 이유일까. 김 지사 측이 항소심에서 ‘닭갈비 저녁 식사를 했기 때문에 킹크랩 시연이 없었다’고 재판부에 ‘닭갈비 영수증’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2심에서도 유죄를 선고했다.

바로 그 시각 필자는 일행과 함께 춘천에 있었다. 일행 중 한 사람이 긴급 제안을 했다.

“오늘 닭갈비(鷄肋) 어떠세요? 우리도 닭갈비 먹으로 갑시다. 소양 댐 올라가는 길목에 닭갈비 촌이 있습니다. 거기로 가시죠.”

업무를 마치고 서울로 향하던 필자 일행은 차를 급선회(急旋回), 북쪽으로 달렸다. 

“차가 가을바람을 뚫고 속도를 낸 20뿐 쯤 후에 ‘소양 댐 입구’라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도로 양편이 온통 닭갈비와 막국수 가게였다. 춘천의 명동만을 최고의 닭갈비거리로 알고 있었던 필자는 또 다른 ‘닭갈비 촌’이 있어서 놀랐다.

숯불 닭갈비, 정겨움이 묻어나

닭갈비집은 생각보다 많았다. 여러 집을 기웃거리다가 어느 깔끔한 가게 앞에 차를 세웠다. 주차장도 넉넉했다.

“철판 닭갈비가 아닌 숯불구이 집을 찾기 위해서 몇 바퀴 돌았습니다.”

“숯불구이 닭갈비라니요?”

필자는 반문을 하면서 일행을 따라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부탁드립니다. 매장 방문 전 ‘마스크 착용 필수!’ ‘손 소독 필수입니다...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발열, 인후통 증상이 있는 분들은 출입을 제한합니다. 꼭 지켜주세요!!!>

입구의 안내문이 거부감이 없었다. 하얀 벽에 한글과 한자로 쓰여 있는 ‘배려(配慮), 열정(熱情)’라는 글에서 이 가게의 신념(信念)을 이해할 수 있었다. 코로나19와 관계 없는 듯. 저녁 식사하기에는 이른 시각인데도 손님들이 많았다.

   
정겨움이 묻어나는 숯불

자리에 앉자마자 테이블 위에 숯불이 놓여졌다. 바깥바람이 차가워서 숯불이 더욱 따스하게 느껴졌다. 오랜 만에 만난 숯불이라서 정겨움이 묻어났다. 

석쇠 철망 위에 큼직한 닭갈비들이 놓여졌다. 철판 닭갈비에만 익숙했던 필자는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숯불 닭갈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닭갈비가 익어가자 일행은 경쟁하듯이 자신들의 입으로 가져갔다. '당연히 한 잔?'

술은 종업원이 추천한 ‘춘천 생막걸리’로 했다.

   
철망 석쇠위에 놓인 먹음직스러운 닭갈비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서울에서 마신 막걸리와는 완전히 다르네요.”

일행의 평판은 또 한 번 일치했다. 술을 마시면서 '건강'을 외치는 것도 넌센스(nonsense)였지만 기분이 좋았다.

닭갈비의 유래와 역사

닭갈비에 대한 유래는 여러 가지 설(說)이 있다. 그 중에서 몇 가지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1950년대 말-1960년대 초(初) 춘천 요선동(要仙洞)의 한 술집에서 안주 삼아서 닭의 갈빗살을 양념에 재워서 숯불에 구워먹은 것이 그 시초였다. 값이 싸고 양이 많아서 102보충대를 비롯한 군부대 장병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값이 싸서 ‘서민 갈비’, ‘대학생 갈비’라고 불렸다.>

   
철판 닭갈비

<본래 닭갈비는 양계장이 많던 홍천과 춘천에서 시작됐다. 최초로 발생된 춘천식은 숯불에 석쇠를 놓고 양념된 닭고기를 구워먹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닭갈비가 인기를 끌자 각종 야채와 사리를 넣어 양(量)을 늘리는 조리법은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숯불 불판보다 대량 조리가 용이한 원형 철판으로 바뀌었다.>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부터 철판으로 된 넓은 불판에 떡, 야채, 닭고기를 매운 양념에 볶아먹는 현재의 모습으로 조리 방식이 바뀌었다. 초기에는 글자 그대로 닭의 갈비뼈(肋骨)에 붙어있는 닭의 갈빗살을 썩둑썩둑 썰어서 숯불에 구워먹었다. 소득 수준의 향상과 더불어 살코기가 더 많은 닭다리를 쓰는 쪽으로 변했다. 그래서 이름은 닭갈비지만 정작 닭의 갈빗살은 들어있지 않은 음식으로 발전했다.>

음식문화는 자연환경·사회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역의 독특한 문화와 함께 사람의 입맛에 맞게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서민 갈비’, ‘대학생 갈비’로 시작된 닭갈비가 춘천을 넘어 서울을 비롯한 전국적인 음식문화로 발전했던 것이다.

치즈 닭갈비에 매료된 일본인들-

일본에서도 강원도 춘천 지방의 유명한 향토 요리 닭갈비가 인기 만점이다. 일본인들은 ‘닭 한 마리를 통째로 자른 후 양배추와 양파·고구마·깻잎·당근 등의 야채와 매콤한 고추장을 넣어서 평평한 철판 위에서 구워 요리’로 알고 있다.

일본인들은 닭갈비를 어떻게 알게 됐을까.

춘천명동의 ‘닭갈비 거리’는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 방송된 인기 드라마 ‘겨울 연가’의 무대였다. 겨울연가 방영 당시부터 주인공들에게 동화돼서 춘천을 방문했고, 거기에서 닭갈비를 주문하는 일본인 여성들이 급증했다.

그 당시 일본인들은 닭고기와 각종 야채...고추장까지 일철판위에 무더기로 쏟아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가 떨어졌다.

“아니? 이럴 수가? 꿈인가? 생시인가.”

필자의 눈으로 확인한 사실이다. 이러한 닭갈비가 입소문을 타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시장 닭갈비 집

일본의 ‘한류의 도시’로 불리는 도쿄 신오쿠보(新大久保)에는 곳곳에 ‘닭갈비’ 간판이 걸려있다. 휴일에는 기다리는 행렬이 길게 이어질 정도로 인기가 있다. 그 중에서 일본인들은 ‘치즈 닭갈비’를 선호한다. 

“오감을 활용 맛있는 음식!” “당신이 즐거운 시간 보낼 공간!”

약 45석을 가진 ‘시장 닭갈비’라는 가게는 여고생들과 젊은이들이 모여든다. 이 가게는 2016년 일본에 진출했다. 

   
치즈 닭갈비를 먹으면서 즐거워하는 일본 여성들(사진: 야후재팬)

“일본인들이 매운 걸 잘 못 드시잖아요. 그래서 닭갈비에 치즈를 얹었습니다. 그랬더니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필자와 전화 통화한 종업원 강군혁(35)씨의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말을 이어갔다. 

“9:1로 일본 손님들이 많습니다. 주(週)중에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손님이 그다지 많지 않지만 주말에는 기다리는 행렬이 제법 깁니다.”

모든 것이 노력의 결과 일듯싶다. 이 가게가 일본의 고객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오늘 닭갈비 드시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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