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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誠信交隣’을 주장했던 에도 시대의 외교관 아메노모리 호슈
2020년 08월 07일 (금) 15:30:40 장상인 대표 renews@renews.co.kr

한국과 일본을 오간 사람이 2019년 한 해 885만여 명이었다. 한국에서 558만여 명이 일본을 다녀왔고, 327만여 명이 일본에서 한국을 다녀갔다. 2018년에 비해 대폭 감소한 수치이다. 코로나19의 영향이 크지만, 외교력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대화가 실종된 것이 큰 이유이다. 이와 같이 골이 깊어질수록 피해는 고스란히 양국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양국의 선린우호를 바라는 사람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양국 관계에 다소나마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 역사 속의 인물 중에서 ‘한국을 사랑했던 일본인’ ‘일본을 사랑했던 한국인’을 발굴해 양국의 관계 개선을 위한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쓰시마에 있는 아메노모리 효슈의 현창비)

꽉 막힌 한일관계를 보면 오래전 ‘성신교린(誠信交隣)’을 주창한 아메노모리 호슈(雨森芳洲·1668~1755)가 떠오른다. ‘성신교린’이란 무엇인가.

“성신(誠信)이라는 것은 진심이란 뜻으로 서로 속이지 않고, 다투지 않고, 진심(眞心)으로 교류하는 것이다. … 성신의 교류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서로 이웃 나라의 사정을 잘 알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고, 말로써 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메노모리 호슈가 생전에 줄곧 강조하면서 몸소 실천했던 성신교린이다. 그는 1668년 5월 17일 일본 시가현(滋賀縣)의 명문가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총명했던 그는 일찍이 한문을 배웠다. 스승은 자신의 부친이었다. 9세 때 지은 그의 한시(漢詩)가 예사롭지 않다.

寒到夜前雪

凍民安免愁

我儕猶可喜

穿得好衣遊

간밤에 내린 눈으로 추위는 닥쳤는데

추위에 떠는 사람들 어떻게 근심을 면할까

우리가 그래도 기쁜 것은

떨어진 옷을 입고서도 노는 것을 좋아한다네

아메노모리 호슈는 1693년 26세에 쓰시마(對馬島)의 외교 담당 문관으로 부임해서 1755년 88세로 생을 마감했다. 조선어와 중국어에 능통했던 그는 특히 조선과의 성신교린을 모토로 하는 외교철학으로 조선의 유학자들과 많은 교류를 했다. 그는 항상 시대에 앞서가는 생각을 했고, 언행이 일치했다. 쓰시마 출신이 아니면서도 쓰시마에서 일했고 그곳에 묻혔다.

“公的 일을 할 때는 나를 잊어버려야(公爾忘私 國爾忘家).”

쓰시마의 이즈하라시 민속자료관 앞마당에는 아메노모리 호슈 선생의 현창비(顯彰碑)가 있다. 자료관 내부에는 조선통신사의 발자취를 비롯해서 쓰시마의 역사와 자연 환경 등이 전시돼 있다. 호슈 선생 삶의 궤적도 한눈으로 볼 수 있다. 그중에서 선생의 다음과 같은 글이 필자의 가슴에 와 닿았다.

“공적(公的)인 일을 할 때는 나를 잊어버리고, 국가의 일을 할 때는 가문을 잊어야 한다(公爾忘私 國爾忘家).”

우리 모두가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금언(金言)이 아닌가. 오늘날 공직자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너무나 공감이 가는 말이다. 쓰시마 출신 학자 나가도메 히사에(永留久惠)는 저서 《조선을 사랑한 아메노모리 호슈》에서 ‘公爾忘私 國爾忘家’를 “정치를 하는 사람은 눈앞의 업무도 중요하지만, 그뿐만이 아닌 먼 장래에 대한 큰 계획으로 희망을 갖고 업무에 정진하도록 훈시한 것이다”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우삼동(雨森東)이라는 조선 이름을 쓰면서 조선어, 그것도 ‘경상도 사투리를 유창하게 구사했다’는 아메노모리 호슈. 그가 그토록 염원했던 ‘성신교린’이 우리의 세대에서 다시금 빛을 보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출처: 월간조선. 2020.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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