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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시집 온 일본의 ‘나카무라 카에’ 양
2019년 05월 22일 (수) 09:56:05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이제 새로운 철학에 따르면, 결혼하는 정당한 이유는 단 한가지여야 했다. 깊은 사랑에 빠졌기 때문에  연인을 보지 못하면 참을 수 없고, 그 사람만 나타나면 몸이 깨어나고, 매 순간 서로가 한마음이고...”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의 소설 <사랑의 기초: 한 남자>에 담긴 결혼의 정의다. 결혼은 국적이나, 부(富), 사회적 체면 등 외부 요인이 아니라 내부에서 일어난 두 사람의 마음 상태라는 의미일 듯싶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고 하나 언어에서부터 문화와 관습이 다르며, 양가(兩家) 부모와 친척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일관계가 냉랭한 상황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의 결혼은 특히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현실의 벽’을 허물고 한국으로 시집온 용기 있는 일본 아가씨가 있다. 이름은 나카무라 카에(仲村佳惠·24). 필자는 한국인 신랑 정상빈(30) 씨와 신부 나카무라(仲村) 양의 결혼식이 거행된 경기도 고양의 M호텔을 찾았다. 지난 18일의 일이다.
 
결혼식이 시작 전 신부 대기실에서 나카무라(仲村) 양과 신랑 정상빈 씨를 잠깐 만났다. 먼저 신부에게 물었다.

   
신랑 정상빈씨와 신부 나카무라 카에양

“오늘의 기분은 어떠합니까?”
“너무나 행복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한 가정을 이룬다는 사실이 꿈만 같습니다.”
 
긴장감이 감도는 얼굴이었으나 잔잔한 미소가 내재하고 있었다.
 
“한국인과의 결혼에 있어서 걸림돌은 없으셨나요?”
“전혀 없었습니다. 이 사람이 좋아서요. 국적 문제는 애초부터 생각해보질 않았습니다. 부모님도 저희 뜻을 흔쾌히 받아주셨고요.”
“프로포즈는 누가 먼저 했나요?”
“이 사람이 했어요.”
“언어는요?”
“영어로 했습니다. 감동적으로...(웃음).”
 
필자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신부의 얼굴이 더욱 환해졌다. 사랑하는 관계라면 국적이 무슨 문제이겠는가. ‘결혼은 외부 요인이 아니라 내부에서 일어난 두 사람의 마음 상태’라는데. 이어서 신랑 정상빈 씨에게 신부와 만난 계기에 대해서 물었다.
 
“베이징(北京) 사범대학에서 같은 반 친구로 만났습니다.”
정상빈 씨와 나카무라 양은 중국어를 배우는 동료 학생이었다. 그러나, 학교 졸업 후 둘의 관계가 급격히 가까워졌다. 운명을 넘어 숙명처럼. 신랑 또한 ‘본인의 뜻을 수용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필자는 두 사람의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궁금했다. 신랑의 답변이다.
 
“기본이 중국어입니다. 두 번째가 영어? 일본어는 지금부터 더듬더듬 공부하고 있습니다.”
 
‘한국어나 일본어가 아닌 중국어로 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흥미로웠다. 신부는 연세대에서 두 달째 한국어를 배우고 있고, 시부모는 일본어를 배울 생각만 할 뿐 아직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단다. 반면, 신부의 아버지 나카무라 켄사쿠(仲村憲作·52) 씨는 ‘얼마 전부터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했다. 사위는 물론 사돈댁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대화하기 위해서다. 

   
신랑의 어머니(우)와 신부 어머니(좌)의 모습

결혼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의 멘트에 이어서 양가(兩家) 어머니가 한복을 입고 입장했다. 하객들 사이에서 ‘와!’하는 탄성이 들려왔다. 손을 꽉잡은 신랑의 어머니와 신부 어머니가 너무나 다정했기 때문이다. 두 어머니의 국적을 구분할 수가 없었다. 한복이 너무나 잘 어울려서다.
 
‘한일 관계가 이렇게 다정하면 좋으련만...’
 
식장에 촛불이 밝혀지자 신랑이 입장했고, 신부가 아버지와 함께 입장했다.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객들은 일본인 신부의 모습이 궁금해서인지 자리에서 일어서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신부가 아버지와 함께 입장하는 모습

기업인 강지영(65) 씨의 주례로 한국어와 일본어로 진행된 결혼식은 여느 예식과 다르지 않았다. 강지영씨는 주례사에서 “중국 유학 중에 만난 두 사람이 다년간 사랑을 하게 되었고, 이제 한 가정을 꾸려서 험난한 인생의 파도를 헤쳐 나가는 항해를 하게 되었다”면서 “가족 여러분과 친지, 하객 모든 분들이 두 사람이 생(生)의 난관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하객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축하의 노래에 이어서 신부의 아버지 나카무라 켄사쿠 씨의 인사말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일단 한국말로 인사한 신부 아버지의 말에 하객들이 깜짝 놀랐다. 발음이 정확해서다. 그는 계속해서 한국말을 했다.
 
“제가 한국말을 못하기 때문에 일본어로 하겠습니다.”
 
박수와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의 한국말은 거기까지가 종착역이었다.
 
가족으로 받아 준 사돈댁에 감사해
 
일본어로 한 나카무라(仲村) 씨의 인사말이다.

   
가족 대표로 인사말을 하는 신부의 아버지

“일본인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저희 딸을 가족으로 받아주신 신랑 댁 내외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많은 하객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희 딸이 매운 음식을 먹지 못했는데, 신랑 상빈 군을 만난 이후로 아주 잘 먹습니다. 아직 어리고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인사말은 간단했으나, ‘일본인을 며느리로 받아 주신 사돈댁에 감사한다’는 말이 핵심이었다.
 
결혼식은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특히, 일본에서 온 친지 30여 명의 얼굴에서도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신부의 고교친구들은 마냥 부러워했다. 세 명의 친구 중에서 대표로 사라시나 하루카(更糾遙香·24) 양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카에양은 보시다시피 얼굴도 예쁘지만, 성격이 참 좋습니다. 뭐든지 열심히 하고요. 특히 요리를 아주 잘 합니다. 외국어 실력도 대단하지요. 멋진 결혼식이었습니다. 부러울 따름입니다.”
 
하객으로 참석한 케이스퀘어 피알(PR) 김격수(55) 대표도 “한국과 일본이 가깝고도 먼 나라가 아니라 가까운 이웃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오늘의 결혼식은 양국의 거리를 좁히는 민간 교류의 모범적 사례다”라고 말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손녀...민간교류 확대로 양국의 간극(間隙) 메워야

   
일본에서 온 신부 가족들과 친지들


신부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손녀딸의 결혼식을 보기 위해서 건강이 좋지 않은데도 어렵게 현해탄을 건너왔다.
 
“아이(佳惠)의 할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려져서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깨어나지 못할 것으로 걱정했으나 지난 주 벌떡 일어났어요. 기적이었습니다. 손녀의 결혼식을 보기 위해서 깨어난 듯합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손녀 아닙니까?”
 
신부 카에 양의 할머니(70)가 눈시울을 붉히면서 한 말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필자의 가슴도 뭉클했다. 손주를 사랑하는 마음이 나라마다, 사람마다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식을 마치고 나서 신부의 아버지 나카무라 씨에게 소감을 물었다.
 
“너무나 기분이 좋습니다. 일본에서 볼 수 없었던 분에 넘치는 결혼식이었습니다. 축하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물 한 모금을 마신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저는 정치는 잘 모릅니다. 단지, 사람과의 관계는 마음속에 흐르고 있는 정(情)이 중요하고 생각합니다. 국가 간의 관계도 같지 않을까요? 민간교류의 확대를 통해서 두 나라의 관계가 좋아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나카무라 씨의 말과 표정에 진정성이 들어 있었다. 필자는 현해탄의 파고(波高)를 넘은 신랑과 신부의 용기에 대해 마음으로 박수를 보내면서 예식장을 벗어났다. 어느새 거리의 네온(Neon)들이 일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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