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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여기 커피콩이 있어요.”
2019년 03월 13일 (수) 15:06:59 장상인 renews@renews.co.kr

전쟁으로 고립된 파푸아뉴기니의 한 섬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환을 담아 호주·뉴질랜드에서 인기를 끌었던 ‘로이드 존스(Lloyd Jones)’의 소설 <미스터 핍, Mister Pip>의 한 대목이다.

“선생님! 가난한 사람도 신사(gentleman)가 될 수 있나요?”

“물론이지. 가난한 사람도 신사가 될 수 있단다.”

소설 속 주인공 아이가 선생님에게 하는 질문은 오로지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거기에는 커피가 자리하고 있다.

‘이 또한 신의 축복일까?’

파푸아뉴기니는 어디를 가나 커피나무가 자라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뛰어놀면서 커피의 체리를 따 먹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커피콩을 주머니에 넣었다가 어머니 손에 놓아준단다. 현지인이 전한 아이의 말이 눈물겹다.

   
(커피 농장에서 체리를 따먹으면서 노는 파푸아뉴기니의 아이)

“엄마! 여기 커피콩이 있어요.”

(Mama! Kofi istap long hia)

어린 아이의 머릿속에는 ‘커피가 돈이자 생존의 열매라는 것’이 각인돼 있는 것이다. 소설처럼.

필자는 하기(Hagi) 농장의 오너인 ‘브루스(Bruce)’씨를 카이난투(Kainantu)라는 마을 입구에서 만났다. 숙소에서 출발한지 3시간 만이다. 농장으로 가는 길은 겉으로는 잘 다져놓은 듯했으나, 차는 좌우로 요동쳤다. 이 곳 역시 수시로 쏟아지는 폭우 때문이란다. 농장에 다다르자 그동안의 불안감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신천지가 펼쳐졌다. 농익은 커피체리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커피콩을 따는 파푸아뉴기니의 여인)

하기(Hagi) 농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에 이어 2대째 이 농장을 운영하는 ‘브르스’ 씨는 자신의 농장과 커피 맛을 다음과 같이 자랑했다.

“저희 농장은 30ha(9만 평)에 불과합니다. 다른 농장에 비하면 작은 농장이지요. 하지만, 품질 좋은 티피카(Typica) 종의 커피가 있습니다. 이를 아라비카(Arabica) 또는 나이사(Nyasa)라고도 합니다. 수확량은 다소 떨어지나 양질의 생두를 내세울 만합니다. 풍부한 아로마와 과육, 고급스러운 신맛과 부드러운 단맛이 균형감 있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달콤한 꽃향기의 뛰어난 후미(後味)에 매료된 사람들이 저희 농장을 자주 찾습니다.”

우리가 커피를 즐겨 마시면서도 바디 감, 후미(後味) 등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는 그동안 ‘커피에 설탕을 넣지 않으면 쓰다’면서 설탕을 듬뿍 넣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브르스’ 씨는 커피나무의 종류, 이파리 크기와 색깔, 줄기 형태, 커피 가공 작업 및 공정 등 ‘커피의 일생’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했다.

농장에서는 수확한 커피체리의 무게에 따라 일당을 지급한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한 사람이 채취한 체리는 20-50kg. 여인들을 기준해서 20kg로 보면, 일당은 우리 돈으로 4000원 정도가 지급된다. 우리로 치면 커피 한 잔 정도의 값이나 그들에게는 상당한 벌이가 된다.

농장 방문 후 돌아오는 길에 고로카(Goroka) 시장에 들렀다. 어디에서 모여들었는지 고로카 시장에는 사람들이 물결처럼 넘쳐났다. 온갖 채소와 이름 모를 과일, 달걀, 생필품들이 즐비했다. 시장에는 평일 기준으로 1500~2000명 정도이나 주말에는 2500~3000명이 운집한다고 했다. 필자가 용기를 내서 인파 속으로 들어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현지인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필자를 에워쌌다. 필자를 커피(파치먼트) 매입자로 착각하고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도 있었다.

열대지방은 낮의 흔적을 더듬어볼 여유도 없이 순식간에 어둠이 몰려온다고 했던가. 몰려오는 어둠과 함께 “엄마! 여기 커피콩이 있어요”라는 말이 긴 여운(餘韻)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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