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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음악과 현대음악의 교량적 역할을 꿈꾸는 여인
2019년 03월 06일 (수) 10:28:06 안영진 기자 renews@renews.co.kr

춘삼월에 어울릴 만한 인터뷰 대상자를 만났다. 한복이 잘 어울리는 모던가야그머 장희영. 다큐멘터리 영화 <환타스틱 모던가야그머>의 정민아를 생각하면서 25현의 따뜻한 멜로디의 주인공 장희영을 만난 것이다.

   
[ 한복을 입은 모던가야그머 장희영 ]

-어려서부터 음악적 재능을 타고난 것입니까?

► 저희 어머니는 직장인으로 은행에 근무하셨지만 국가대표 육상선수와 성악을 하셔서 기본적 재능이 있었던 분이고, 아버지는 오디오에 관심이 많으셔서 진공관 오디오도 손수 만드셨던 분이세요. 진공관을 비틀면 소리가 달라진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음(音)에 대해서 예민하셨던 분이니 저의 재능은 부모님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해요.

-여러 악기 중에서 가야금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 아버지께서 제가 3살 정도 무렵에 음(音)을 이해하면서 무용을 곧 잘하는 저의 모습을 보고 예술인으로 키워보려고 기회만 엿보셨다고 해요. 마침 담임선생님이 가야금을 배우셨던 분이셨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입니다. 저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시고 가야금을 권하게 되었고, 시켜봤더니 생각보다 잘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야금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입문한지 얼마 안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국악 콩쿠르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자신감이 붙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대부분은 국악을 사랑해서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 같은 경우는 담임선생님이 시켜서 하게 되었어요. 개인적으로는 고전무용을 더 좋아했어요. (웃음)

-어려서부터 국악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일반적인 학생들과는 좀 다를 것 같은데 어떠했나요?

► 어렸을 때부터 남들보다 빨리 국악을 했어요. 대부분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 시작하는데 저는 초등학교 2학년부터 했으니까요. 남들보다 일찍 병창하고 대회에 나가면 곧잘 수상을 하고, 중학교 때는 경기도지사 특별상도 받았어요. 그러다보니 또래에 비해서 뛰어나다고 생각해서 교만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에 가서는 조금 느슨하게 생활하다 보니 열심히 노력하는 친구들이 금방 따라와서 실력이 비슷하게 되버렸습니다. 평준화가 된 거죠.

예고(藝高)에서 국악을 전공하는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저의 경우는 끼가 넘쳐서 다른 예술학교 친구들 하고 좋아하는 음악도 하면서 어울려 다니는 것을 좋아했어요. 지도하시는 선생님들에게 기본에 충실하고 음색이 탄탄하고 내공이 있다고 인정도 받았지만, 저는 보다 대중적이고 싶었습니다. 그것을 가야금 25현으로 구현한 유럽음악 즉, 트렌스 음악 같은 것을 나만의 이미지나 색깔에 맞게 연주하고 앨범 작업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 가야금을 내려놓고 포즈를 취한 장희영 ]

-이런 질문을 꼭 해보고 싶었는데, 서양의 클래식에 대해서는 동양의 전통음악 연주자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첫 번째로 화음의 차이가 있습니다. 국악은 화음이 없어요. 클래식은 화음이 발달했죠. 두 번째로 음계차이가 있습니다. 국악은 5음계 6음계이나 클래식은 7음계입니다. 악보도 국악은 정간보, 서양은 오선지입니다. 세 번째로 정서의 차이가 있습니다. 국악은 서정적이고 여백의 미가 있지만, 클래식은 화려한 화음으로 웅장함을 살려서 표현합니다.

국악에서 산조를 탈 때 전라도의 젓갈 음식처럼 구수한 음악과 도시적 느낌의 깔끔한 음악이 있어요. 이처럼 클래식은 다른 문화에서 오는 감성적인 차이가 분명히 있습니다.

가요, 유로댄스, 힙합 등의 대중음악을 너무너무 좋아하지만

가야금 현을 탈 때 느껴지는 소리의 깊은 울림은 전혀 다른 것.

-국악만큼 대중음악도 좋아하나요?

► 유럽음악, 클럽음악, 힙합, 랩, 클래식, 팝, 가요 등 장르 구분 없이 평소에 대부분 국악보다 대중음악을 더 많이 듣습니다. 음악도 음식처럼 편식을 하면 안 됩니다. 국악은 다소 보수적이고 무거운 느낌이 있거든요.

국악이 약간 보수적이다 보니까 전통적인 탄탄한 음악이 아니라 너무 대중적으로 가다보면 메인에서는 인정을 잘 안하려고 하는 부분이 있어요. ‘음악이 가볍다’라는 표현이 나오면 인정을 안 한다는 말이거든요.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나서 대중적인 음악을 해야 겠다고 생각해서 앨범을 내는 것 늦어진 것 같아요.

예전에 클럽도 많이 갔어요. 국악 하는 친구들 대부분이 끼도 많고 흥도 많아요. 흥이 주체가 안 되니까 클럽 같은 곳에 가면 잘 놀아요. 그런데 클럽에서도 손짓은 약간 다르더라고요. 손끝이 한국무용 하듯이 춤춘다고 하면서 서로 동영상을 찍어서 보면 춤이 힙합이 아니고 약간 손끝을 달리해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합니까?

► 요즘에 클럽이 아니라 라운지가 굉장히 많아요. 그러한 현대적 분위기와 가야금 25현의 전통적 연주를 접목해 라운지나 클럽 같은 곳에서 국악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전통 음악도 충분히 배웠고 젊은 층의 현대적 음악의 느낌도 알고 있으므로 고전음악과 현대음악의 교량적 역할을 통해서 양쪽을 모두 다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장르를 선보고 싶어요. 현재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실용국악 외래교수로 강의하고 있습니다. 국악과 현대 음악의 발전을 위해 제자를 육성하는 보람된 일을 하고 싶어요.

올 봄에 앨범녹음을 할 계획이 있습니다. 그런 후 유럽 시장에서 독주회, 공연을 통해서 국악의 가능성을 확인 보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방송을 통해서 저의 인생 얘기도 하면서 가야금과 관련된 스토리를 얘기하는 ‘어쩌다 어른’ 이나, ’차이나는 클래스’와 같은 유형의 방송 강연도 해보고 싶습니다.

힙어려서부터 음악적으로 쌓아올린 공든 탑(塔)을 헐어버리지 않게...

결혼과 가야금 모두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 현대적 스타일의 모던가야그머 장희영 ]

-끝으로 아직 미혼인데 결혼 계획은 있으신지요?

► 제 나이에 결혼은 늦은 것 같은 생각도 들지만, 어려서부터 음악적으로 쌓아올린 공든 탑(塔)을 헐어버리지 않게 가야금을 변함없이 사랑하고 그런 저를 사랑해줄 남자를 만나고 싶어요. 결혼과 가야금 모두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장희영과 인터뷰를 하는 동안 기자는 그 어느 때 보다 예술인의 말과 그 속에 담긴 마음에 집중했다. 하지만 음악가로서의 번뇌와 고민, 그리고 진지함을 기사로 풀어내는데 있어서 부족함이 많은 것을 느꼈다. 기자가 글에 담지 못한 모던가야그머 장희영의 모든 것이 음악으로 독자들에게 전달되어질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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