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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세에 생을 마감한 비운(悲運)의 시인 ‘가네코 미스즈’
2019년 02월 20일 (수) 10:33:18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짧은 생(生)에 512편의 시(詩)를 남겨
 
일본 내해의 관문인 시모노세키(下關)의 간몬대교(關門大橋) 상공을 하얀 구름들이 무리지어 어디론가 몰려갔다.  

   
 

구름들의 흐름을 보면서 ‘겨울이 달아나고 있는 것일까?’ 생각하던 필자는 ‘가메야마하치만구(亀山八幡宮)’ 앞길을 걸었다. 바람은 거셌으나 바다는 잔잔했고, 하늘도 맑았다.
 
길을 가던 중 우연히, 가네코 미스즈(金子みすゞ)의 시비(詩碑)와 눈이 마주쳤다. 발걸음을 멈추고서 시(詩)를 읽었다. 제목은 <두루미/鶴>였다.

   
 

<신사 연못의
  두루미야.
 
  네가 보면
  세계의 모든 것은
  무엇이든, 그물코가 쳐져 있겠지
 
  저렇게 맑은 하늘에도
  자그마한 나의 얼굴에도
   신사 연못의 
  두루미가
  그물 속에서 조용히
  깃을 칠 때에
 
  산 너머 저 쪽을
  기차가 갔다.>

 
 가네코 미스즈와 시모노세키는 어떤 인연이 있었을까.
 
‘가네코 미스즈’는 1903년 4월 11일 태어나서 1930년  3월 10일 사망한 일본의 동요 시인이다. 그녀는 26세라는 젊은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512편의 시를 썼다. 1923년 9월 ‘동화’ ‘여성 클럽’ ‘부인 화보’ ‘돈의 별’ 등 네 개의 잡지에 시를 게재해 이름을 날렸다.
 
‘미스즈’의 시비가 ‘가메야마하치만구’ 앞에 세워진 데는 이유가 있었다. 사망 전날인 3월 9일 ‘가메야마하치만구’ 옆에 있던 미요시(三好)사진관에서 마지막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란다.
 
<두루미> 시비 옆에는 또 다른 시 <여름나기 축제>가 있었다.

   
 
   
가네코 미스즈(사진: JULA 출판사/도쿄)

<두둥실
  풍선,
  가스 등불 비치네.
 
  그림자 등롱(燈籠)속
  사람처럼,
  얼음장수 목소리가 사무치도다.
 
  희읍스름
  은하수,
  여름나기 축제의 밤이 깊도다.
 
  네거리를 돌아서면
  풍선,
  별밤에 어두워 지누나.>

 
가네코는 야마쿠치현(山口県) 나가토시(長門市)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그녀가 3살 때 청나라에서 불의의 죽음을 맞았다. 청나라 국영 서점(上山文英堂) 시모노세키 지점장 시절이었다. 어머니의 재혼으로 인해 시모노세키에 이주해서 살았다.
 
1926년 삼촌이 경영하는 서점의 점장 격인 남자와 결혼하고서 딸 하나를 낳았다. 그러나, 남편은 삼촌과의 불화로 서점에서 해고됐다. 자포자기(自暴自棄)한 남편의 방탕한 생활을 참다못해 1930년 2월 이혼했다. 딸의 양육문제로 이혼한 남편과 다투다가 반항하는 의미에서 음독자살이라는 극단의 선택을 했다. “어머니! 아이를 부탁합니다.”는 유서를 남기고서.
 
마음이 따뜻한 시인으로 사후(死後)에 더 유명해
 
대표작으로는 <나와 작은 새와 방울과>와 <풍어> 등이 있다. 그녀의 고향은 예로부터 어부의 마을이었다.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하고 ‘누구에게나 상냥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녀가 동요를 쓰기 시작한 것은 20살 때부터였다.
 
그리고, 오랜 세월 묻혀 있던 가네코의 작품은 아동 문학가 야자키 세쓰오(矢崎節夫·72)씨에 의해서 알려졌다. 그는 나가토시에 있는 ‘가네코 미스즈 기념관’의 관장 직을 맡고 있다. 그의 열정에 의해 ‘미스즈’의 시(詩)가 세상 밖으로 나왔고,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게 됐던 것이다.
 
“미스즈는 천재 동요 시인입니다. 자연의 풍경을 부드럽게 응시하는 그녀의 작품들이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는 대학교 1학년 시절  미스즈의<풍어/大漁>라는 시에 강렬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야자키 세쓰오 씨의 말이다. 그가 매료됐다는 시 <풍어>를 소개한다.

   
야자키 세쓰오 관장(사진: JULA 출판사/도쿄)

<아침 놀 붉은 놀
  풍어다.
  참정어리
  풍어다.
 
  항구는 축제로
  들떠 있지만
  바다 속에서는
  몇 만 마리
  정어리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겠지.>

 
야자키(矢崎) 관장은 2월을 맞아 기념관의 홈페이지에 <물고기>라는 ‘미스즈’의 시와 함께 다음과 같은 칼럼을 썼다.

“가네코 미즈즈의 ‘물고기’를 읽으면 같은 야마구치 출신인 마도 미치오(본명, 石田 道雄1909-2014)씨의 <염소 씨 우편>이 기억납니다...미스즈 씨는 ‘사람이 싫어하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라고 여자 동창생들이 말했다고 합니다. 마도 씨도 언제나 상대를 염려하는 말을 하는 인물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에게 무심코 ‘건강했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마도 씨는 ‘변함이 없네?’라고 말합니다. ‘건강’과 ‘변함없는’의 말은 같은 듯하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변함없는’이 훨씬 폭이 넓고 기쁜 마음이 될 것입니다. 추운 2월입니다. 여러분! 아무쪼록 ‘변함없이’ 보내시기 바랍니다.”
 
누구의 신세도 지지 않고, 심술 한 번 부리지 않았는데 잡아먹히는 물고기 같은 억울한 사람들이 우리의 주변에도 많다. 억울한 사람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말 한마디라도.


<*참고 시집: 나와 작은 새와 물방울/ 억새와 해님(도서출판 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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