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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신부의 숨결이 느껴진 ‘역사(歷史)의 길’
2018년 08월 02일 (목) 11:02:43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메이지 정부의 기독교 금제(禁制) 해제로 탄생한 시쓰(出津) 교회를 가다
 
<1873년(메이지 6년)에 크리스천을 금제(禁制)했던 고사쓰(高札: 일반인들이 잘 볼 수 있도록 높이 매달은 안내문)가 철거된 후, 그리스도교는 자연스럽게 선교활동을 했다. 뒤이어 프로테스탄트의 각 교파가 일본 선교에 동참하게 됐다. 가톨릭교회에서도 다수의 선교사뿐만 아니라, 수녀들의 단체가 일본에 진출해서 교육·의료·사회사업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게 됐다...1877년 전후 농촌에서의 교회 형성과 발전이 현저하게 진전되었음을 보여준다.>
 
일본의 유명 역사학자 고노이 타카시(五野井隆史·77)의 저서 <일본 그리스도교사>에 쓰여 있는 메이지(明治) 초기의 일본 그리스도교의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선교사들은 10리 밖을 벗어나지 못하고 정해진 구역에서만 활동하도록 했다. 구역을 벗어날 때는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이 무렵 나가사키(長崎)현 소토메(外海) 지역 시쓰(出津)라는 산골마을에 부임한 프랑스 신부가 있었다.
 
마르코 마리 드 로(Marc Marie de Rotz) 신부

   
시쓰 문화촌 입구

소토메(外海) 지역 시쓰(出津)는 고대 유적지이기도 하지만, 프랑스 출신 ‘마르코 마리 드 로(Marc Marie de Rotz, 1840-1914)’ 신부와 인연이 깊은 곳으로 이름나 있다. 그가 1880년 이곳 시쓰(出津) 교회의 주임 신부로 부임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독자적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일본인들이 말하는 나가사키(長崎)현 ‘소토메(外海)’에 대한 설명이다. 적절한 표현이다. 이곳은 아름다움 속에 ‘독자적인 역사와 문화’가 내재해 있다.

   
'마르코 마리 드 로' 신부의 동상

시쓰(出津) 마을은 교통이 편리한 지금도 나가사키 역 앞에서 시외버스로 1시간 30여분 달려야 다다를 수 있다. 필자가 인적이 드문 한적한 정류장에 내려서 안내판을 따라 언덕길을 오르자 아름다운 바다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지도를 펼쳐들고 시쓰(出津) 교회를 바라보면서 발길을 옮겼다. 다시 언덕길을 내려가자 유럽풍의 가옥이 하나 나왔다. 다름 아닌 ‘마르코 마리 드 로’ 신부가 살던 집이었다. 그에 대한 짤막한 기록만 있을 뿐, 안내하는 사람도, 방문 목적을 묻는 사람도 없었다.
 
사람의 손이 가지 않은 듯 한 거친 정원을 지나자 신부의 동상과 옛 구조원(救助院) 건물이 나왔다. 이 구조원은 '마크 마리 드 로'신부가 가난한 주민들을 구제하기 위해 사재를 털어 건설한 시설로, 메이지 16년(1884)부터 18년(1886)에 걸쳐 완공됐다. 허름한 가옥 앞에 ‘국가 지정 주요 문화재’라는 안내문도 있었다. 사진 몇 장을 찍고서 멀리 언덕 위에 자리한 ‘시쓰(出津) 교회’를 향해 길을 걸었다.
 
신부가 구조원과 교회를 오가던 길

   
'역사의 길' 안내문


필자는 담벼락 아래에 외롭게 서있는 작은 안내판을 발견하고서 발걸음을 멈췄다. 타이틀은 ‘역사의 길’이었다. 안내문을 그대로 옮겨 본다.
 
<메이지 12년(1880) 시쓰 교회의 신부로 부임한 ‘마르코 마리 드 로’ 신부는 사회복지 사업의 장소였던 구조원을 왕래할 때 이 소로(小路)를 이용했다. 그는, 종교의 포교뿐만 아니라 인간애의 정신을 이 지역에서 시현했다. 그의 마음을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했던 역사적 의미가 깊은 소로이다.>
 

   
신부가 걸었던 소로-멀리 시쓰 교회가 보인다.


지금도 넓혀지지 않은 채 신부의 발자취만 전설처럼 담긴 좁디좁은 시골길-후세 사람들은 신부가 걸었던 소로(小路)를 ‘역사의 길’이라고 명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평범한 시골길이 아니라 ‘역사의 길’이다. 프랑스 신부가 이토록 외진 농어촌에 와서 역사적 사명을 다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방인이 외롭게 걸었던 길을 걸으면서,  순수한 마음으로 가난한 농부들과 어부들을대한 그의 인간애(人間愛)를 생각해 봤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줄줄 흐르는 땀을 닦으며 언덕길을 오르자 교회 앞에도 신부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고, 그의 이력과 업적이 새겨져 있었다.
 
‘마르코 마리 드 로’ 신부는 농업이나 어업 기술 양성에도 힘을 쏟았다. 연고지를 방문하면 한결 같이 건축·제분·빵·마카로니 등의 제조방법과 농기구·어망 공장 등 여러 분야에 대해 기술 지도를 했다. 그가 개간한 농경지와 사재를 털어서 판 우물, 농민들을 위해 지은 작은 가옥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래서 그가 ‘종교를 넘어 위대한 선각자’로 추앙받고 있는 것이다. 신부의 동상 옆에 마태(마태오)복음 25장 40절이 있었다.

   
시쓰 교회 앞에 있는 성경의 한 구절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한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일본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교회를 나가사키(長崎) 지역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만큼 크리스천이 많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오래 전 저희 어머님이 돌아가셨을 때 신부님이 사용하던 오르간을 여동생과 함께 연주하면서 그 분의 업적을 기린 적이 있었습니다. 참으로 훌륭한 분이셨지요. 그 오르간은 지금도 시쓰(出津) 문화관에 잘 보존돼 있어요.”
 
오이타(大分)에 살면서도 소토메를 자주 찾는  이노우에 유코(井上裕子·67)씨의 말이다. 일본인들이 ‘도 로’라고 부르는 ‘마르코 마리 드 로’ 신부는 이렇게 지역민들의 뇌리 속에 각인된 인물인 것이다.
 
영화 ‘게게(解夏)’ 촬영지로도 유명해
 
이곳은 영화 ‘해하(解夏)’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이 영화(2004)는 나가사키 출신 ‘사다 마사시(佐田雅志·66)’의 단편 소설(2002)이 원작이다.
 
어떤 영화일까.
 
초등학교 교사인 주인공은 원인 모를 병에 걸려 고향인 나가사키로 돌아간다. 시력을 잃어가는 젊은이의 고뇌. 약혼자와의 갈등...일어날 수 있는 인간의 삶을 절절하게 그린 영화이다. 시쓰 마을이 영화에도 등장한 것은 종교와 무관하게 자연 환경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해하(解夏)’는 스님들이 여름철에 하안거(夏安居)를 할 때에 수행의 마지막 날을 일컫는다. 소설이 의미하는 ‘해하(解夏)’는 하안거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뜻일 수도 있어 보인다. 일본어로는 ‘게게(げげ)’로 표기해야 되지만 편의 상 ‘해하(解夏)’로 했다.
 
무더운 날씨 탓에 시스 교회에 오래 머물지 못한 필자는 다시 발길을 돌렸다. 한 시간에 한 대씩 지나가는 버스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다.

   
성지 순례단의 모습


때마침 많은 사람들이 수녀를 따라서 길을 걷고 있었다. 모습으로 봐서 성지 순례를 하는 한국 사람들임에 틀림없었다. 카메라 렌즈로 인사를 가름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아름다운 바다와 눈을 맞췄다. 태풍 소식이 있었으나 바다는 여전히 푸르렀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낮은 지붕의 어촌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시쓰 마을의 어촌


순간, 일본의 소설가이자 수필가인 ‘다치바라 마사아키(立原正秋, 1926-1980)’의 수필 <어촌에서>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나는 바다를 바라보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그리고 산책길로 되돌아와서 바다를 따라 걷는다...어부들의 가난한 생활에는 가슴에 스며드는 생활의 냄새가 있다. 고기잡이에서 돌아온 남편과 정(情)을 나누던 젊은 아내에게도, 그런 생활의 냄새가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 냄새가 더욱 가치 있어 보인다’는 생각을 하면서 버스를 탔다. 버스에도 가난한 사람들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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