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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속의 일본차(茶) 이야기(物語)
2018년 01월 29일 (월) 16:30:37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몸도 마음도 얼어붙었던 지난 주말, 혹한(酷寒)의 날씨를 벗 삼아 교외로 달렸다. 목적지는 경기도 가평- 한국 속에 자리한 일본 차(茶)를 만나기 위해서다. 내비게이션의 명령대로 차를 몰아 목적지에 다다르자 한 여인이 전통 한옥의 대문 앞에서 눈(雪)을 쓸고 있었다. 주인공은 일본차에 빠져있는 최정순(65)씨다.

“어서 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최정순씨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서자 앞마당에는 순백의 눈(雪)이 이불처럼 포근하게 깔려있었고, 지붕에도, 장독대도 소복하게 눈이 쌓여 있었다.

   
가평의 한옥

실내로 들어가서 응접실에 자리하자 따끈한 차(茶) 한 잔이 필자 앞에 놓였다. 밖의 날씨가 추웠으나 차 한 잔을 마시자 얼었던 몸이 스르르 녹기 시작했다. 차를 마시면서 내려다보니 탁자 위에 이해인 수녀의 시(詩) <차를 마셔요, 우리>가 있었다.

“오래오래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싶거든/차를 마셔요, 우리/ 찻잔을 사이에 두고/ 우리 마음에 끓어오르는/ 담백한 불빛 이야기를/ 큰 소리로 고백하지 않아도/ 익어서 더욱/ 향기로운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함께 차를 마셔요.”

이해인 수녀의 시(詩)는 언제나처럼 향기가 있었다. 끝 부분의 시(詩) ‘조용히 차를 마시는 동안 세월은 강으로 흐르고, 조금씩  조금씩 욕심을 버려서...’도 가슴에 와 닿았다.

일본차의 섬세함에 빠져들어

차(茶) 한 잔을 마시고서 본격적인 취재에 들어갔다. 일본차를 공부가게 된 이유에 대해서  최정순씨에게 물었다.

“우리차를 공부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일본차를 접하고서 스스로 빠져들었습니다. 뭐랄까? 섬세하고 정확한 점이 마음에 들었지만, 차를 만드는 하나하나가 행위예술이었기 때문입니다.”

필자에게도 공감(共感)이 가는 말이었다. 일본의 차(茶)문화는 구도자(求道者)와 같은 진지함이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차에 대한 공부의 계기도 남달랐다.

“어려서부터 서예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도자기를 빚게 되었습니다. 뒤이어 차와 관계를 맺어 한국 차를 배우면서 진도가 나가 일본차까지 보폭을 넓히게 되었습니다.”

서예·도자기·차...모두가 같은 테두리 내에서 향유되고 있는 영역이었다. 필자는 그녀에게 ‘일본차와 인연을 맺은 지가 얼마나 되었느냐?’고 물었다.

“어언 13년이 되었네요. 세월은 왜 이렇게 빨리 갈까요? 그래도 지금의 순간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차(茶)와 함께요.”

‘세월의 흐름이 날로 빨라지고 있다’는 것은 필자 역시 느끼고 있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얼굴을 들자 벽에 걸린 작은 고(古)가구에 쓰인 한시를 발견했다. 이백(701-762)의 시(詩)였다.

水國秋風夜(강마을에 가을바람 불어오는 밤)
珠非遠別時(멀리 떠나는 때는 아니로다)
長安如夢裡(장안의 일은 꿈 속 같은데)
何日是歸期(어느 날이 돌아갈 때일까)


개인적으로 일본식 다실(茶室) 꾸며

   
한옥집의 다실

이어서 다실(茶室)로 자리를 이동했다. 일본의 다실은 다다미방에 차와 관련된 도구가 비치된 곳으로 정신을 수양하며 예의를 배우는 곳이다. 최정순 씨의 개인 다실은 일본의 다실과 같았다. 2평 남짓한 작은 방에는 일본식 도코노마(床の間: 바닥보다 한 층 높게 만든 곳)까지 만들어져 있었고, 족자 아래 화병에는 하얀 동백꽃 한 송이가 꽂혀 있었다.

“오늘은 우스차(薄茶)로 대접하겠습니다.”

   
정성스럽게 차를 내린 최정순 씨

우스차(薄茶)는 하나의 다완을 사용하고, 연하게 타는 차를 말한다. 그녀는 일본 분위기를 전하려는 의미에서 일본 용어를 쓰려고 애를 썼다. 잠시 후 최정순씨가 본격적인 차 만들기에 돌입했다. 정성스럽게 찻잔을 닦고, 혼신의 힘을 다해서 차를 만들었다. 차센(가루차를 젓는 대나무 도구)을 다루는 솜씨도 일품이었다. 오랜 시간 후 필자 앞에 놓인 차. 다완에 담긴 초록 가루들의 용해는 보는 것만으로도 침이 돌았고 실제로 맛이 좋았다.

   
최정순씨가 만든 일본차

일본의 차는 다인 센노리큐(千利休, 1522-1591)로부터 틀을 갖췄다. 특히, 리큐(利休)는 ‘와비’차를 완성했다. ‘와비’는 수심·걱정·한가로운 정취를 뜻한다. 내면의 정신세계를 중시하며 검소하고 청빈한 태도를 추구하는 것이다. 물질적이고 향락적으로 빠져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필자 칼럼 1/21 참조).

리큐(利休)가 죽은 후에도 그의 후손들은 일본 최대의 유파인 우라센케(裏千家)를 이어가고 있다. 이 또한 자신들의 문화를 지키기 위한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최정순씨는 센노리큐의 15대손이자 우라센케의 센겐시쓰(千玄室·95) 대종장의 말을 인용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차를 통해서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거든요. 차(茶)는 그래서 마음을 치유하는 화(和)의 선물입니다.”

   
 

최정순씨의 차(茶) 사랑은 끝이 없었다. 그녀의 따스한 미소를 뒤로 하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동안 내내 차(茶)에 대한 배움을 위한 그녀의 정성과 바람이 느껴졌다.

※ 이 칼럼은 중앙일보 J플러스에도 동일한 내용으로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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