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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기 빼려고 사흘 굶긴 장어에 130년 내공 소스
[장상인의 일본 탐구] 나고야의 명물 장어덮밥-히쓰마부시
2017년 09월 18일 (월) 14:38:42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도쿄·오사카 등 전국서 몰려, 2~3시간 기다리기는 기본
‘자르기 3년, 꼬챙이 끼기 8년’ 요리사의 굽기 일생 압축
지역 명물 음식 매력 집어내, 우리도 브랜드화해 키워야

   

히쓰마부시 먹는 방법을 시범 보이는 이토 대표. [사진 장상인 대표]

“울지 않는 두견새는 죽여야 한다”-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울지 않는 두견새는 울게 해야 한다”-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울지 않는 두견새는 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끼여 있으나 세 사람 공히 나고야(名古屋) 출신 일본의 3대 영웅으로 불린다. 필자의 나고야 지인들은 수시로 일본 3대 영웅에 대해서 자랑 삼아 이야기하면서 어깨를 으쓱한다. 이는 나고야 사람들의 마음속에 내재된 자존심이기도 하다.
 
이러한 나고야 사람들에게 또 다른 자존심이 있다. 다름 아닌 장어덮밥이다. 나고야에는 미소(味噲·된장)우동, 기시멘, 핫죠우동 등 맛있는 음식들이 많으나 그 중에서 으뜸을 꼽는다면 단연 장어덮밥인 히쓰마부시(櫃塗し)다.
 
“오늘의 점심은 아이치(愛知)현 나고야의 명물 히쓰마부시로 합시다.”
 
“좋습니다. 대환영입니다. 히쓰마부시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장어를 3일 동안 굶기는 것부터가 특이합니다. 이유는 장어의 체내에 있는 불필요한 기름기를 빠지게 하고, 맛이 좋은 지방성분만 남기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또 하나, 장어도 장어지만 양념을 하는 소스가 독특합니다. 130여 년 이상의 전통을 지닌 것이지요.”
 
필자가 일본의 홍보대행사 이토 슌이치(伊藤俊一·64) 대표와 이렇게 대화를 하면서도 침이 꿀꺽 넘어갔다. 한두 번 먹어 본 음식이 아니지만, 언제라도 물리지 않기 때문이었다.
 
일본에는 일찍이 가바야키(蒲燒)가 발달했다. 이는 일본의 ‘식(食)문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가바야키는 육류·어류 등에 소스를 발라서 굽는 방식이다. 우나기돈부리(鰻丼·장어덮밥) 등의 조리방법도 그것과 같은 맥락에서 변형된 형태이다. 히쓰마부시는 이러한 요리 방법에 기초를 둔 장어덮밥이며, 나고야(名古屋)의 독특한 풍미를 지니고 있는 향토 요리인 것이다.
 
히쓰마부시라는 이름의 탄생도 흥미롭다. 히쓰(櫃)란 뚜껑이 위로 열리는 상자(밥통)다. 마부시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전설처럼 흐르고 있다. 하나는 예로부터 간사이(關西) 지방에서는 장어덮밥을 의미하는 ‘마무시’라는 음식 이름이다. ‘마부스(장어덮밥을 뜻하는 고유명사)’에 어원을 두고 있는 말이 ‘마부시’로 바뀌었다는 설도 있다.
 
나고야에서 히쓰마부시가 생겨난 과정도 재미있다. 과거 나고야의 고급 식당에서는 장어의 몸통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렸다. 이때 한 종업원이 ‘비싼 장어를 버리지 말고, 잘게 썰어서 장어 덮밥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내어 히쓰마부시가 탄생하게 됐다고 한다. 한 종업원의 작은 아이디어가 싹을 틔워서 오늘날 일본 전역에서 이름을 날리는 상품화의 열매를 맺은 것이다.
 

 
일본 제2 장어 산지, 상품화에 성공 

   
장어 굽기   [사진 장상인 대표]

일본에서는 뱀장어를 우나기(鰻)라고 한다. 영어 이름이 ‘Japanese eel’이라는 것만 봐도 일본과 뱀장어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뱀장어는 멀리 필리핀 인근의 깊은 바다에서 짝짓기를 하며 700만~1200만 개의 알을 낳고 죽는다고 한다. 알들이 실뱀장어가 되어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들을 그물로 잡아서 양식을 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일본에서는 언제부터 이러한 뱀장어 양식이 시작됐을까. 메이지(明治) 12년인 1880년 도쿄의 심천(深川)에서 뱀장어 양식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현재의 일본 제일의 뱀장어 양식지는 규슈의 가고시마(鹿兒島)현이고, 두 번째가 나고야 지역인 아이치(愛知)현이다. 과거 한 때에는 시즈오카(靜岡)·아이치(愛知)·미에(三重)현이 일본의 90%를 차지하는 뱀장어 양식 산지였다. 히쓰마부시가 나고야 지역에서 출현하게 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히쓰마부시의 원조 아쓰다(熱田) 호라이켄(逢來軒)으로 갑시다. 때가 때인지라 서둘러서 가야 합니다.”
 
일본의 추석(御盆)을 앞둔 지난 8월 12일은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이었다. 호라이켄은 히쓰마부시의 원조로 유명하다. 호라이켄은 메이지 6년(1874)부터 아쓰다 신궁 내에서 히쓰마부시를 만들었다. 13년 후인 1887년 아쓰다 호라이켄이  히쓰마부시의 상표 등록을 함으로써 공고한 위치를 확보하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호라이켄이 상표권을 독점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히쓰마부시’라는 나고야 향토음식의 상표화를 도모한 것이다. 나고야 사람들은 그 상표권을 바탕으로 나름대로의 특성을 가미한 일본 최고의 장어덮밥인 히쓰마부시를 발전시켜 왔다.
 

   
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마냥 기다리는 일본인들.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종업원은 메뉴를 설명해 준다.  [사진 장상인 대표]

호라이켄에 도착한 것은 오전 11시 50분. 때마침 한 종업원이 가게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손님들을 호명하고 있었다. “12시 예약 손님 들어오세요.” 이 가게는 오전 11시에 문을 연다. 낮 12시에 입장하는 손님은 늦어도 오전 8~9시쯤부터 줄을 섰던 것이다. 땡볕에서 3시간 이상을 기다린 손님들의 인내심은 거의 노벨상감이었다. 필자가 차에서 내려 호라이켄 입구로 다가가 기웃거리자 종업원이 먼저 말했다. “지금부터 3시간 30분 기다리셔야 합니다.” 입구에는 대기 시간 3시간 30분이라는 푯말까지 세워 놓고 있었다. 필자는 주저하지 않고 돌아서고 말았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3시간 30분을 기다릴 용기가 나지 않아서다. 그리고서 다시 이름 있는 가게를 돌아다녔다. 기다리는 시간은 대체로 비슷했다. 다시 백화점 지하에 주차를 하고 식당 층으로 올라갔다. 그곳도 대기 시간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후의 선택. 대기자 명부에 이름을 등록하고서 백화점을 돌아다녔다. 2시간쯤 후에 가게 앞으로 가자 차례는 아직도 멀리 있었다. 지친 나머지 가게 앞 의자에 앉아서 30분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이토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라온 히쓰마부시에 대한 글을 보여 줬다.
 

   
3시간 기다린 끝에 낮 12시에 입장하는 손님들. [사진 장상인 대표]

“저는 호라이켄 본점에서 4시간을 기다렸습니다. 대기자 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수족관을 다녀왔습니다.”
 
“왜? 예약을 받지 않나요? 타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화가 났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나고야에 간다면 또 기다리려고 합니다. 맛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지요.”
 
필자가 선택한 가게의 이름은 빈탄(備長).
“소재(素材)를 엄선하고, 탄(炭)을 엄선하고, 기(技)를 엄선합니다.”
 
좋은 재료와, 좋은 숯에 기술을 더해서 맛있는 장어덮밥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말이다. 좋은 재료는 기본이고 장어를 굽는 숯과 손맛이 좋아야 한다는 평범하면서도 의미 있는 말이었다.
  

 
밥을 4등분해서 먹는다
 
이 식당에 여러 가지 종류의 일본요리가 있었지만, 주문은 간단명료했다. 명물인 히쓰마부시가 주(主)메뉴이기 때문이다. 주변의 일본인들도 모두 히쓰 하나씩을 앞에 놓고 장어 맛에 심취해 있었다. 잠시 시간이 흐르자 젊은 종업원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음식을 내왔다.
 
가게의 미시마 류지(三島龍治) 점장이 다가와서 먹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했다. 물론, 필자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의 정성을 생각해서 경청했다.
“먼저 주걱을 듭니다. 밥통의 뚜껑을 열고서 주걱으로 밥을 4등분합니다. 그리고 한 부분씩 밥공기에 덜어서 드시기 바랍니다. 첫 번째는 지금 그대로 드시고, 두 번째는 와사비와 파·김을 넣어서 드시고, 그 다음은 오차쓰케(お茶漬け)로 드시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손님께서 가장 맛있었다고 생각하는 형식으로 드시면 됩니다.”
 
필자가 히쓰의 뚜껑을 열자 붉게 그을린 장어들이 촘촘히 밥을 덮고 있었다. 맛있는 냄새와 함께 봄 안개 같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필자는 미시마 점장이 설명한 대로 나무주걱을 곧추세우고 밥의 영역을 넷으로 나누었다.
 
여기에서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는 오차쓰케가 있다. 이것은 다시(出し汁, 가다랑어·다시마·멸치 등을 삶아서 우려낸 국물)를 밥에 부어서 말아 먹는 방식이다.
 
비빔밥이 필자의 입맛에 맞아서일까? 필자는 언제나처럼 두 번째 방식인 비빔밥 형식을 다시 한 번 선택했다. 옆자리에서 한국말이 들려서 물어봤더니, 한국과 도쿄에서 나고야에 여행 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소문난 히쓰마부시를 드디어 먹어 보게 됐다”며 “과연 소문대로군요”하면서 만족해 했다.
 

 
지역 대표 음식으로 사람 모아
 
“꼬챙이 끼기 3년, 자르기 5년, 굽기 일생.” “자르기 3년, 꼬챙이 끼기 8년, 굽기 일생.”
 
일본 요리사(匠人)들의 노력에 대한 내용을 한마디로 압축한 말이다. 비슷한 의미이나 지역별로 다소 차이가 있다. 첫 번째가 간토(關東) 지방의 말이고, 두 번째가 간사이(關西) 지방에서 회자되고 있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고기나 생선을 잘라서 꼬챙이에 일정하게 끼는 일이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굽는 일은 더 어렵다는 것이다. 설익어도 안 되고, 과도하게 익혀도 안 되기 때문이다. 일생 동안 해야 할 지난(至難)한 일인 듯싶었다.
 
빈탄의 미시마 점장은 일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주방의 외부에서만 사진 촬영을 하도록 하면서 요리사들의 자세에 대해서 말했다. “요리사들은 항상 긴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굽기 일생’이라는 말은 고객의 입맛에 맞는 굽기를 위해서는 세심한 주의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그날그날의 실패를 반성해서 시행착오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마음을 평생 동안 간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안 되는 일이다. 체력·정신력·기술력이 필요하리라.
 
아무튼, 일본은 음식 하나하나를 브랜드화하고 있다. 그 지역의 특성을 살린 음식이 지역을 대표하는 명물로 자리하여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평범한 장어덮밥을 4등분해서 먹도록 하는 스토리텔링도 나고야다운 발상이다.
 
우리나라도 풍천장어·전주비빔밥·함흥냉면 등 유명 음식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음식들은 어느 지역에서나 먹을 수 있는 보편적 음식이 돼 버렸다. 독특한 특성, 즉 매력의 포인트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도 명품 음식을 만들어 브랜드화를 추진해야 한다. 이것은 바로 한국음식의 세계화를 확산하기 위한 디딤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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