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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에 동상 세워진 일본인 이야기
2017년 08월 04일 (금) 12:05:12 장상인 renews@renews.co.kr

필자가 오래 전부터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일본의 무장이자 다이묘(大名)인 다카야마 우콘(高山右近, 1552-1615)의 동상이 있는 필리핀의 마닐라였다.

다카야마 우콘(高山右近)은 가톨릭 다이묘이자 그 당시 크리스천의 리더 격이었다. 세례명은 ‘쥬스타’. 포르투칼어로 ‘정의의 사람, 의리의 사람’을 뜻한다.

'그의 동상이 왜 마닐라에 세워졌을까.'

일본의 가가와(加賀)에서 숨어 지내던 우콘(右近)은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크리스천 추방령에 의해 1614년 350여 명의 추종자들과 함께 일본 땅을 떠나게 됐다. 목적지는 필리핀의 마닐라. 긴 여행에서의 피곤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던 그는 마닐라 도착 40일 만에 63세의 나이로 생을 마쳤다. 1615년 1월 6일의 일이다.

다카야마 우콘의 흔적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러한 사연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필자는 역사의 블랙박스를 열어보려는 호기심으로 길을 나섰다.

어렵게 호텔 앞에서 택시 하나를 붙잡았다. 필자가 건네준 지도를 요리조리 돌리던 택시 운전사는 ‘약 7킬로미터의 거리다’고 했다. 운전사는 차량 정체가 심하기 때문에 미터기를 끄고 둥쳐서 300페소(한화 6,750원)로 하자고 제안했다. 무조건 오케이. 대안이 없어서다. 택시는 도로의 정체를 피해서 골목길 중심으로 달렸다.

목적지는 플라자 디라오(Plaza Dilao)였다.

제법 오랜 시간 달리던 택시 운전사는 ‘이 근처입니다’는 도마뱀 꼬리 자르듯 짧은 말을 남기고서 줄행랑을 쳤다.

근처 공원을 지키던 경비원에게 지도를 펼치고서 재차 물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나이가 지긋한  어느 노인이 ‘따라 오라’고 했다. 그의 수신호에 의해서 버스, 택시, 오토바이 등이 모두 멈췄다. 필자는 노인을 따라서 의기양양 도로를 건넜다.

“바로 여기입니다. 일본인의 동상입니다.”

   
공사 현장의 다카야마 우콘 동상

다카야마 우콘의 동상은 고가도로 공사 현장 속에서 천을 칭칭 감고 서 있었다. 화상(火傷)을 입은 환자처럼.

참으로 허탈했다. 사진 한 장 찍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장소를 알리는 표지석은 어떠한가. 높은 울타리 속에서 다가올 새로운 운명을 기다리는 듯했다.

400년 전 자신의 종교를 지키기 위해서 조국을 떠나야했던 다카야마 우콘(高山右近)의 거룩한 뜻을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역사는 이렇게 현대인의 논리를 따라 흘러가는 것일까.'

생각을 거듭하면서 플라자 디라오(Plaza Dilao)를 벗어났다.

공사 현장의 굉음(轟音)은 점점 높아졌고, 다카야마 우콘(高山右近)의 동상은 점점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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