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부동산대책이 발표되고 당장 청약시장이 꺼질 수 있다는 우려와 마지막으로 수요자들이 몰릴 수 있다는 기대가 교차했습니다. 다행히도 청약자들은 막차 타기를 선택해 1순위자가 몰렸다고 생각합니다." (A건설 분양소장)

건설사들이 정부가 내놓은 8·2부동산대책 등장 이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책 등장 전 분양일정을 시작한 단지는 막차를 타기 위한 수요자들이 몰린 반면 사업을 앞둔 곳에선 일정 수정도 검토하고 있어서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이 분양한 DMC에코자이는 1순위 평균 경쟁률 19.75대1로 마감됐다. 호반건설이 선보인 '성남 고등 호반베르디움'은 청약통장이 1만1389건이 접수돼 평균 21.98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을 나타냈다.

두 단지는 공교롭게도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난 2일 1순위 청약접수가 진행됐다. 수요자들은 대책이 발표된 후 집단대출 실행 가능여부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는 후문이다. 이번 대책으로 9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중도금 대출보증은 1인당 통합 2건 이하에서 세대당 통합 2건 이하로 제한된다. 해당 규정은 지난 3일 이후 입주자모집공고 단지부터 적용을 받는다.

건설사들은 상품성이 입증된 단지의 경우 이번 8·2대책과 무관하게 호성적을 기대했다. 대책 직후 단지에 대한 관심을 고스란히 흡수하면서 기대 이상 청약자들이 몰렸다는 설명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예상보다 강한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서 수요자들이 마지막 기회라고 청약에 나섰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분양을 앞둔 건설사들은 일정 연기 등 고민에 빠졌다. 청약시장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시장 침체가 우려되고 있어서다.

다음달부터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에선 1순위 자격은 청약통장 가입후 2년·납입횟수 24회 이상으로 강화된다. 투기과열지구 내 전용면적 85㎡ 이하는 100% 가점으로 당첨자를 결정한다.

일부 건설사는 부동산대책에 따른 사업성 재검토에 돌입했다. 투기과열지구는 물론 각종 금융 규제 등 다양한 변수가 복합적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섣불리 사업을 펼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A건설 분양소장은 "분양권 양도세 강화 등 세제 규제가 분양시장에 크게 작용할 것"이라며 "현금이 풍부한 자산가도 심리적 위축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서 분양 물량은 47개단지·총 2만4610가구로 조사됐다. 이는 8월 분양으로는 2001년 이후 최대 수치다. 업계에선 이번 8·2부동산 대책으로 이달 사업은 상당부분 조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조합은 9월부터 적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양가 상한제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상한제에 따라 분양가를 충분히 올리지 못하면 조합원 부담이 증가될 수 있어서다.

재건축 사업을 준비하는 한 건설사 관계자는 "조합과 일정 조율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 분위기상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조합들은 분양시장이 꺾일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어 고민이 많은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투기과열지구에 사업 예정이 없는 건설사도 조심스럽다. 상대적으로 대책 영향권 밖에 있는 상황에서도 서울에서 시작된 분위기 하락 여파를 우려하고 있다. 대출과 청약요건 강화 등으로 전반적인 내집마련 수요가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어서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투기과열지구에 사업이 없어 걱정을 한시름 덜었다"면서도 "서울 분위기가 수도권 전체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에선 밀어내기 분양이 나올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정부가 내놓은 청약제도 개편은 주택공급규칙 개정과 청약시스템 개선 후 9월 중 적용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대책이 예상보다 강력해 적용 이후부턴 확실하게 분위기가 꺼질 수 있다"며 "사업을 계속 연기할 수 없는 상황이면 차라리 빠르게 진행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