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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타미(熱海)에서 만난 ‘이수일과 심순애’
2017년 07월 14일 (금) 10:37:08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뜨거운 바다 아타미(熱海)-
 
일본의 아타미(熱海)는 예로부터 섭씨 90도에 가까운 뜨거운 온천물이 솟아나왔다. 그래서, ‘뜨거운(熱) 바다(海)’라고 명명됐던 것이다.
 
이처럼 소문난 일본의 유명 온천 지대이지만, ‘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일반인들이 쉽게 가기 어려운 곳으로 인식돼 있다.
 
필자는 슈젠지(修善寺) 온천에서 일박을 하고서 같은 이즈(伊豆) 반도에 있는 아타미(熱海)행 기차를 탔다. 점심은 역에서 산 도시락(驛弁). 후지산은 언제나처럼 보일 듯 말 듯 모습을 드러냈다가 눈을 맞추면 사라지곤 했다. 약 50분 만에 아타미(熱海)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빠른 시간이었다.
 
아타미(熱海)역은 열기가 넘쳐났다. 온천의 열기가 아닌 관광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인구 4만 명도 안 되는 곳에 이토록 사람들이 많이 모일까.’
 
관광객들은 외국인보다는 일본인들이 많았다.
 
재래시장에서 접한 ‘곤지키야샤<金色夜叉>’의 이벤트

   
온천숙 일번지

역에서 나오자 곳곳에 온천이 있었다. 민박, 호텔 공히 온천이 나오는 곳이다.  먼저 관광센터에 들러서 이것저것을 묻고서 가까운 재래시장으로 갔다. 언덕길 시장에는 사람들이 북적대고 있었다. 아타미(熱海)가 해안이라서 알 수 없는 어종(魚種)들이 많았고, 볼거리와 먹거리도 많았다.

   
복복(福福)의 수욕 온천

이곳저곳을 돌아보다가 시장 통에서 아주 작은 온천 하나를 발견했다. 일상적인 족욕(足浴)이 아닌 수욕(手浴)이 특이했다. 이름도 귀여운 ‘복복(福福)의 탕(湯)’. 필자는 어느 관광객에 이어서 그곳에 손을 담갔다. 손가락으로부터 온 몸에 전해지는 온기가 무더위 속에서도 따스하게 느껴졌다. 온천수 옆에는 ‘온천물에 적신 손으로 동자승의 머리를 만져주면 복이 온다’는 재미있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있었다.  

깔깔 웃는 사람들에게 고개를 돌리자 색상이 화려한 모형 뒤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일본 근대 문학의 선구자인 오자카 고요(尾崎紅葉, 1868-1903)의 소설 곤지키야샤(金色夜叉)의 테마가 아닌가.’

   
소설 속 주인공 간이치와 미야가 되어 한 컷-

필자는 벌떡 일어서서 염치불구하고 한 관광객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했다. 필자가 소설의 남자 주인공인 ‘간이치(貫一)’가 됐고, 여자 주인공 ‘미야(宮)’ 역은 동행한 아내가 했다.  

사진 촬영을 마친 필자는 이정표를 보면서 내리막길을 따라 해안으로 갔다. ‘간이치(貫一)’와 ‘미야(宮)’의 기념비를 찾기 위해서다. 언덕길을 내려가자 멀리 태평양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바닷가의 작은 공원에 ‘곤지키야샤(金色夜叉)’의 주인공 간이치(貫一)와 미야(宮)의 동상(기념비)이 있었다.

   

간이치와 미야의 동상과 관광객들-

사람들은 동상 앞에서 기념 촬영하기에 바빴다. 필자 역시 카메라 렌즈를 돌리면서 나이가 지긋한 일본인 할머니에게 물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지만 참으로 애절한 사연이지요?”
“네. 그렇습니다. 그래도...애절하면서도 아름답지 않아요?”
 
할머니는 그 옛날의 첫사랑을 생각하는 듯(필자의 추측) 살포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옛 추억을 떠올리며 기념 촬영을 하는 할머니들-

이곳은 남자 주인공 간이치(貫一)가 변심한 미야(宮)를 발로 찬 장면이 그려졌던 곳으로 유명하다. 여기에 동상이 세워진 이유이기도 하다.
 
‘곤지키야샤(金色夜叉)’는 어떤 소설인가. 1897년부터 1902년까지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의 연재소설이다.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본다.
 
소설 속으로 한걸음

   
작가 오자키 고요

<아타미 해안을 산책하던 주인공 간이치(貫一)와 미야(宮)는 고등학교 친구였다. 부모들의 허락을 받아서 약혼까지 했다...그런데, 돈 많은 사람 도미야마 타다쓰구(富山唯繼)로부터 결혼 제의가 왔다...미야의 부모는 돈많은 그와 결혼 시키고 말았다.>
 
소설 속 주인공 간이치(貫一)의 노래도 슬프기 그지없다.
 
아타미(熱海) 해안 산책
(...)
동행도 오늘만큼 함께, 이야기도 오늘만큼 함께
 
내가 학교 끝날 때까지
왜? 미야(宮)는 나를 기다리는 것일까.
 
(중략)
 
다이아몬드에 눈이 어두워
타서는 안 될 가마를 타고 말았구나.
 
사람은 자신의 몸을 지키는 것이 첫째요
돈은 이 세상에 돌아다는( 하찮은) 물건이거늘.

 
한국판 ‘이수일과 심순애’
 
‘이수일과 심순애’는 일제 강점기 시절 조중환(1863-1944)이 번안한 장한몽(長恨夢)의 주인공이다. 소설의 원조인 ‘곤지키야샤(金色夜叉)’는 일본의 뜨거운 온천 아타미(熱海)를 배경으로 했으나, 장한몽의 주인공 ‘이수일과 심순애’는 아타미가 아닌 대동강 변 부벽루를 산책하면서부터 전개된다. 부모님의 권유로 이수일과 헤어지는 심순애의 마음도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소설 <장한몽> 속으로 들어가 본다.

   
심순애의 이미지(관광객 사진)

“어머니, 어떻게 하면 나는 좋아요?”
“어떻게 하면 좋아가 다 무엇이냐?...네가 처음부터 그리로 가겠다고 하기 때문에 이렇게 된 일을 지금 와서 또...”
“어머니, 수일 씨는 다시 보지 아니하고 바로 그리 갈 터 이야요. 그러하니 그렇게 하여 주시오. 나는 얼굴을 다시 볼 수 없어요.”
 
<심순애의 목소리는 점점 속으로 들어가고, 아름다운 눈에서는 눈물이 치마 위에 뚝뚝 떨어진다.>
 
그러나, 우리에게 기억되는 것은 배신을 때린 심순애에 대한 이수일의 일갈(一喝)이다.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반지가 그토록 좋았단 말이냐?”
 
원본 ‘곤지키야샤(金色夜叉)’ 속의 명대사도 지금까지 일본인들의 사이에서 회자(膾炙)되고 있다.
 
“다이아몬드에 눈이 멀어 잘도, 잘도, 나를 배신했구나.”
“미야(宮)! 내년 오늘의 달도, 내 후년 그날의 달도, 10년 후의 그날의 달도, 나의 한(恨)맺힌 눈물로 흐리게 해 주겠다.”
 
여성들의 동상 철거 요구 없어
 
필자는 아타미 시청 관광과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몇 바퀴 돌더니 담당 직원 구리야마(栗山)씨와 연결됐다. 필자의 질문이다.
 
“해외에서 관광 온 여성들이 ‘건장한 남자가 연약한 여자를 발로 차는 모습이 흉하다’면서 동상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런 적이 없습니다. 이메일이나 팩스가 온 경우는 있었습니다. 이 동상은 여성 폄하(貶下)가 아니라 문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좋을 것입니다. 그 당시 시대 상황이기도 하고요.”
 
맞는 말이다. 문학은 문학적 가치로 봐야 한다. 자기만의 고정된 생각으로 작품에 내재된 틀을 흔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타미의 날씨는 더욱 뜨거워졌다. 하지만, 태평양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더위를 식혀주었다.
 
관광지 아타미에서 ‘이수일과 심순애’ 원조와의 짧은 만남이 ‘여행의 백미(白眉)였다’는 생각을 하면서 언덕길을 올라 다시 시장 통의 인파 속에 파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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