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일대에 밀집한 아파트 단지

금융당국이 다음달 규제 만기를 앞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황비율(DTI)의 연장 여부 검토를 논의중인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하반기 이후 산재한 리스크 등을 고려해 장기적인 전략을 짜는 모습이다.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시장에 맞춤형 접근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또 대책을 섣불리 발표할 경우 실수요자의 주택 마련을 어렵게 하고 일부 지역으로 번지는 풍선효과 등의 부작용도 우려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9일 "일부 지역 과열에 따른 금융규제 시그널이 나간 이후 관망세로 돌아섰다"면서 "서울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지방과 수도권 외곽은 여전히 침체가 지속되고 있기에 시장 상황을 관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과열 발생 지역과 유형 등을 선별해 맞춤형 청약제도 적용할 수 있어 실수요자와 투기수요를 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지난해 11·3 대책을 통해 조정대상지역을 지정해 △전매제한 강화 △1순위 청약자격 제한 △재당첨 금지 등을 시행했다. 특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주택법 개정안을 올려 조정대상지역을 '과열' 뿐만아니라 '침체'까지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의 고강도 대책은 보류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최장 5년간 분양권 전매제한과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조합원 분양 가구수 1가구 제한 등이 시행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면 인접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그 전에 11·3 대책을 보완해야 한다"며 "경기 위축을 피해야하고 지역별 시장 온도 차이 등을 고려한다면 '조정대상지역'을 활용한 '정밀대책'이 적당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5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6% 상승했다. 하지만 상승폭은 1주 전보다 0.01%포인트 감소했다. LTV·DTI 규제 임박 소식에 주요 부동산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강남권은 0.38%로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승세는 계속됐으나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과 규제 강화 우려 등으로 상승폭이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권은 재개발 등 정비사업 구역과 높은 전세가율에 따른 매매 전환 수요 등으로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0.16%를 기록했다. 

지방에서는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으며 부산과 강원, 세종 등 집값 강세 지역조차 상승세가 둔화됐다. 감정원 관계자는 "5월 경기 회복 기대와 유동자금이 주택시장에 유입되며 상승폭이 확대됐으나 6월 들어서 집값 급등에 따른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 검토 소식으로 매수대기자들이 일부 관망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매매값 뿐만 아니라 아파트 분양현장에선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하반기부터 입주물량이 과도하게 오른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조정이 일어날 경우 '불꺼진 입주 아파트'가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7월말 일몰을 앞두고 있는 LTV·DTI의 경우 정부가 연장하지 않을 경우 자연스럽게 환원된다. 현재 정부가 논의하고 있는 것은 연장여부부터 지역별·금융기관별 차등을 두는 미시적인 조정이다. 현재 다른 국가는 대부분 LTV를 주택대출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DTI와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을 적용하는 나라는 캐나다와 홍콩 정도에 불과하다. 여기에 국내의 실질 LTV 수준은 53.2%(지난해 9월 기준)로 모든 가구에 획일적으로 DTI와 DSR을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와 신혼부부에게는 LTV 한도를 차등 적용해야 한다"며 "주택 가격에 따라서도 LTV 한도를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3억원 이하 주택과 3~6억원, 9억원 이상으로 세분화하자는 것이다. 즉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관리할 필요가 있지만 수위가 과도하면 주거상향 이동 사다리를 끊고 경제 활력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아예 시장을 지켜보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대출 규제를 강화하게 되면 가수요를 잡을 수 있겠지만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비용이 증가한다"며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잡겠다고 나서기보다 긴 안목으로주택시장을 조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