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살고 있는 집 근처에 공원이 하나 있다. 양천구 목동동로 363에 자리하고 있는 면적이 29,619㎡인 공원이다. 이름은 파리공원(Parc de Paris).

공원에 있는 나무들 사이사이에서 활짝 핀 꽃들을 보면 저절로 그 아름다움에 빠져든다. 하지만, 꽃을 피우기 위한 에너지는 인간의 노력을 능가한단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벨기에의 모리스 마테를링크(Maurice Maeterlink, 1862-1949)의 저서 <꽃의 지혜>(성귀수 옮김)에 답이 들어있다.

파리공원의 봄 꽃

“누구든 정원에 핀 작은 꽃 한 송이가 발휘하는 에너지의 절반만이라도 자신을 괴롭히는 온갖 역경을 극복하는데 투여한다면, 지금과는 아주 다른 운명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도 좋습니다.”

꽃 한 송이가 발휘하는 에너지에서 ‘역경을 극복하는 지혜를 배우자’는 말인 듯싶다.

필자는 오랜 세월 이 파리공원과 인접해서 살면서도 ‘공원이 파리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는 겉모양만 봤을 뿐 공원의 내면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공원 속으로 한걸음 들어가 본다.

파리공원의 안내도

이 공원은 우리나라와 프랑스가 ‘수교 100주년을 기념하고 우방국으로서의 굳건한 협력 의지를 다지자’는 뜻에서 1987년 7월 1일 문을 열었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파리에 ‘서울 공원’이 만들어졌다.

파리공원에 들어서면 상징조형물인 모형 개선문, 모형 에펠탑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열주(列柱), 벽천(壁泉,) 환경조각 등도 색다르게 다가온다. 공원의 전체적인 색상은 한·불 두 나라 국기의 공통색인 청색·홍색·백색을 주로 사용했다.

모형 개선문과 에펠탑

또한, 프랑스의 전통 양식인 자수화단(knot-garden)이 특징적이다. 자수화단은 화단 주변에 회양목 등의 상록수로 심고 안쪽에는 잔디나 화초들을 심는 형태를 말한다. 다른 이름으로 무늬화단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밖에 서울광장과 파리광장·한불마당·야외무대광장·연못·분수대 등이 있고, 농구대와 게이트볼장·철봉·역기 등과 각종 운동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중앙의 야외무대광장에서는 인근 주민들을 위한 공연이 펼쳐지며 때때로 야외결혼식이 열리기도 한다.

한국과 프랑스의 첫 만남은 병인양요(丙寅洋擾)였다. 병인양요는 1866년(고종 3년) 흥선대원군의 천주교도 탄압과 학살에 화가 난 프랑스가 함대를 이끌고 강화도를 침범한 사건을 말한다.

그로부터 20년인 1886년 6월 4일-

조선의 전권대신 김만식과 프랑스의 전권대신 코고르당(F. G. Cogordan)이 아픈 과거의 상처를 씻고 한·불 우호 통상 조약을 체결함으로써 양국 간의 공식적인 외교채널이 구축됐다. 지금으로부터 131년 전의 일이다.

국가 간의 관계나 개인 간의 관계 공히 서로 양보하면서 상대에게 다가가는 마음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