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남미협회 칠레주재 대표 강성균 씨

“가는 겨울과 오는 봄이 치열한 기(氣)싸움을 벌일 때가 있다....봄이 왔는가 싶으면 꽃샘추위가 오고, 아직 추운가 싶으면 어느새 봄꽃들이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그러다가 마침내 으라차차 봄이 승리하는 시간.”

정여울의 에세이 <그림자 여행>의 한 대목과 같은 시간이었다. 때마침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필자는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중남미에서 온 한·중남미협회 칠레주재 대표 강성균(59) 씨를 만났다.

강성균 대표(1)

“27시간 동안 비행기를 탔습니다. 길고 긴 여행이었습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의 표정은 무척 밝아 보였다. 커다란 그림을 그리는 '열정(熱情)'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들고 온 가방에는 남미 대륙에서 계획되고 있는 거대한 프로젝트와 관련한 서류가 가득 들어 있었다.

“에콰도르 정부가 추진하는 수력발전소 건설 사업이 급물살을 탈 것입니다. 집권여당을 대표하는 레닌 모레노(64)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거든요.”

필자는 스마트폰을 통해서 ‘레닌 모레노’를 검색했다. 연합뉴스는 ‘에콰도르 선거관리위원회는 4일(현지시간) 99.65%를 개표한 결과 국가연합당(알리안사 파이스)의 모레노 후보가 51.16%를 득표해 48.84%를 얻은 우파 야당 기회창조당(CREO)의 기예르모 라소(61)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코레아 대통령 밑에서 2007∼2013년까지 부통령으로 재직한 모레노 당선인은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이 추진해온 사회복지 정책과 경제 정책을 승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승리했다.

“남미 대륙이 포퓰리즘(populism)의 폐해로 인해 변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좌파인 집권 여당이 승리한 것은 모레노 후보의 개인적인 역량에 의해서입니다. 국민들은 좌우의 정치적인 이슈보다는 먹고사는 문제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강성균 대표(2)

강성균 대표는 정치적인 문제를 간단히 정리하고 경제적인 문제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현지에서 S중견기업의 현지법인 대표를 하면서 한·중남미협회의 일을 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유럽계 펀드를 운영하는 A&G International을 비롯한 컨설팅회사들과의 교류를 바탕으로 아르헨티나의 발전프로젝트, 칠레의 담수화 플랜트, 남아프리카 공화국·모잠비크·짐바브웨·앙골라 등의 농업개발 프로젝트를 들고 왔다. 그의 역할은 한국의 기업들을 현지 발주처에 소개하고 추천하는 일이다. 경제영토의 확장을 위해서다.

“이 프로젝트들이 국익 창출은 물론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도 많은 기여를 할 것 같습니다. 나아가 요즈음 같이 침체된 분위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지 않을까요?”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목청을 높이는 사람들의 쉰 목소리보다 잔잔한 그의 말이 훨씬 강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제법 긴 시간 동안의 대화를 나누던 그가 시계를 들여다보다가 벌떡 일어섰다. 대형 건설회사와의 미팅을 위해서 가야 한단다.

강성균 대표가 떠난 후에도 그의 그림자가 길게 남았다. 아름답게.

필자는 그의 그림자를 향해서 힘찬 박수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