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맥주 홀 ‘라이언’에서 일본인과 나눈 대화

'최순실 게이트'로 세상이 시끄러워질 즈음 필자는 도쿄(東京)에 갔다. 일본에 업무도 있고, 오랜 친구들과도 만나기 위해서다. 필자가 일본 친구들과 자주 만나는 곳이 긴자(銀座)의 삿포로 비어 홀 ‘라이언(Lion)’이다. 이곳은 무더운 여름 철 한 잔 들이키고 싶은 맥주 홀로 일본인들의 로망이기도 하다.

맥주는 와인보다 훨씬 앞서서 탄생했다. 맥주에 사용되는 효모도 16세기부터 시작된 것이다. 인류가 포도보다 곡물을 먼저 재배했기 때문이다.

“맥주는 손쉽게 마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생살이의 고단함을 잊게 해주는 묘약이기도 하다.” 

야곱 블르메(Jacob Blume/김희상 역)의 저서 <맥주, 세상을 들이켜다>에 있는 내용이다. 맥주의 역사는 그리 간단치 않은 것이다.

긴자 한복판에 자리한 삿포로 맥주 홀 라이언은 82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건물은 1924년 일본맥주회사의 본사 사옥이었다. 1,2층을 맥주 홀로 오픈했던 것이다. 그리고, 2차 대전 패전(1945) 후 미군이 접수했다. 그리고서 미군 철수 후 1952년 다시 민간의 품으로 돌아왔다.

긴자 거리. 중국 관광객들이 긴자를 지배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중국어가 난무했다. 필자는 그들을 헤치면서 맥주홀로 들어섰다. 오후 5시. 이미 사람들이 반쯤 차있었다. 일본인들은 물론 서양인들도 많았다. 무엇이 이렇게 사람들의 발길을 모이게 하는 것일까. 일단 종업원에게 생맥주 한 잔을 시키고서 물었다. 

삿포로 비어 홀 ‘라이언(Lion)’ 내부

“왜? 이렇게 항상 인기가 있나요?”

“글쎄요. 손님들이 알아서 찾아오시네요.”

“이 맥주홀의 좌석은 몇 개나 되나요?”

“좌석이 약 400개입니다.”

“그러면, 하루에 손님은 얼마나 들어오나요?”

“주말에는 하루에 1300명에서 1400명 까지 들어오십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이 맥주홀은 생맥주를 다른데서 운반해오는 것이 아니라, 지하 탱크에서 바로 만든다. 생맥주를 따르는 기술자들의 손놀림도 예술이다. 벽에는 보리밭의 그림, 기둥 역시 보리를 형상화한 것이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 30분에서 저녁 11시까지.

역사와 전통을 과시하는 독특한 맥주홀-우리는 왜 이러한 역사와 전통이 없는 것일까.

우리나라의 맥주는 맛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어차피 맥주와 소주, 양주를 섞어서 소위 폭탄주를 만들어 마시기 때문이란다. 이 또한 틀리지는 않으나 군색한 변명인 듯 싶다.

모두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남의 탓으로 책임전가(?) 하는 것 같다. 이때, 일본인 친구 도미타 가즈나리(富田一成, 62)씨의 질문이 있었다. 

“한국이 지금 많이 흔들리고 있군요.”

“네? 흔들리 다니요?”

“나라가 한 여인에 의해서 흔들리고 있잖아요."

필자는 도미타(富田)씨의 질문에 답변을 못하고 홀로 긴자 거리를 걸어서 호텔로 돌아갔다. 아직은 이른 저녁인 7시 45분이었다.

'나라가 한 여인에 의해서 흔들린다?‘

필자는 수수께끼 같은 작금의 상황을 생각하면서 도쿄의 긴긴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