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의 기온이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그토록 기승을 부리던 더위는 또, 어디로 줄행랑을 친 것일까. 수없이 반복되는 일이이지만, 나약한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자연의 섭리(攝理)에 따라 움츠린다.

그런데, 요즈음 신문을 도배하는 최순실, 정유라의 보도를 보면 서민들의 가슴이 미어터진다. 언론들의 하나같은 톱기사-

“공무상 비밀누설, 국기문란...”

“최순실 손에 대통령 기밀누설...”

이것이 어느 한 여인(秘線)이 저지른 전횡(專橫)이란 말인가.

‘우리는 왜 이렇게 한심하기 그지없는 그들의 보이지 않는 전횡(?) 속에서 살아야만하나.’

필자는 답답해서 <세네카의 인생론>(김천운 역)을 펼쳤다. ‘빈자(貧者)와 부자(富者)’의 한 대목이다.

“친애하는 루킬리우스(GaiusLucilius)에게-”

“자네의 가슴이 예기(銳氣)로 넘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네. 고난을 극복하기 위한 유익한 배움으로 대비하기 전에도, 자네는 자신이 충분히 운명에 맞설 수 있다고 생각했고...”

‘운명에 맞설 수 없는 민초들은 어떠할까’

<가을 비에 젖는 여의도>

필자는 답답해서 사무실에서 나와 여의도 거리를 걸었다. 때마침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쓴 여인들, 좌충우돌(左衝右突) 비속을 달리는 사나이들,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해 핸드백으로 비(雨)를 가리는 아가씨들... 그래도 나름대로의 재치가 있었다.

필자도 어쩔 수 없이 손으로 비를 가리면서 길을 걸었다. 어느새 가로수들의 이파리들도 단풍이 들었고, 국민은행 정원 구석에서 옹색하게 살고 있던 감나무에도 주먹만 한 감이 달려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뭐니 뭐니 해도 자연은 신비스럽다. 문제는 우리네 인간이 자연을 잘 모르는 것이다...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걷는 순간 어디선가 최헌의 노래 <가을비 우산 속>이 들려왔다.

“그리움이 눈처럼 쌓인 거리를/ 나 혼자서 걸었네./ 미련 때문에 흐르는 세월 따라/ 잊혀 질 그 얼굴이/ 왜 이다지 속눈썹에 또다시 떠오르나/ 정다웠던 그 눈길/ 목소리 어딜 갔나/ 아픈 가슴 달래며 찾아 헤매는/ 가을비 우산 속에 이슬 맺힌다...”

필자도 흥얼흥얼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길을 걸었다. 나이탓일까. 필자의 눈에도 이유없는 이슬이 맺혔다.

‘그래서 가을은 낭만의 계절이런가.’

세월은 이렇게, 또 다른 세월을 향해서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