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남부 지방에서 지진이 났다는 뉴스가 있군요. 후쿠오카(福岡)에도 진도 1의 지진이 있었습니다.”

12일 밤 7시 55분. 일본 후쿠오카(福岡)에 살고 있는 일본인 와타나베 아키라(渡邊章·69)씨가 필자에게 걸어온 전화였다. 필자가 외부에서 업무를 보는 중이라서 ‘우리의 지진’에 대한 정보가 백지 상태라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진원지는 대구 근처나 경주라고 하군요. 서울에는 피해가 없나요?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 아닙니까? 혹시 북한의 핵실험 때문 아닐까요?”

필자는 그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못했다. 뉴스를 확인하고서 답변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북한의 핵실험이 원인일까요?지진의 나라 일본은 약간의 진동에는 꿈쩍도 하지 않아요... 앞으로 한국에서도 내진(耐震) 구조 강화가 필요할 것 같군요,”

같은 시간대에 일본 나고야(名古屋)의 이토 슌이치(伊藤俊一·63)씨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한국의 경주에서 진도 5.8의 강진이 있었습니다. 아직까지 큰 피해는 없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필자는 부랴부랴 사태를 파악하고서 와타나베(渡邊)씨, 이토(伊藤)씨에게 소식을 전했다.

“다행이군요."

일본의 언론들은 ‘한국과 가까운 쓰시마(對馬)는 진도 3, 후쿠오카의 일부 지역은 진도 1-2, 시마네현(島根)현과 히로시마(廣島)현 등지에서는 진도 1의 흔들림이 있었다’고 신속하게 보도했다. 이 뉴스를 접한 필자의 지인들이 여기저기서 필자에게 전화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온 것이다.

경주에서 발생한 5.8의 지진은 강진이다. 기상청은 1978년 지진 계측 이후 최대 규모라고 한다. 12일 오후 7시 44분에 발생한 규모 5.1의 지진과 8시 32분에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은 온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 자연의 분노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지진에 둔감하다. 아니, 그 무서움을 모른다. 7시 44분에 발생한 한국의 지진 소식을 10분도 되지 않아서 필자에게 소식을 전해주는 일본인들의 지진에 대한 관심과 우려는 지진의 나라에 살고 있는 그들의 일상적인 자세다.

1995년 1월 17일 코오베(神戶)시를 중심으로 한신(阪神 )대지진이 발생해서 5,000여명의 인명피해와 10조 엔이 넘는 재산 피해가 났다. 이 지진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있다. 필자와 절친한 관계인 이와타 고하치(岩田耕八·73)씨다. 후쿠오카 하얏트 레지덴셜 회장을 지낸 그는 “지진 이후의 인생은 덤이다”면서 낙천적으로 살고 있다. 그는 지진에서 살아난 것은 ‘목조건물의 덕택이다’고 했다.

“목조 건물의 덕택을 톡톡히 봤습니다. 테이블 밑에 엎드려 있다가 무너진 가구들을 헤치고 집근처에 있는 공원으로 피했습니다.”

그는 안전한 대피장소로 공원을 꼽았다. ‘공원은 나무들이 많기 때문에 뿌리들이 지반을 공고히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가 물이었다’고 토로했다.

“수돗물이 끊기고, 구급차도 다닐 수 없는 전쟁터와 똑같은 상황에서 36시간이나 물을 못 마셨던 것이 무엇보다도 고통스러웠습니다.”

일본의 한신(阪神) 대지진은 일 년 동안 2000여 번의 여진(餘震)이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의 구마모토(熊本) 지진은 4개월 동안 2000번 이상의 흔들림이 있었다. 지난 주 필자가 구마모토 현에 갔었다. 건설인들이 지진 복구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필자가 그곳을 다녀온 다음날에도 2-3차례의 흔들림이 있었다. 지진의 양상이 이처럼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