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를 떠돌다가 1998년 오산의 문화부흥을 위해서 저의 전공인 ‘막사발 심포지엄’을 만들었습니다.”

경기도 오산에서 태어난 김용문(61)씨-그러나 그는 고향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도시 개발로 인해서 근거지를 잃었기 때문이다.

“철거반이 들이닥치자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서글픈 목소리를 뒤로하고 고향 오산을 떠났습니다.”

일찍이 그는 중국을 넘나들었다. 2005년 드디어 산동성의 도자기 도시 쯔보(淄博)에서 ‘막사발 심포지엄’을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인들이 깜짝 놀라더군요, 자신들이 잊고 있었던 옛날 전통방식을 한국이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고요. 저의 어깨가 으쓱 올라갔습니다.”

이를 계기로 2015년 베이징에서도 ‘막사발 심포지엄’을 우리의 종묘(宗廟)와 같은 태묘(太廟)에서 열었다. 그리고, 그의 도자기 한 점이 태묘에 영원히 보관되는 영예를 안았다.

도예가 김용문 선생

중국에서 11번의 심포지엄을 주도했던 그는 다시 터키로 발길을 돌렸다. 2010년부터 터키의 하제테베 대학 초빙교수로 발령받은 것도 운명적인 부름이었다. 그리고 터키에 장작 가마를 만들었다. 근무하는 대학의 도움을 받아서다.

“장작 가마는 도자기를 만드는 원천입니다. 전기 가마와 가스·오일 가마와 달리 전혀 예기치 않는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불꽃에 의해 재가 날고 돌아서 자연스럽게 요변효과가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막사발의 의미는 ‘마구’의 의미와 ‘두루’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갱도의 ‘막장’과 ‘마지막’과도 일맥 상통하다고 했다. 막사발은 막 쓰는 것이 아니라 다용도로 쓰이고, 인문학적으로 모든 것을 수용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그의 포부다.

“내년이면 ‘막사발 심포지엄’이 시작된 지 20주년이 됩니다. 저의 꿈은 세계 10개국에서 동시에 심포지엄을 열고 일제히 봉화를 올리면서 인터넷을 통해서 전 세계에 중계하는 것입니다. 그 꿈의 실현을 위해서 열심히 도자기를 만들겠습니다.”

그는 그러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세계 곳곳을 돌면서 '막사발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9월부터 앙카라의 하제테베 국립 미술대학에서 2학기 강의를 시작한다. 자신을 만나면 한국말로 ‘막사발’하면서 인사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다.

“오늘날 정신적 피폐와 망각에 의해서 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신적인 비움을 채우기 위해서 문화와 예술이 필요한 것입니다.”

김용문 선생은 한결 같이 문화와 예술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역설했다. 문화 예술은 인간의 착한 심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막사발 심포지엄’이 세계인을 위한 아름다운 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