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체의 하강속도를 늦추어 주는 우산 모양의 장치다. 1783년  프랑스의 '루이 세바스티앵(1740-1814)'은 우산 2개를 들고 나무에서 뛰어 내렸으며, 1802년 영국의 한 비행사는 2,400미터의 상공에서 뛰어 내렸다고 한다.

낙하산이 오늘날과 같이 보편적으로 사용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에 의해서다. 낙하산을 이용해서 특전 부대의 투입이나, 고립된 부대에 대한 보급품 공급 등 적절하게 사용했던 것이다.

낙하산과 인사 문제는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필자는 최근 대우건설 CEO 선임 과정에서 7월의 폭염만큼이나 뜨겁고 짜증나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다. 가까운 일본의 사례를 통해서다.

일본에서는 낙하산 인사를 '아마구다리(天下リ)'라고 한다. '아마구다리'는 본디 신도(神道)의 용어로 사용됐다. 신(神)이 천계(天界)로부터 지상에 내려오는 천손강림(天孫降臨)의 뜻이다. 이 말의 사전적 의미도 '강림(降臨)·하림(下臨)'과 '관청이나 상관으로 부터의 강압적 명령'이다. 이를 인사 측면에서 보면 '낙하산 인사'의 의미는 '퇴직한 고급관리가 관련이 있는 민간 회사에 자리를 옮기는 것'이다.

일본의 유명 경영 컨설팅 회사의 대표인 '후나이 유키오(船井幸雄)' 씨와 평론가 '소에지마 다카히코(副島隆彦)' 씨가 공동으로 집필한 <일본괴사(日本壞死)>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일본 정부가 추진했던 개혁의 문제점과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다음과 같이 꼬집었다.

"고급관료는 정년퇴직 후에 특수법인 등에 낙하산을 타고가 퇴직금을 이중으로 타 먹는다. 그들은 정년 후 불과 몇 년의 근무로 2-3억 엔(20-30억 원)의 퇴직금을 받는다."

<국가의 품격>의 저자 '후지와라 마사히코(藤原正彦)' 씨도 또 다른 저서 <이 나라의 따돌림>에서 관료 사회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관료의 불미스러운 일이나 '낙하산 인사'에 국민의 분노가 폭발할 지경이다. 국민의 눈은 '시장원리·작은 정부·관(官)으로부터 민간에·중앙으로부터 지방에'라는 관의 약세화(弱勢化)에 쏠려 있다. 관료의 과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도(度)가 넘친 '낙하산 인사'를 법으로 금지시켜야 한다."

일본의 대형 건설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야마다(山田) 부장도 필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낙하산 인사를 완전히 근절시켜야 한다"면서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과거의 경력과 힘있는 사람들의 줄을 잡고 권한을 누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업계 3위의 글로벌 기업 대우건설 CEO의 자격이다.

'덕망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건설기업 리더로서의 자격과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은행과 대우건설 사장 추진위원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CEO 한 사람의 자리를 위해서 기업 전체가 흔들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