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 건축음향연구실(지도교수 전진용)이 6월 10일 프레스센터(목련실)에서 공동 주거단지 내 소음을 막아내기 위한 전문가 공청회를 개최했다. 학계·업계·공공기관 등 15명의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소음진동 문제 해결을 위한 열띤 공방전을 펼쳤다.

필자는 여러 주제 중 한양대 홍주영(32) 박사가 제안한 공동주거단지 음평가 및 설계방법 개발에 대한 주제에 관심이 갔다. 웰빙(well-being)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짐에 따라 공동 주거단지의 외부 환경도 실내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홍 박사는 공동주거단지 내 주요 소음원을 '교통 소음원'과 '생활 소음원'으로 분류했다. 교통소음원은 기차·자동차·비행기 등의 소음을 말하고, 생활 소음원은 인접 공사장의 소음과 아이들의 뛰어노는 소리, 애완동물의 울음소리, 거리 행상들의 판매 행위 등이다. 이 모두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일상적으로 접하는 소음들이다.

홍박사는 "이러한 소음들은 레벨을 저감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통합적인 음풍경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캐나다의 작곡가이자 작가이며 환경운동가인 '머레이 쉐이퍼(Murray Schafer)'의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 개념을 접목시켜서 설명했다.

우리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층간 소음에만 귀 기울였을 뿐 '사운드스케이프'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교통 소음이나 공동 주거단지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모두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번 공청회의 참가를 계기로 '머레이 쉐이퍼(Murray Schafer)'의 저서 <사운드스케이프>(한명호․조양기 譯)를 들여다봤다.

필자는 책을 읽으면서 "인간이 바다에서 생겨났다"고 하는 그리스 신화와 "어머니의 자궁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참으로 흥미로웠다. 저자가 명시한 인류가 최초로 접한 소리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인류가 최초로 들었던 소리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즐거운 물소리였다...우리의 선조인 바다는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재현되고, 또한 화학적으로도 관련돼 있다...태아의 귀는 양수 속에서 움직이면서 찰싹찰싹 밀어닥쳐 흐르는 물소리에 동조한다."

'머레이 쉐이퍼'는 "사운드스케이프 연구의 본령을 과학, 사회 및 예술의 중간지대에 두었다. 그리고, 소음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소음은 우리가 무시하라고 배웠던 소리이다. 소음 공해는 오늘날 소음을 줄이는 것으로 대처해 오고 있지만, 이는 소극적인 방법이다. 우리는 환경음향학을 적극적인 프로그램으로 연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머레이 쉐이퍼'는 책에서 "우리는 어떠한 소리를 보존하고, 장려하고, 증폭시키기를 원하는 것인가? 우리가 이것을 알 때, 지루한 소리 또는 파괴적인 소리의 정체도 확실해 지고, 왜 우리가 그것을 제거해야 하는지 알 것이다"고 역설했다. 음환경을 종합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사운드스케이프'의 조성을 개선할 수 있는 원천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음 공해는 전 인류가 중지(衆智)를 모아 해결해야할 세계적인 과제이다. '머레이 쉐이퍼'가 주장하는 경고를 끝으로 이 글을 마감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 시대에 세계의 사운드스케이프는 열악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며, 많은 전문가들이 이 문제에 곧바로 손을 쓰지 않으면 전 세계는 결국 귀머거리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