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사 위주의 공공택지 쟁탈전이 과열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수도권 외곽에 위치한 공공택지의 아파트 용지도 경쟁률이 수백대 1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과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8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남양주 별내지구 A20 블록 추첨 경쟁률은 716대 1이었다. 이 곳에는 중소형 아파트 585가구를 지을 수 있는 부지로 공급가는 820억2107만원이다.

이 땅 뿐만이 아니다. 시흥 장현지구 B3 블록(590가구)과 B4블록(698가구)에도 각각 526개와 516개의 신청서가 날아들었다.

경기 고양시 향동지구 A2 블록은 63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같은 지구 B9 블록은 경쟁률이 310대 1이었다. 경기 성남시 고등지구 S-1 블록도 371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경쟁률이 이처럼 치솟은 것은 토지 공급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건설사나 시행사의 경우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무기는 '땅'이다. 하지만 신규 택지개발 사업이 중단된 상황이기 때문에 쓸만한 토지가 나왔을 때 무리해서라도 확보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사용시기가 좀 늦더라도 땅을 확보해두는 게 낫다"며 "땅이 없으면 사업 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땅 쟁탈전이 심화되면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수 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토지를 낙찰받은 회사들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LH가 공급하는 토지의 사용시기는 통상 6개월에서 1년 뒤다.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시점의 부동산 경기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구도다. 사업성을 따져보지 않고 매입한 토지의 경우 분양성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신안건설의 경우 올 1월 동탄2신도시 신안인스빌리베라 3·4차 분양에 나섰다가 청약자가 2명에 그치자 사업을 취소했다.

문제는 또 있다. 땅을 낙찰받은 업체의 예상보다 사업이 미뤄질 경우 적지 않은 금융비용이 추가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 경우 분양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LH도 이 같은 문제를 고려해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보며 공급 시기를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 주택용지는 분양 성적이 나쁘지 않아 중견사들이 앞다퉈 확보하려고 한다"면서도 "기존에 분양했던 실적이 있는 용지는 어느 정도 예측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사업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