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하세요?”

“먹고살기 위해서죠.”

...물론, 일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먹고살기 위해서다. 하지만 우리가 일하는 것은 단지 그 때문일까?

나는 내면을 키우기 위해서 일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稲盛和夫)’ 회장의 저서 <왜 일하는가>(신정길 譯)의 첫머리다. 그는 먹고살기 위해서 일하는 것도 중요하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면을 키우기 위해서란다. 참으로 맞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몸소 실천하는 경영인이 있다.

“월남 가족인 저는 어렸를 적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 때마다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오늘의 제가 있기까지는 오로지 기도의 힘이었습니다.”

서희건설 이봉관(71)회장의 말이다. 필자는 언젠가 그와 점심식사를 했던 적이 있다. 그는 식사 중 줄곧 하나님과 교회, 기도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 테마로 꽃을 피웠다. 그럴 만도 했다. 그가 대한민국에서 교회를 가장 많이 지은 건설인 이기도 해서다.

내면을 키우는 CEO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

필자는 지난 해 가을 이봉관 회장이 다니는 교회에 갔다. 누가 불러서가 아니고 자발적인 발걸음이었다. 쭈뼛쭈뼛 교회에 들어서자 그의 말대로 온화한 분위기가 묻어났다.

예배가 시작되자 이봉관 장로의 대표기도가 있었다. 필자는 뒤편 구석 자리에서 그의 기도를 경청했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기도가 시(詩)처럼 감성적이면서도 강한 메시지를 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실의 계절 가을입니다...저희가 어렸을 적 가을은 참으로 축복의 계절이었습니다. 하늘은 높고 푸르며 달빛은 찬란한데, 그 달빛아래 온가족이 모여 앉아 무더운 여름 내내 땀 흘려 가꾼 오곡백과를 풍성히 먹으며, 정다운 대화를 나누는 가을밤은 참으로 행복한 나날이었습니다.”

“인간은 쉽게 이룰 수 없는 꿈을 이루어 보겠다는 과한 욕심 때문에 스스로를 고통과 고난의 길로 내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저희를 버려두지 마시고 삶의 문제를 해결해 주옵소서.”

‘CEO의 기도’ 발간

이봉관 회장의 저서 <CEO의 기도>

이봉관 회장은 자신의 간증과 교회의 장로로서 교인들을 대표해서 기도했던 기도문들을 모아 <CEO의 기도>라는 제목의 책을 지난 4월 출간했다. 필자가 직접 들었던 기도문은 본문 82쪽에서부터 88쪽까지 실려 있었다.

<CEO의 기도>는 이봉관 회장이 어린 시절 힘겹게 가정을 책임져야 했던 성장기와 기업 경영 최 일선에 서기까지의 삶을 소개하고, 기독교인으로서의 신앙관과 교회 장로로서 하나님께 올린 기도문들로 구성돼 있다. 

책의 목차는 1부에서 저자의 인생 역경과 소회를 담담하게 소개한 뒤 2부부터 5부까지 주일 예배를 비롯한 여러 절기와 교회 행사의 대표기도 내용을 담았다. 

1부에서 소개되는 이봉관 회장이 살아온 삶에 대한 간증은 이회장이 한국 전쟁으로 할머니를 찾으러 간 아버지와 헤어져 홀로 되신 어머니를 모시고 생활고를 견뎌야만 했던 어린 시절과, 선교사 장학금으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며 배움의 길을 걸었던 청소년기, 고아들만 받아 주는 미션스쿨에서 맹인 학생의 도우미 역할을 하며 학업을 지속한 청년기와 대학생활을 담고 있다. 또한 대학 졸업 후 포스코에 입사해 13년을 근무한 뒤 운수회사를 설립했고, 이를 토대로 서희건설을 창업해 성공한 기업인이 되기까지 이봉관회장 삶의 여정을 소개하고 있다.

‘신앙의 힘이 삶으로 이어져’

이봉관 회장은 “인생의 고통스런 성장기를 보내면서 꿈과 희망을 잃지 않았던 것은 기독교 신앙 덕분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여느 기업 총수들의 자서전과 달리 영웅적인 성공스토리를 담은 것이 아니다. 그가 겪은 어려운 환경과 고통을 신앙의 힘으로 극복하고 도전하면서 얻는 체험과 기쁨을 그대로 옮겼다.

또한, 각 기도문에는 건강한 교회의 부흥을 위해, 나라와 민족을 위해, 북한의 어려운 동포들을 위해, 그리고 이 땅의 가장들의 고통, 청년 실업 문제, 자녀 문제 등 우리들의 걱정, 두려움 등의 주제가 담겨 있다.

슬픔이 기쁨으로 고통이 평안으로 변화되길 바라는 소망으로 계절별, 교회 절기별, 그리고 IMF를 통과하며 그때그때 염원했던 이 책의 기도문들은 종교와 관계 없이 독자들의 마음을 적시고 있다.

‘서희스타힐스’ 아파트 브랜드로 국민들에게 잘 알려진 서희건설은 지난 1994년 창업 이후 18년 만에 건축과 토목·환경·플랜트·주택사업 분야에서 기술과 시공능력, 품질을 인정받는 1조원 규모의 시공능력평가 30위(2012년부터 4년 연속)의 중견 종합건설회사로 발돋움했다. 더불어, 2008년부터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사업에 집중하면서 전국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