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퇴근 무렵 ‘강원도 횡성에 6.5 강진(强震)’이라는 뉴스 속보가 떴다.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의 지진이 아니라서 간담이 서늘했다. 필자는 즉각, 일본의 지인 ‘이토 슌이치(伊藤俊一·63)’씨 등 여러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진에 대해서 우리가 너무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6.5의 강진이 일어났다면 큰일입니다. 지난 4월 14일 일본의 구마모토(雄本)에서 발생한 지진이 리히터(Richter) 7이었습니다. 이토록 강한 지진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에 이어서 4회이고, 규슈 지방에서는 최초의 관측입니다.”

일본은 1949년에 진도(震度) 7의 단계를 설정했다. 진도 7은 그만큼 파괴력이 큰 무서운 강도인 것이다. 그런데, 지진 안전지대라고 생각하고 있는 한반도에서 6.5의 지진 발생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걱정하던 중 잠시 후 ‘기상청의 오보(誤報)였다’라는 뉴스가 떴다.

‘도대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기상청 담당자의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훈련용 통보문이 언론사와 공공기관에 잘못 전달됐다’라는 것이다.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었으나 ‘대형 재난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그리고, 즉각 일본의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훈련용 메시지가 잘못 전달됐다고 합니다.”

<진도 7에서 살아남다>라는 책(지은이: 田村康二)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지은이가 몸소 겪은 진도 7의 상황이다.

ㆍ 사람이 느끼는 상황: 제멋대로 흔들려서 자신의 의지로 활동할 수 없다.

ㆍ 실내에서의 상황: 집 안의 가구가 이리저리 굴러다니거나 날아다닌다.

ㆍ 실외에서의 상황: 벽의 타일, 유리창이 파손되어 낙하한다. 블록벽도 깨진다.

ㆍ 생활환경: 전기, 가스, 수돗물의 공급이 중단된다.

저자는 “대지진이 발생하면 정전이 되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갇혀 버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진 발생 최초 5분의 대응 요령’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손전등을 확보하는 것이다.

둘째, 문을 열고 탈출할 길을 확보하는 것이다.

셋째, 헬멧, 안전모 등을 준비하는 것이다.

사소한 것처럼 보이나 대단히 중요하다. 그리고, 비치하고 있으면 유익한 물건들을 나열했다.

“휴대전화, 안경, 콘택트렌즈, 보청기, 담요, 방한복, 휴대용의자, 비상약, 설사약, 비상식량, 물(水)...”

일본사람들은 이러한 사항들을 매뉴얼로 만들어 평소에 훈련을 하고 있다. 실제 상황과 동떨어진 우리나라 기상청의 형식적인 메시지와는 사뭇 다르다.한반도는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우리도 보다 현실성 있는 지진 대응 매뉴얼과 실제적인 대비 훈련을 해야 한다. 자연이 시시각각 분노(憤怒)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