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누리가 초록으로 물들었다. 라일락 향기가 멀어지자마자 붉은 장미가 환하게 웃고 있다. 새로운 계절은 이렇게 특급열차를 타고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에 우리 곁으로 다가온 것이다.

아무튼, '계절의 여왕' 5월은 희망이 넘쳐난다. 꽃향기와 더불어 사랑 가득한 '가정의 달'이기 때문이어 서다.

그런데, 70대 아버지를 살해한 40대 남매 이야기가 연일 매스컴의 주요 뉴스로 등장하고 있다. 그것도 어버이날에 벌어진 끔찍한 사건이어서 더더욱 충격적이다. 이유야 있겠지만, '자신들을 낳아준 아버지를 살해한다는 것'은 패륜적(悖倫的)인 행위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어느 아버지의 모습

"죽이지 마라. 이것은 경우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생명을 가진 모든 것에 대해 그러하다."

<톨스토이(Tolstoi)와 함께하는 사계절/ 신윤표 옮김> 중에 들어 있는 한 구절이다.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은 함부로 죽이지 말라'는 지엄한 가르침이다. 하지만, 인간들은 그러한 본질적인 요소를 저버리고 가끔씩 무자비한 행동을 하고 있다.

'무슨 이유 때문에 아버지를 죽였을까.'

수 백번을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경찰은 프로파일러(profiler)를 투입해서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이들 남매의 입을 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언젠가 그들의 입이 열릴 터. 사람들은 그들의 말을 듣고서 다시 한 번 놀랄 것이다. 언제나처럼 명쾌한 설명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아버지 상(像)을 구현한 김정현 장편 소설 <아버지의 눈물>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가정과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이면서도 어깨위에 얹힌 삶의 무게로 언제나 외로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이 시대 우리 아버지!"

그러한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외면당하거나 심지어 죽임을 당한다'는 것은 이유를 따지기 전에 슬픈 일이다. 더불어 필자는 아버지의 유형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미국의 유명 심리학자인 스테판 폴터(Stephan B. Poulter)의 저서를 빌어서다. 이 책은 <아버지의 핵심요소>를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1. 성취지상주의 아버지

2. 시한폭탄형 아버지

3. 수동형 아버지

4. 부재형 아버지

5. 배려하는 멘토(mentor)형 아버지

5가지의 유형 중에서 배려하는 멘토형 아버지가 으뜸일 듯싶다. 아버지의 모든 것이 고스란히 자녀에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아무리 성취가 중요하고 바쁘더라도 아이들과 대화의 시간을 늘리면서 그들의 고충을 들어주는 아버지가 진정한 아버지일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패륜의 남매에게 법의 준엄한 심판이 내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