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공기가 무척 무거웠다. 비 때문만이 아니었다. 안개와 미세먼지가 하늘을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철마(鐵馬)는 무거운 새벽 공기를 뚫고 속도를 냈다. 잠깐 눈을 붙인 사이에 천년 고도(古都) 경주에 다다랐다. 속도내기는 택시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꽃이 진 벚나무 터널을 질주한 택시는 행사장인 보문단지의 한 호텔에 필자를 내려놓고 어디론가 줄행랑을 쳤다.

호텔 로비의 안내원은 묻지도 않고 필자를 이층으로 안내했다. 이층 행사장으로 올라가자 아직은 이른 시각인데도 젊은 석학(碩學)들이 줄을 서서 등록을 하고 있었다.

2016 춘계 소음진동 공학회의 학술 세미나장 입구

행사는 한국소음진동공학회(회장 최승복)가 주최하는 2016 춘계 학술대회(4/20-4/22)였다. 이번 학술대회의 조직위원장인 곽문규 부회장은 "학술대회가 신라 천년 고도에서 열리는 관계로 '소음진동-과거, 현재와 미래'로 정했다"고 했다. 소음진동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고자 하는 의미였다. 그렇다. 우연한 미래는 없다. 과거와 현재의 반성이 곧 미래이기 때문이다.

2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소음진동공학회는 기전·정보기기/ 건축·토목, 건설기계/ 자동차·철도·항공우주·선박, 수송기계/ 전력기기·원자력·신생에너지/ 환경·보건/ 음향 및 소음 이론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학술 세미나를 열고 있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국내외 업체들이 자사가 보유한 기술과 장비를 전시하고 있었다.

필자의 관심사는 주거시설의 층간 소음 문제. 이 분야의 권위자인 한양대 전진용 교수는 '새로운 형태의 아파트들이 생겨나면서 예기치 못했던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주거 소음의 개선을 위해서 소음 절감 기술, 자재 개발 등의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현장 기반의 음향 성능에 대한 철저한 평가와 연구가 필요합니다. 설계자나 연구원들이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한다고 할지라도 직접 시공을 하는 현장에서 잘못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시의적절(時宜適切)한 지적이다.

대림산업의 이병권 박사도 "현장 시공 시 슬라브(Slab)의 편차에 의해서 소음 발생의 크기가 달리지기 때문에 현장의 시공 품질이 너무나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류종관 전남대 교수도 "설계와 현장 시공 성능간의 차이 보정을 위한 올바른 평가를 위한 방법론 개발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한양대 장형석 박사도 "외부소음, 방음벽, 아파트 단지 배치, 발코니, 외피 창호·벽체 등 현장 평가를 기반으로 한 실내 외부 소음 유입도 측정 및 등급화의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2016 춘계 소음진동 공학회 세미나 -  우수논문 시상식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기술개발자·설계자·시공자들의 합치된 노력이 없으면 소음 방지에 대한 성과를 도출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층간 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중지(衆智)를 모으는 순간 필자의 스마트 폰에 긴급 뉴스가 떴다. "윗집에서 '시끄럽게 했다'는 이유로 술김에 올라가 욕설을 하며 문을 발로 차면서 소란을 피운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혀 갔다"라는 보도였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이 문제 일까, 술이 문제일까.

사람들은 대체로 '소음의 주체는 위층이다'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아래층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소음 방지 기술 못지않게 '시설을 이용하는 입주자들의 자세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웃 간의 대화를 통해서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것도 기술개발에 버금가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