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공급과잉 우려가 있으니 어느정도의 리스크 관리는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지난해 주택경기가 좋아지면서 건설사들이 시장 수요보다 많은 물량을 쏟아내 공급과잉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주택 거래가 주춤해지고 올해 들어서는 청약시장이 차갑게 식으면서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청약자격 완화·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을 통해 시장 과열을 조장하거나 공급과잉을 우려해 대출 옥죄기 등 오락가락한 주택정책을 탓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공급과잉 문제에 대해 정부가 어느 정도 인식해 리스크 관리 차원에 나선 만큼 앞으로는 주택수급과 가격 안정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건설사들의 자발적인 수급 조절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3일 부동산 업계·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선 공급과잉 여부를 두고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가 포문을 열었다.

KDI는 지난해 급증한 아파트 분양물량이 부동산·금융시장 안정에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송인호 KDI 연구위원은 '아파트 분양물량 급증의 함의' 보고서를 통해 "단기적 주택수요 확대와 분양물량 급증이 중장기적으로 주택 및 금융시장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KDI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공급(착공)은 약 70만 가구로 이는 최근 증가하는 가구 수와 주택멸실 수를 고려한 한국 경제의 기초적 주택 수요(35만 가구)와도 40만 가구 가까이 차이가 난다.

송 연구위원은 "향후 주택수요의 증가세가 유지되지 않을 경우 이러한 분양 물량 급증은 3년의 시차를 두고 입주 시점에 발생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의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주택산업연구원은 최근 미분양 증가 현상은 단기간에 분양물량이 급증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양물량 대비 미분양 수준은 자연발생적 범위안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노희순 주산연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분양물량이 역대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하반기 미분양 증가 현상이 나타나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면서도 "2008년 이후 공급 누적물량, 분양물량 대비 미분양 발생 수준 등을 보면 공급과잉으로 인한 본격적인 조정국면으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공급과잉까지는 아니라고 의견을 냈다. 박 전문위원은 "수요보다는 공급이 다소 많은 것은 맞지만 공급과잉이라고 얘기 하기에는 다소 시기상조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미분양 가구수가 역대 평균치에 비해 여전히 미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당초 "공급과잉 아니다"에서 "일부 지역에서 우려할 만하다"고 밝혀 공급과잉의 일부 인정하면서 논란 확산도 차단하기에 나섰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최근 기자단과 만나 "주택 인허가가 지난해처럼 75만 가구가 계속 이어지면 공급과잉을 걱정해야 겠지만 당장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지나친 공급에 대해서는 리스크 관리 수준에서의 모니터링은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이같은 정부의 변화로 분양보증 심사 강화를 꼽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용인이나 파주 등 미분양이 우려되는 23곳의 분양보증 심사를 강화하는 것 자체가 공급규제가 아니냐는 시각이다. 분양보증은 아파트를 시공하던 건설사가 부도가 날 경우 수분양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분양받은 아파트는 완공을 보증해주는 제도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건설사 옥죄기가 아님을 분명히 하면서 "규제를 통해 공급을 막거나 사업성 있는 분양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주택도시기금 운영에 건전성을 확보하고 수분양자를 보호해야 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일부 지역에 대한 공급과잉 우려가 있으니 시장 기능에 맡기면서도 리스크 관리는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주택 정책 방향이 단순히 공급을 규제하거나 완화하기 보다는 건설사 스스로 자정 기능을 가동하도록 하면서 2~3년 뒤의 입주 대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여기에 공급부족과 공급과잉 양극 사이에서 '부동산 경기위축→부양책→시장 활기→규제강화→부동산 경기 위축'이라는 냉온탕식 정책을 반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은 "건설사들도 예전처럼 무턱대로 공급을 늘리기 보다는 철저한 사업성 검토를 거쳐 시장에 나설 만큼 내공이 커졌을 것"이라며 "오히려 고령화 저성장기에 주택시장이 여러 가지 상황으로 발생할 수 있는만큼 대내외적인 변수를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급과 가격중심의 주택정책 보다는 수요자가 주거권 차원에서 지원 서비스를 충분히 누릴수 있도록 하고, 저소득층은 주거급여 등의 복지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