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건설사들의 주택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거래 은행을 찾지 못한 건설사들이 대거 제2금융권으로 이동하면서 5%대 '고금리' 집단대출 사업장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파트 건설 금융비용 증가가 수요자 부담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한국주택협회가 65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집단대출 규제 피해 상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10월 집단대출 규제 이후 금리인상·대출 중단 등으로 차질을 빚고 있는 사업장은 1월말 기준 총 30개 사업장·3만3870가구에 달했다. 대출금 기준으로 약 5조2200억원 규모다.

취급 은행이나 대출 조건이 변경되면서 금리인상 등이 발생한 사례도 14개 사업장(1만8600여가구)에 달했다. 대부분 건설사들이 지방은행이나 제2금융권으로 대출받은 곳이 바뀌어 3% 중후반 이상으로 금리가 올랐다.

◇"피해규모 조사보다 심각…수도권도 5%대 금리"

업계에서는 실제 대출차질이나 금리인상 규모는 이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택협회는 시공능력평가 100위권내 중대형 건설사들을 회원으로 한다. 중소건설사의 사정은 이보다 안좋을 수 있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대출이나 자금유동성은 건설사나 시행사들이 민감해 하는 사안이어서 조사에 응한 회원사는 15곳에 불과했다"며 "실제 피해규모는 이보다 크다"고 말했다.

금리 5%를 상회하는 사업장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분양성이 낮은 사업장이나 신용도가 별로인 중소건설사들이 제2금융권 은행과 거래하면서 집단대출의 전체적인 금리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제2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중소건설사는 물론 대형건설사나 시행사들도 집단대출에 대한 문의가 많아졌다"며 "통상 주택담보대출 대비 1~2%포인트 높은 금리에 거래되며, 5%대 금리가 적용된 사업장도 많다"고 말했다.

◇ "집단대출 금리인상,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져"

문제는 대출규제가 주택수요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해 초 2%중후반대이던 집단대출 금리가 3%후반에서 5%까지 상승하면서 증가한 이자비용을 분양계약자가 떠안게 되는 것이다.

중도금은 아파트 분양계약 이후 잔금을 치르기 전까지 수차례에 걸쳐 소비자가 지불하는 비용(분양가의 60~70%)으로 통상 사업장과 계약을 맺은 은행의 일괄 대출을 통해 충당된다.

금리는 사업장에 따라 다르지만 거래은행의 집단대출 금리 자체가 높은 경우 수요자가 내야하는 이자비용도 증가한다. '중도금 무이자'를 적용하거나 이자비용을 상당부분을 사업자가 떠안는다고 해도 한계는 있다. 금융비용 등 사업비 자체가 늘어나면 아파트 분양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현재 대출규제로 문제가 발생한 집단대출(5조2200억원)의 금리가 1%포인트만 상승한다고 가정해도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연이자는 510억원에 달한다. 공사기간 3년을 고려하면 총 1530억원으로 가구당 450만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건설사들이 집단대출 은행을 구하지 못할 경우 공사대금에 차질도 생길 수 있다.

선분양 아파트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과 중도금 집단대출을 통해 사업비를 충당해 공사가 진행되는 구조다. 중도금대출이 막히면 초기 사업을 위해 진행한 PF대출 상환이 어려워져 추가적인 금융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인상분을 누가 부담할지는 사업장 결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적어도 일정부분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집단대출을 제때 받지 못할 경우 건설사의 자금융통에도 차질이 생겨 공사지연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분양보증 심사 강화에 업계 반발 "주택공급 환경 악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미분양 우려 지역에 대한 분양보증 심사를 강화한다는 점도 건설업체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보증사고 리스크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지만 자칫 분양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분양보증은 건설회사가 파산했을 때 분양계약자 피해를 막기 위해 주택 완공을 보증하는 보험이다. 20가구 이상을 분양하는 건설사는 이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분양보증 심사 절차가 강화된 지역은 용인과 화성, 김포, 평택, 인천 서구, 대구 달성군, 대전 유성구, 전남 나주 등 23곳이다. 영업점 1차 심사 이후 본점에서 2차 검토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강화되며 심사기간도 종전 1주일에서 2주일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심사기준이 강화되지 않았지만 영업점 심사를 받아도 본점 심사에서 보증보험 가입이 거부될 수 있다"며 "이는 해당 지역에 대한 공급물량을 간접적으로 조절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때 아파트를 공급하지 못하면 사업비용 증가와 함께 미분양 리스크도 커진다"며 "늘어난 비용은 분양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어 건설업체는 물론 수요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