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 칸가르데시!(한국! 피를 나눈 형제여!)"

터키(Turkey)에 가면 현지인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다.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 터키는 1950년 6·25가 발발하자 1만 4,936명을 우리나라에 파병했다. 파병된 터키 군인들은 목숨을 아끼지 않고 용감하게 싸웠다. 한국전에서 사망한 전사자는 765명. 행방불명도 175명에 이르며, 부상자가 무려 2,147명이나 되었다.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부산의 유엔묘지에 잠들어 있는 전사자도 462명이나 된다.

그러한 나라의 터키 청년과 한국 처녀가 백년가약을 맺는 결혼식이 있었다. 지난16일 오후의 일이다. 식장은 AB 갤러리. 압구정(Apgujeong), 바스티유(Bastille)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갤러리였다.

주인공은 SERDAR KORKMAZ(새르다르 코르크마즈·32)씨와 김세미(29)양. 필자는 신랑 측의 하객으로 참석했다. 그와의 인연은 터키가 2012년 여수 해양 엑스포에 참가했을 때부터 이다.

신랑 SERDAR(새르다르)씨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는 서울 시립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서울대에서 산업안전을 전공했던 그는 현재 '해양안전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 필자는 결혼식 시작 전에 신랑의 아버지와 간단한 인터뷰를 했다.

"형제의 나라 한국에서 새로운 형제가 생겨서 너무나 기분이 좋습니다. 저의 이모님 아들이 한국전에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늘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오늘 너무나 기쁩니다."

정각 3시가 되자 결혼식이 시작됐다. 신랑과 신부가 이미 입장해 있어서 신랑입장·신부입장도 없었다. 물론 주례자도 없었다. 사회자의 안내 멘트에 따라 신랑·신부의 맞절이 있었다.

서로 마주 선 신랑과 신부의 복장은 평상복. 신부는 아예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하객들은 웃으면서 박수를 쳤다. 신랑·신부의 맞절이 끝나자 신랑의 아버지가 하객들에게 인사를 했다. 통역은 신랑이 직접했다.

"제 아들을 믿기도 하지만, 우리는 지금 글로벌 시대를 살고 있지 않습니까? 세계인이 함께 섞이면서 살아가는 시대라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과 터키는 문화적으로도 공통점이 많아서 더욱 좋습니다."

신랑의 아버지는 터키 아타튀르크(Atatürk) 대학교의 부총장. 특히, 미래지향적인 그의 글로벌 마인드가 돋보였다.

신랑은 아버지의 인사말에 대해 중간 중간 놓치는 통역을 하면서도 싱글벙글했다. 뒤이어 신부 김세미 양의 아버지가 인사를 했다.

"사돈 가족과 소통하기 위해서 터키 말이니 영어를 공부할 생각입니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서요.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날 또 하나의 이벤트는 김태종 작가의 장구 연주였다. 그는 환경오염과 지구 온난화, 문화충돌을 테마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이다. 하객들은 '연주자가가 국악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는 점에서 열화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터키 신랑과 한국 신부의 결혼식. 작가가 주장하는 그림의 테마처럼 '문화 충돌'이 전혀 없는 행복한 결혼식이었다. 신랑과 신부는 터키에서 결혼식을 한 번 더 하고 스페인으로 신혼여행을 떠난단다.

글로벌 시대를 실감하는 조촐하면서도 의미 있는 국제결혼식은 겨울 한파를 녹일 만큼 뜨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