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 근처에 있는 조촐한 커피 숍. 눈을 감으면 깜깜한 방에 가두어진 어린아이 같은 기분이 찾아왔다. 거기엔 언제나 친숙한 커피 잔의 온기가 있었고, 소녀들의 보드라운 향내가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딩>이라는 수필에 들어 있는 글이다. 글 중에서 특히, '커피를 마시는 어떤 방법에 대하여'가 압권이다.

"커피 맛 보다는 커피가 있는 풍경을 좋아했다. 자신이 정말로 맘에 들어 했던 것은 커피 맛보다는 커피가 있는 풍경이었는지 모르겠다고."

그러면서 <커피의 본능은 유혹. 진한 향기는 와인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은 키스보다 황홀하다. 좋은 커피란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 천사처럼 순수하고, 그리고 사랑처럼 달콤하다>는 프랑스의 백작 '샤를 모리스 드 탈레랑(1754-1838)'과 비슷하게 표현했다.

“커피는 어둠처럼 검고, 재즈의 선율처럼 따뜻했다. 내가 그 조그만 세계를 음미할 때 풍경은 나를 축복했다.”

아름다운 말이다. 하루키(村上春樹)는 커피의 맛보다는 커피숍의 분위기를 즐긴 듯싶다. 하지만, 사람들은 '커피의 맛'을 추구한다.

눈이 펑펑 쏟아지던 지난 3일. 필자는 한국커피교육원 원장 문순(55)씨를 만났다. 장소는 여의도의 어느 커피숍이었다.

문순 원장은 2006년부터 커피교육원을 운영하고 있고, (사)한국커피협회의 이사를 맡고 있다. 한국커피교육원은 우리나라 커피 학원 제1호다.

한국커피교육원 원장 문순씨

"제가 커피학원을 낼 때 구청 관계자 그 어느 누구도 허가증을 발부에 고개를 저었습니다. 전례가 없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커피학원만 200여개란다. 문 원장은 자신을 '커피 전문가라기보다는 교육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즈음의 커피 시장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토록 많은 커피 전문점이 어떻게 먹고 살겠습니까? 피 터지는 싸움을 할 수 밖에요. 요즈음 우리나라는 커피 공화국을 넘어 춘추전국 시대 아닙니까? 적자생존(適者生存)의 논리에 의해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입니다."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 커피 전문점은 4만 9600개로 편의점 3만 여개보다 1.5배가 많다. 적자생존의 논리에 의해 재편될 것 같다. 문순 원장은 '기업형의 대형 커피숍이 아니라 맛으로 승부하는 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커피숍이 '브랜드 파워'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어서 문제입니다. '커피의 맛'이 아닌 '힘의 논리'에 의해서 시장이 좌우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힘의 논리'가 아닌 '맛의 논리'에 의해서 움직여 질 것입니다." 

그러면서 문 원장은 '적자생존의 논리에 따라 프랜차이즈 커피숍 시대가 막을 내리고 유럽형 카페가 뜰 것'으로 내다봤다.

적자생존(適者生存)-커피업계뿐만 아니라 모든 업종에 해당되는 말이다. 상황은 항상 시장논리에 의해서 변화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