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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은 '나와 대화'하는 운동
2015년 11월 03일 (화) 10:49:41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아직은 어두운 11월 1일 새벽. 여러 역(驛)들을 건너뛰면서 달린 9호선 덕택에 6시 20분 경 잠실 종합운동장 입구에 도착했다. 잠실벌은 계절의 변화에 관계없이 새벽부터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2015 중앙서울마라톤 대회 참가자들 때문이었다.

성별·연령대는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천차만별이었다. 이날의 참가자는 14,000명. '100세까지 뛰자'는 야심찬 '노령의 건각(健脚)'들도 혈기 왕성했다.

무엇 때문에 이토록 마라톤에 열광하는 것일까.

   
잠실벌을 누비는 건각들ㅡ

150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글로벌 기업 '솔베이 코리아(Solvay Korea)'의 김상환(55) 전무의 말을 들어봤다. 그는 "40대 중반부터 마라톤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하프코스(half course) 100회, 풀코스(full course/42. 195km) 26회를 뛰었다'고 했다. 그 결과 '건강에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영상 3도의 잠실. 바람이 강해서 가만히 서 있으면 몸이 부르르 떨렸다. 순간 단상 위의 치어걸들이 흥을 돋웠다.

"여러분! 음악에 맞춰서 몸을 푸세요!"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고층 아파트 사이로 태양이 고개를 불쑥 내밀자 가로수의 단풍과 참가자들의 의상이 울긋불긋 조화를 이뤘다. 아직은 몸이 풀리지 않은 탓에 음악이 울려도 참가자들의 몸동작이 엉거주춤했다. 그러나, 서서히 분위기가 살아났다. 참가자들은 소속 동호회 별로 삼삼오오 몸을 풀었다.

7시 30분이되자 '집결지로 모이라'는 안내 방송에 따라 각기 색깔이 다른 배번을 단 참가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흩어졌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자 거대한 군중으로 변했다.

거대한 군중이 된 참가자들은 여학생 고적대의 퍼레이드를 따라서 출발선으로 이동했다. 교통이 완전 통제된 잠실 거리는 말 그대로 사람 물결이었다.

필자는 A그룹 소속의 송파 육상협회 김영걸(63) 고문과 대화를 하면서 출발지점으로 이동했다. 그는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마라톤은 나와 대화하는 운동이지요. 앞만 보고 무작정 뛰는 것이 아니라,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생각을 많이 합니다. 앞으로의 일을 계획하기도 하고요."

김영걸씨는 마라톤을 시작한 계기가 '체중 감량을 위해서다'고 했다. 마라톤을 하기 전 85kg의 체중이 지금은 65kg. 컨디션이 항상 최상이란다.

'탕!"

출발 신호와 함께 함성을 지르며 전진하는 아마추어 건각들의 기개(氣槪)는 잠실벌의 아침을 열었다.

이들은 프로 선수가 아니라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마라톤이 마냥 좋고, 마라톤을 사랑하기 때문에 잠을 설치면서 자발적으로 2015 중앙서울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것이다.

마라톤은 도전과 경쟁의 스포츠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도전과 경쟁을 뛰어넘는 동료 애(愛)와 가족 애(愛)가 내재(內在)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와의 대화'라는 '소중한 보석'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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