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 없이 계속된 3일간의 전투 결과는 경악 그 자체였다. 터키 여단은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중공군 2개 연대를 일거에 궤멸시키며 '김량장(용인 지역의 이름)'과 151고지를 점령했다. 터키군은 12명 전사, 30명 부상을 당한 반면 중공군은 1735명이 사살되었다. 이 용맹한 전투 장면이 UPI 종군기자에 의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터키군은 백병전의 왕자 '신의 손(God hand)'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6·25 전쟁 당시의 터키군 스토리를 심도 있게 쓴 시사 잡지 <미래한국> 김용삼 편집장의 기사(498호)이다. 이 기사는 또 "터키는 실제로 미국·영국 다음으로 많은 군인을 파견해 가장 용감하게 싸웠으며, 3000여 명의 고귀한 생명을 한국을 위해 바쳤다. 한국과 터키를 '형제의 나라'로 부른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고 했다.

필자가 터키에 갔을 때도 현지인들은 한결같이 '형제의 나라'라는 표현을 많이 했다. 2012 여수 해양 엑스포를 계기로 터키와 인연을 맺은 필자는 그 후로 강남에 있는 터키 레스토랑 '파샤(Pasha)'를 자주 찾게 됐다.

'파샤(Pasha)'는 잘 알려진 대로 오스만 제국에서 사용됐던 용어로써 군사적·종교적 지도자를 일컫는다. 터키 레스토랑 '파샤'는 그러한 의미에 걸맞게 터키의 음식 문화를 한국에 소개하는데 있어서 지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

때마침 평일 점심시간이었으나 여전히 사람들로 붐볐다. 한국 손님뿐만 아니라 피부 색깔이 다른 외국인들도 많았다. 올 해로 15년째를 맞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필자는 파샤의 대표 알리(35) 씨를 만났다. 한국에 온 이유와 터키 레스토랑을 운영하게된 이유가 궁금해서다.

"1998년 서울대 어학당에 들어갔고, 2001년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습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터키를 좋아하고 터키 음식을 좋아한다'면서 '터키 레스토랑을 운영해보라'는 주변의 권유에 못 이겨 아버님을 졸라서 용감하게 오픈 했습니다. 2001년 11월의 일입니다."

터키 레스토랑 '파샤'의 대표 알리씨

명문대학 경영학과를 다니다가 학업을 포기하고 요식업에 뛰어든 알리 씨의 용기가 대단했다. 그래도 학업을 포기한 것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 듯 했다. 그는 주머니를 뒤적뒤적 하더니 지갑에서 작은 카드 하나를 꺼냈다. 앳된 사진이 박힌 서울대 학생증이었다.

<경영대학 경영학과

학번:2001-11805

성명: 알리

발급일:2001. 3. 15>

"처음 6개월은 고전했습니다. 학업을 중단한 것이 아쉽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때마침 2002 월드컵이 열림과 동시에 터키 사람들은 물론 중동의 손님들이 많이 오신 바람에 저희 레스토랑이 입소문을 타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한국 손님들이 많이 오셨고요."

한국에 온지 16년이 되었으니 당연한 일일까. 유창한 우리말이다. 그는 서울, 부산, 과천 등에 5개의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다. 경영학도의 꿈이 현실적인 레스토랑 경영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라고 하지 않습니까? 음식도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입니다. 터키의 진정한 문화를 한국에 소개한다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알리 씨의 의지는 강했다. 그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레스토랑을 나서자 계절에 비해 태양 빛이 강렬했다. 터키인들의 용기와 눈빛처럼...